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년간 이어져 온 축산악취 문제가 결국 곪아 터졌다. 한때 청정지역으로 소문났던 원동면 화제마을 주민이 상기된 얼굴로 시청 기자실에 섰다. 화제초등학교 학부모들이 중심이 돼 “더는 축산 악취를 참을 수 없다”며 양산시에 특별한 대책 마련을 촉구했다.
이들은 지난 10일 오전 11시 양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지역주민과 함께 악취에서 벗어날 때까지 할 수 있는 모든 역량을 동원해 적극 감시하고 활동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화제마을 주민 등 30여명이 함께했다.
학부모들은 기자회견에서 “폐교 위기였던 화제초를 주민과 동문의 각별한 애정으로 살렸는데 최근 주변 악취 등으로 학생 수가 다시 줄어들고 있어 더 이상은 참을 수 없다”며 기자회견 이유를 설명했다.
이들은 “3년 전부터 악취 관련 민원을 계속 제기해 지역 국회의원도 축사 점검 등 보고를 받았지만 나아진 건 없다”며 “양산시 행정을 믿고 기다렸지만 법적 기준만 따지며 안일한 대응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원동면 화제마을이라고 하면 환경이 좋아 한 번쯤은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하는 마을이었는데 지금은 마을 입구에서부터 숨을 멈춰야 할 만큼 심한 악취로 마을 이미지까지 실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며칠 전 양산시와 축산농가가 악취 감축을 위한 협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것만으로는 부족하다”며 “거의 3년 동안 민원이 끊이지 않은 사안에 이제야 대책을 내놓는다는 게 이해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이들은 “헌법 제16조에는 주거의 자유가 있다. 대한민국 국민은 모두 자기가 원하는 곳에서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할 권리가 있다”며 “우리는 쾌적한 환경에서 생활하고 아이들 학습권을 지켜주고 싶다”고 말했다.
이들이 기자회견까지 열고 양산시에 강력한 제제를 요구하고 나선 것은 최근 문을 닫은 축산 농가 때문이다. 주민은 “최근 한 대형 축산농가가 농장 문을 닫고 다른 곳으로 옮겨간다는 소식에 모두 기뻐했는데 알고 보니 다른 축산업자가 인수해 계속 영업한다고 한다”며 “양산시는 주민이 악취로 고통받고 있다는 걸 알면서 왜 계속 허가를 해주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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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 주민이 지난 10일 축산 악취 문제 해결에 양산시가 더욱 적극 나서 달라며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 양산시민신문 |
이처럼 주민이 기자회견까지 하며 고통을 호소하자 양산시도 적극적인 해명을 통해 주민 설득에 나섰다.
양산시는 먼저 축산농가 신규 허가와 관련해 “새로 인수한 축산업자가 신규로 등록(허가)한 게 아니라 기존 업체에서 대표 명의만 바꾼 것이기 때문에 허가하고 말고 할 대상이 아니다”라고 해명했다.
양산시는 덧붙여 “작년 3월부터 합동 단속을 통해 그동안 사법조치 9건, 과징금 650만원, 과태료 4천만원 등 모두 13건에 대해 강력한 행정조처를 했다”며 “야간 악취 농도 측정 결과 역시 배출허용기준 이내 범위였지만 주민이 불편을 호소하는 만큼 해당 지역에 복합악취측정기를 설치해 24시간 감시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양산시는 “악취 문제는 축산농가 스스로 노력하는 게 가장 중요하다는 측면에서 최근 업무협약을 맺어 오는 22일까지 탈취 시설을 갖추도록 했다”며 “그런데도 악취 민원이 계속될 경우 악취관리지역으로 고시해서 엄격하게 관리 하는 계획도 구상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양산시는 지난 8일 화제 지역 19개 축산농가로부터 자발적 악취 저감을 약속받았다. 양산시는 농가들과 악취 감축에 관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악취 저감시설 설치 등에 상호 적극 협조하기로 했다.
업무협약 내용을 보면 ▶농가 악취 저감을 위해 필요한 EM(Effective Micro-organisms, 유용 미생물군) 발효제 배양시설 설치 ▶충분히 배양된 EM 발효제를 사용 ▶축산농가 탈취제 공급 ▶한국환경공단 의뢰 악취저감 기술진단과 시설개선 ▶퇴비 반출작업 등 악취 배출 공정 오전 5시부터 오후 3시까지로 제한 등이다.
양산시는 업무협약 내용 이외에도 CC TV를 2대 추가 설치해 환경오염유발 불법행위를 상시 감시하고 고정식 복압악취 측정기를 설치해 상시 악취 농도를 점검한다는 계획이다.
나동연 양산시장은 “올해 말까지 화제지역 축사 악취 근절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며 “그런데도 악취가 근절되지 않을 경우 화제지역을 악취방지법에 의한 ‘악취관리지역’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에 나서겠다”라고 말했다.
한편, 양산시의회에서도 화제 지역 축산 악취 문제를 놓고 양산시의 안일한 행정을 질타하기도 했다.
임정섭 시의원(더민주, 물금ㆍ원동ㆍ강서)은 지난 6월 열린 행정사무감사에서 “행정에서는 축산 악취에 대한 단속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하지만 실제 개선된 게 전혀 없다”며 악취 발생 농가에 대해 보다 강력한 제재를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양산시의회는 더불어 축산 악취와 수질오염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양산시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조례>를 개정했다. 이호근 의원(새누리, 동면ㆍ양주)이 대표발의한 조례는 주민 생활환경 보전과 상수원 수질보전을 위해 가축사육 제한구역을 지정ㆍ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조례 통과로 주거밀집지역과 상수원보호구역, 학교정화구역 등에는 가축사육시설을 새로 짓거나 증ㆍ개축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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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7월 한 축산농가에서 폐사한 돼지 수백 마리를 그대로 방치해 극심한 악취를 발생시킨 바 있다. |
ⓒ 양산시민신문 |
↑↑ 지난해 7월 한 축산농가에서 폐사한 돼지 수백 마리를 그대로 방치해 극심한 악취를 발생시킨 바 있다. |
ⓒ 양산시민신문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