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여진이 수차례 이어지면서 주민 사이에서는 건물 붕괴 우려까지 제기되며 단순 불안을 넘어 공포로 이어지고 있다.
건물 붕괴 우려는 규모 5.8 지진을 견뎠지만 잦은 여진에 건물 피로도가 높아질 수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건물 피로도’(피로 현상)란 지진 등으로 건물(콘크리트) 내부에 쌓인 충격을 의미한다.
실제로 홍태경 연세대 지구과학과 교수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규모 5.8 정도면 여진이 수개월까지 지속할 수 있다”며 “여진이 계속 발생하면 건물에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그러면 그동안 약해진 건물이 누적된 충격으로 피로도가 증가해 붕괴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처럼 지진에 대한 불안이 극도로 치닫는 상황에서 주민을 진정시켜야 할 지자체에서는 어떤 조처도 취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고층 아파트에 거주하는 일부 주민은 지진 이후 건물 내구성에 대한 특별 점검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중부동에 사는 박아무개(39) 씨는 “건물 전체가 흔들릴 만큼 큰 지진을 겪었고, 이후 수차례 여진이 이어진 만큼 건물에 대한 특별 검사 등이 필요한 것 아니냐”며 “어떠한 조치라도 좋으니 주민이 불안해하지 않도록 양산시가 뭐라도 좀 하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특별 점검에 대해 양산시는 “이번 지진에 따른 특별점검 계획은 없다”고 못을 박았다.
양산시 안전총괄과는 “일정 규모 이상 건물은 <시설물의 안전관리에 관한 특별법>에 따라 매년 두 차례 정기점검을 받는 만큼 지진에 따른 별도 검사는 필요 없다고 판단된다”라며 “만약 정기점검 과정에서 균열 등 구조물에 문제가 발견되면 다시 정밀진단을 통해 관리하는 만큼 이번 지진으로 균열 등이 발생했다면 기존 검사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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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 연이은 지진으로 양산단층이 활성단층이라는 사실이 밝혀졌다. 특히 사진에서 보듯 지진이 최초 진앙으로부터 양산단층을 따라 남남서쪽으로 이동하면서 양산지역과 가까워지고 있어 시민 불안이 가중되고 있다. 환경운동연합 자료제공 |
ⓒ 양산시민신문 |
안전총괄과는 일반 아파트 경우 공공시설이 아닌 만큼 예산 투입이 곤란하기 때문에 특별점검이 더욱 어렵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하지만 공공시설물인 교량과 터널 등에 대한 특별점검 역시 계획이 없긴 마찬가지다.
건물 안전검사와 더불어 지진 발생 이후 주민이 취해야 할 행동요령이나 대피 방법, 장소 등에 대해 안내를 전혀 하지 않았다는 점도 주민 사이에는 큰 불만이다. 첫 지진 발생 당시는 물론 규모 4.5 이상 지진이 일주일 사이 세 차례나 이어진 지금까지도 이런 안내가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불안한 주민이 자신이 거주하는 주택이나 아파트에 내진설계가 돼 있는지, 현재 건물 상태는 안전한지 등을 궁금해하지만 양산시는 이런 내용에 대해 안내할 계획조차 없다.
경북 포항시가 지난 20일부터 ‘지진 피해 건축물 상담소’를 설치해 건물 내진 설계 여부, 내진 등급ㆍ기준, 균열에 따른 위험도, 안전진단 여부 등을 안내하는 것과 비교된다. 현재 양산지역은 일부 아파트에서 자체적으로 내진설계 여부를 방송으로 안내하거나 전단을 통해 알리는 게 전부다.
이에 대해 양산시 공동주택과는 “지진 피해 건축물 상담소 운영 등은 우리 부서에서 담당할 업무는 아닌 것 같다”라며 “아파트 내진설계 여부는 확인할 수 있지만 어느 정도 강도까지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수치로 예기할 수 없다”고 말했다. 내진설계 내용을 들여다봐도 실제로 해당 건축물이 견딜 수 있는 지진 강도에 대한 구체적 기준(수치)이 없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공동주택과에 따르면 건축구조기준에 ‘500년 만에 한 번 발생할 수 있는 지진에도 견딜 수 있도록 설계해야 한다’는 등 개략적인 내용만 있어 견딜 수 있는 충격 강도를 추측할 수 있을 뿐 실제 정확한 수치를 알 수는 없다고 한다. 하지만 주민은 내진 설계 여부만이라도 알려준다면 지금보다 훨씬 마음이 놓이게 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한아무개(30, 중부동) 씨는 “원전을 가까이에 둔 도시가 큰 지진을 겪고도 제대로 된 매뉴얼조차 만들지 못한다는 건 심각한 문제”라고 비판하고 “지진 발생 10일이 지난 지금까지도 마을별 대피장소나 방법 등에 대해 아무런 안내가 없는 걸 보면 과연 양산시가 지진 대처 방안을 제대로 알고나 있는지 의문”이라며 행정당국 무능을 꼬집었다.
이처럼 최초 지진 발생 후 상당한 시간이 흘렀음에도 양산시가 주민 불안 해소를 위한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주민 불안감은 소극적인 행정에 대한 불만으로 이어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