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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했죠”..
교육

“선생님과 친구들이 함께 자신과의 싸움에 도전했죠”

김다빈 기자 kdb15@ysnews.co.kr 입력 2016/08/16 17:20 수정 2016.08.16 17:20
[국토순례대행진]
물금동아중 보이스카우트
교사와 함께 자전거 종주

양산에서 대구까지 왕복
무더위 뚫고 270km 완주

대구에서 열리는 제14회 한국잼버리 대회에 자전거를 타고 가자는 선생님의 한마디가 현실이 됐다.


지난 9일 오후 3시 땀에 흠뻑 젖어 지친 기색이 역력한 10명의 학생과 선생님이 물금동아중학교(교장 하종수) 정문에 모였다. 양산에서 대구 달성군 오설리 일원까지 약 135km를 자전거로 달리고 6박 7일 캠프 일정을 마친 뒤 다시 학교로 돌아오는 무려 270여km 자전거 종주를 방금 마친 뒤였다. 학생들은 30℃를 웃도는 무더위를 뚫고 힘들게 달려왔지만 모두 끝냈다는 보람과 자신과의 싸움에서 이겼다는 생각에 밝은 모습이었다.















ⓒ 양산시민신문



한국잼버리 대회를 계획하던 물금동아중학교 스카우트 정종철 대장(49, 과학 교사)은 학생들에게 “선생님하고 자전거 타고 대구 갈래?”라는 질문을 던졌다. 참가할 학생이 없을 것이라는 정 대장 예상과 달리 보이스카우트 학생 대부분이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이에 정 대장은 지원자 가운데 개인 자전거가 있고 종주할 수 있을 만한 체력을 가졌다고 생각되는 11명을 선정했다. 그렇게 운동에 크게 관심도 없고 자전거에 특별한 취미도 없던 정 대장과 학생들은 자전거에 몸을 맡기고 긴 여정을 함께했다.


지난 2일 스카우트 학생 11명과 정 대장은 양산에서 출발해 낙동강 종주길을 따라 자전거 국토순례대행진을 시작했다. 그들은 30℃를 웃도는 폭염을 뚫고 힘겹게 페달을 밟아 목적지로 향했다. 2일부터 3일까지 하루 100km를 달리는 것으로 계획하고 떠났지만 인생에서 처음 하는 경험이고 초행길이다 보니 어려움도 많았다고 한다. 특히 의령에서 만난 고개를 넘을 때마다 숨을 깔딱깔딱 쉴 정도로 힘들었다고 한다.


스카우트 도반장을 맡고 있는 3학년 박영환 학생은 “선생님께서 그냥 하신 말씀을 진지하게 받아들여 어쩌다 보니 대구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게 됐죠. 자전거를 타고 긴 거리를 가는 것은 처음이었고 힘들게 산을 타는 것도 처음이었어요”라고 말했다.
















↑↑ 종주 중 가야진사 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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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밖에서 새로운 경험 함께 도전

50대를 눈앞에 둔 정 대장과 모든 게 처음인 학생들은 새로운 것에 대한 도전과 패기로 패들을 밟고 또 밟았다. 학생들은 창녕 남지철교 밑 공사장 근처에 자리 잡고 자장면을 시켜먹기도 하고, 때아닌 소나기를 만나 마을회관에 몸을 피하기도 하며 새로운 경험으로 하루를 채워갔다. 마을회관 어르신들은 긴 여행을 떠난 학생들에게 시원한 수박을 나눠주고 잠깐 쉴 수 있는 쉼터도 제공해줬다. 떠나기 전에는 상상할 수 없었던 소중한 인연이다.

















↑↑ 창녕 남지철교 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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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은 어르신과 만남을 뒤로하고 살포시 내리는 비를 맞으며 다시 자전거를 타고 가기 시작했다. 체력이 약한 정 교사는 중간에 학생들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등 휴식을 취할 때도 쉬지 않고 자전거 패들을 밟아야 했다.


