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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맞춤형 아닌 맞추기식 보육… 혜택은 누가?..
사회

맞춤형 아닌 맞추기식 보육… 혜택은 누가?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 입력 2016/08/09 09:06 수정 2016.08.09 09:06
맞춤형 보육 시행 한 달 어린이집ㆍ학부모 모두 불만
어린이집 현장 업무 늘고 학부모 눈치 보기 부작용

지난 4일 물금에 있는 한 어린이집 원아가 하염없이 엄마를 기다리고 있다. 오후 4시가 되자 아이들이 하나둘 부모 품에 안겨 하원했다. 영아반 2살 민수(가명) 엄마가 가장 먼저 나타났다.



민수는 친구들 사이에서 나와 엄마에게 달려갔다. 다른 아이들은 그 모습을 부러운 눈으로 바라보거나 아쉬워하며 돌아가는 친구 모습을 쳐다본다.



어린이집 교사는 기다리는 아이들을 위로하며 교실 안으로 들어갔다. 오후 5시 정도가 되자 영아반 전체 30명 중 맞춤반 대상자 아이 20명이 귀가했다. 남겨진 종일반 아이 10명은 남은 시간 동안 하염없이 자신을 데려갈 사람을 기다려야 했다.


양산시가정어린이집연합회(회장 이수정)와 양산시민간어린이집연합회(회장 이은정)은 맞춤형 보육 시행 한 달을 예상했던 문제가 예상처럼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물론 어린이집별로 맞춤형 보육원아 비율이 달라 모든 상황을 획일화하기는 어렵다. 맞춤반 아이 비율이 80% 이상 차지하는 곳이 있는 반면 전부 종일반만 있는 곳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물금에 있는 한 가정어린이집은 맞춤형 보육에 해당하는 원아 전체가 종일반인 반면 근처에 있는 다른 가정어린이집은 70% 이상 원아가 맞춤반이다.


이은정 회장은 “맞춤형 보육 시행으로 우려했던 아이들의 정서적 위험이 현실에 반영되고 있다”며 “보육비 감소로 원 운영이 어렵거나 정부에서 요구하는 긴급바우처를 사용하는 사유서와 수요조사서 등으로 업무 과중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














ⓒ 양산시민신문


이수정 회장 역시 “친구들이 다 가고 남아 있는 어린이는 하염없이 인터폰을 바라보며 엄마가 언제 올지 기다리고 있다”며 “12시간이 다 차지 않았는데도 어린이집에 오래 남아있으면 아이 정서발달에 좋지 않다는 생각에 최대한 빨리 아이를 데려가려고 하는 부모가 많다”고 말했다.


물금 한 어린이집 아이들은 오전 9시에 등원해 놀이하고 점심을 먹은 뒤 낮잠을 자고 오후 3시 일어나 간식을 먹고 4시에 하원한다. 하지만 맞춤형 보육 시행 뒤 오후 3시부터 하원을 준비하면서 보육시간 1시간이 앞당겨졌다. 결국 낮잠 자는 아이를 깨워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교사들은 정부가 긴급보육바우처 사용 서류를 제출을 요구하는 등 맞춤형 보육에 따른 업무 증가로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정부는 학부모가 추가 보육 서비스가 필요한 경우 긴급보육바우처를 월 15시간 사용할 수 있도록 했는데 보육업무 외 이를 확인하는 작업이 늘어난 셈이다.


한편, 학부모들 역시 맞춤형 보육 시행에 대해 후한 점수를 주지 않고 있다. 실제 달라진 것이 없는데 정부가 포장만 그럴싸하게 했다는 것이다.


양산지역 인터넷 커뮤니티인 양산맘(cafe.naver.com/chobomamy)과 웅상이야기(cafe.naver.com/ungsangstory)를 통해 의견을 수렴한 결과 맞춤형 보육이 학부모에게 더 나은 보육환경을 제공한다는 정부 취지에 공감하지 못한다는 내용이 많았다.



오히려 전업주부와 직장인을 차별하고, 보육예산만 줄인 것이 아니냐는 비판적인 의견도 있었다. 또한 어린이집 업무 증가와 예산 문제로 아이들 보육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닌가 걱정된다는 의견도 많았다.


한 학부모는 “내 아이 때문에 어린이집이 피해 볼까 걱정, 그래서 내 아이가 눈치받을까 걱정, 종일반신청서류 준비해달라 학부모에 부탁할 걱정…. 보육기관, 교사, 학부모, 아이 맞춤형 보육 혜택을 누리는 사람은 도대체 누구?”냐며 반문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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