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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제 살 깎아 먹는 줄 모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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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살 깎아 먹는 줄 모르고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6/09/06 09:29 수정 2016.09.06 09:29













 
↑↑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지난 주말 차를 한 잔 마시기 위해 집을 나섰다. 커피를 주문하고 자리에 앉으니 잠시 후 중년 남녀가 들어와 옆자리에 앉았다. 그들도 커피를 한 잔씩 주문하고는 대화를 시작했다. 바로 옆자리인 데다 두 사람 목소리가 커 본의 아니게(?) 대화를 엿들어야 했다.


대화 주제는 부동산. 남자는 건설 관련 일을 하는 것으로 보였다. 본인 말로는 아파트를 수십 채 갖고 있다고 했다. 여자 역시 아파트 분양권 거래로 이른바 ‘피’(프리미엄을 뜻하는 말로 분양가격과 매도가격 사이 차액)를 남겨 돈을 버는 듯했다.


대화 내용은 간단했다. 양산지역 아파트 시세에 관한 내용으로 어느 지역 아파트가 가장 많이 오를지, 어떻게 해야 ‘피’를 가장 많이 남길 수 있는지에 대해 두 사람은 목소리 높여가며 이야기했다. 대화만으로 보면 그들은 부동산 전문가 이상이었다. 아파트뿐만 아니라 지역에 건설 예정인 상업시설에 대해서도 꿰뚫고 있었다. 어떤 아파트를 사야 많은 ‘피’를 붙여 되팔 수 있는지를 놓고 서로 열변을 토했다.


30분 이상 지속한 그들 대화를 듣고 있자니 가뜩이나 쓴 커피가 더 쓰게 느껴졌다. 10년을 넘게 일해도 아직 월세 신세를 못 벗어난 내가 어딘가 모자란 사람인가 싶은 생각도 들었다. 그들 대화를 들으면 들을수록 커피 맛은 떨어졌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 주택보급률은 103%를 넘어섰다. 주택보급률은 주택 수를 주택 수요자인 가구 수로 나눈 비율이다. 즉 주택보급률이 100%를 넘었다는 것은 가구 수보다 주택이 많음을 뜻한다. 주택보급률만 놓고 보면 집 없는 사람이 거의 없어야 한다. 하지만 현실은 이와 많이 다르다.


부동산 경기가 좋다 나쁘다 해도 어쨌거나 매년 아파트는 늘어나고 있다. 수요와 공급이라는 경제논리로 보면 늘어나는 아파트만큼 가격은 내려가야 한다. 그런데 이 역시 현실과 많이 다르다. 왜 그럴까? 현실과 이론 사이에 어떤 요인들이 작용하기에 이런 ‘오류’가 발생하는 것일까?


다시 아까 두 중년 남녀 이야기로 돌아가자. 그들이 돈을 버는 방법, 즉 분양권을 사서 되파는 행위는 불법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이런 분양권 불법전매가 일부 돈 많은 사람이나 하는 ‘특별한’ 짓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민 다수가 적극 가담하거나 최소한 소극 동조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이런 분양권 불법전매로 아파트 가격은 계속 올라간다. 그러면 누군가는 내가 올려놓은 가격에 아파트를 산다. 이 말은 결국 나 역시 아파트를 살 때 누군가 올려놓은 ‘피’까지 부담해야 한다는 뜻이다. 내가 올린 집값이 나는 물론 내 자식, 내 형제, 내 친구가 집을 살 때 부담해야 하는 돈이 되는 것이다. 이처럼 돌고 돌아 제 살 깎아 먹는 악순환은 주택보급률이 아무리 높아져도 아파트 가격이 내려가지 않는 이유가 되고 있다.


의(衣), 식(食), 주(住)는 삶의 기본 요소다. 셋 중 하나라도 없어서는 안 된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주’(住)는 부를 쌓는 경제 수단이 됐고, 사람들이 치열하게(?) 집값을 올려놓은 덕분에 정작 다수의 사람이 평생 ‘주’(住)의 불안 속에 살아가고 있다.


하긴 이런 이야기는 떠들어봐야 공염불이다. 오늘 아침 국회에서 반대하는 장관을 대통령이 임명했다는 소식이 들린다. 그들이 누구인가? 부동산(아파트) 투기로 수 억 원을 벌어들인 사람들 아닌가. 이런 마당에 일개 서민이 아파트 한두 채로 ‘푼돈’ 좀 벌어보겠다는 걸 무슨 염치로 나쁘다 하겠나. 그냥 내 월급통장 지출내역에 찍힌 ‘월세’를 보니 오늘따라 믹스 커피 한 잔도 유난히 떫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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