그렇게 학생들과 정 대장은 오전 7시쯤 학교에서 출발해 오후 7시쯤 한 숙소에 묵은 뒤 다음날 다시 자전거를 타고 대구로 향했다. 마침내 학생들은 계획대로 대구 잼버리 대회가 열리는 대구광역시 달성군 구지면 오설리 일원에 도착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다. 학생들은 3일부터 9일까지 6박 7일간 밧줄체험, 수상활동, 스카우트 골든벨 등 체험을 모두 마치고 다시 자전거를 타고 양산으로 돌아와야 했다. 결국 함께했던 학생 11명 가운데 잼버리에서 부상을 입은 학생 한 명을 제외하고 10명은 모두 성공적으로 종주를 마칠 수 있었다.


박 도반장은 “솔직히 선생님이 너무 힘들어하셔서 갈 때는 버스를 탈 것이라 생각했어요. 힘든 데, 정말 힘들었지만 선생님이 다시 가자고 하니 힘을 내서 출발했죠. 도착하니 씻고 쉬고 싶다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어요. 이렇게 길게 자전거를 타본 경험은 처음이죠. 좋아하는 선생님, 친구들과 함께 가니 재밌었지만 그만큼 힘들기도 했어요”라고 말했다.


3학년 배지훈 학생은 “원래 취미가 자전거였어요. 약한 후배가 조금 힘들어해서 뒤에서 밀어주고 이끌어주면서 여기까지 왔죠. 오면서 무릎을 조금 다치기도 하고, 친구 자전거가 펑크가 나고 핸들이 돌아가기도 해서 놀라기도 했지만 멈춰서 고치고 다시 출발했어요.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여기까지 온 사실이 놀라워요”라고 말했다.


3학년 여기찬 학생은 “친구들과 함께 추억을 쌓을 수 있어 좋았어요. 부모님이 걱정을 많이 하셨지만 즐겁게 잘 다녀왔죠. 평소 학교 안에서 조금 답답했는데 밖으로 나와 이런 좋은 경험을 할 수 있게 도와주신 선생님께 감사해요”라고 말했다.
        













↑↑ 6박 7일 간 종주를 마치고 학교로 돌아오는 학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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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학생이 약하다는 생각은 편견이죠”


















↑↑ 정종철, 박미주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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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자전거 종주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물금동아중학교 스카우트를 담당하고 있는 정종철 교사와 박미주(41, 기술가정 교사) 교사 덕분이다. 정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땀을 흘리며 긴 시간 함께했고, 박 교사는 학생들이 안전하게 가고 있는지 수시로 확인했으며 떠날 때 자리를 정리하는 등 뒤를 꼼꼼하게 챙겼다. 두 사람의 노력이 학생들에게 큰 경험을 선물했다.



처음에 정 교사는 아이들이 힘든 경험을 하고 깨닫기를 기대하며 출발했다. 그러나 정 교사 기대와 달리 학생들은 오히려 즐거운 경험으로 받아들였다.


“기획의도와 전혀 달랐죠. 힘들 긴 했지만 그것을 이겨내고 극복하는 것을 생각했는데 의도와 다르게 아이들이 좋아하는 모습을 봤어요 보통 아이들이 나이가 어리니 나약하다고 생각하는 어른이 많은데 절대 그렇지 않죠”


정 교사는 학생들과 함께 종주하며 선배가 후배를 생각하는 마음과 서로를 의지하며 힘든 순간을 버텨내는 모습에서 학생들의 힘을 발견했다.


박 교사는 자전거를 타고 온 학생들을 챙기고 6박 7일 동안 잼버리에서 학생들과 함께했다.


“처음에 걱정을 많이 했는데 도착한 아이들 모습을 보니 오히려 즐거워 보였죠. 이곳에 부임한 지 4년 정도 됐는데 모교라 더 정이 가요. 힘들었지만 학생들과 추억을 쌓을 수 있어 좋았죠. 학생들이 멋진 성인으로 성장하게 돕고 싶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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