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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당신이 머문 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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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머문 자리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6/08/23 10:18 수정 2016.08.23 10:18













 
↑↑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올여름 역대급 무더위로 어딜 가든 피서객이 북적인다. 산과 계곡, 바다는 물론 공원과 다중이용시설 등 도심 속 피서 명당에도 빈자리를 찾을 수 없을 정도다. 그럴 때면 늘 뒤따르는 문제가 있다. 바로 쓰레기다. 피서객이 버리는 쓰레기로 인해 피서지는 올해도 역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5월 어스름한 새벽, 쓰레기로 뒤덮인 부산 민락동 수변공원을 망연자실하게 바라보는 환경미화원 뒷모습이 담긴 사진 한 장이 부산경찰청 페이스북을 통해 공개되면서 시민의식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지만 여전히 변한 게 별로 없다.


이런 사례는 굳이 멀리서 찾을 필요도 없다. 내원사, 홍룡사, 무지개폭포, 시명골 등 양산지역 피서지에서도 해마다 벌어지는 일이다. 양산시와 지역주민, 시민ㆍ사회단체 등이 쓰레기 처리에 나서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오히려 이들 눈을 피해 곳곳에 숨겨 놓은 쓰레기는 처리하기도 힘든 실정이다.


각종 매체는 해마다 7~8월, 여름휴가철이면 어김없이 피서지 쓰레기 문제를 보도한다. 본지도 마찬가지다. 이 시기 피서지 점검 기사 방향을 정할 때 쓰레기 문제는 빠지지 않는 아이템이다. 기사가 될지 안 될지 고민할 필요도 없다. 어느 곳이든 취재를 나가기만 하면 무조건 기사를 건질 수 있다. 도심 속 거리도 마찬가지다. 건물 구석진 곳은 어김없이 쓰레기가 놓여 있고, 사람 손이 닿는 곳에는 플라스틱 음료 컵과 빈 병이 놓여 있다. 가끔 서로 약속이나 한 듯 플라스틱 컵을 열 맞춰 세워 놓거나 예술적으로 쌓아놔 감탄이 나오기도 한다.


쓰레기 불법 투기 문제가 어제오늘 일은 아니다. 과거에 비해 조금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쓰레기를 버리는 사람의 비양심, 쓰레기 처리시설 부족, 일회용품 사용 증가 등은 길거리에 쓰레기가 줄어들지 않는 이유다.


일본으로 취재를 가거나 여행을 가면 볼 때마다 부러운 것이 있다. 관광지든, 도심지든, 주택가든, 어디를 가나 깨끗한 거리다. 가끔은 사람 사는 곳이 맞나 할 정도로 깨끗한 모습을 보면 조금은 비인간적(?)이지 않나 싶기도 하지만 티끌만 한 쓰레기 조각 하나 보이지 않는 거리 모습에 놀라움과 부러움을 금할 길이 없다.


여름휴가는 올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요즘은 주5일 근무제 정착과 나들이 문화 확산으로 주말을 이용해 여행하는 사람도 많다. 사람은 머문 자리가 아름다워야 한다고 한다. 내가 머물렀던 자리가 과연 아름답게 빛나는지, 추억이 남아야 할 여행지에 쓰레기만 남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볼 때다.


덧붙여, 쓰레기를 버리지 말아야 한다는 지극히 당연한 내용을 앞으로는 당연하게 기사로 쓰지 않는 날이 오기를, 피서지 쓰레기 문제가 더 이상 기사 아이템으로서 가치가 없어지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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