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원동면 화제지역은 이번 태풍으로 복개천이 막혀 마을 뒷산에서 흘러내린 자갈이 마을을 덮치는 피해를 입었다. |
ⓒ 양산시민신문 |
태풍 차바가 원동지역에도 큰 피해를 남겼다. 주택 침수와 함께 농경지가 완전히 잠겨 수확을 앞둔 벼와 한참 성장 시기인 딸기 등 농작물이 치명적 피해를 당했다. 원동면 화제지역은 지난 5일 제18호 태풍 차바에 의해 주택 최소 10여 채와 농경지 12만㎡ 이상 침수 또는 붕괴 피해를 봤다.
화제 명언마을 경우 오봉산에서 빗물에 흘러내린 크고 작은 돌들로 마을 가운데를 관통하는 복개천(覆蓋川)이 막히면서 특히 큰 피해가 났다. 복개천을 덮은 콘크리트가 수압을 이기지 못해 군데군데 파손됐고, 파손된 콘크리트 사이로 물과 자갈이 넘쳐 온 마을을 뒤덮었다.
이로 인해 복개천 주변 가옥이 최소 10여 채 이상 침수했고, 일부는 돌무더기가 집을 뒤덮어 자칫 큰 인명사고도 날 뻔했다. 지방도1022호 주변 주택과 상점, 사무실 등도 도로보다 낮은 지형 탓에 허리 높이까지 물이 차는 피해를 봤다.
농경지 침수 피해도 컸다. 특히 4대강 살리기 연계사업으로 농경지 리모델링을 진행한 곳 인근에 피해가 집중했다.
문제는 이번 피해가 집중호우보다 행정당국 관리부실에 더 큰 원인이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자연재해가 아닌 인재(人災)라는 의미다.
주민은 복개천이 막힌 것은 지난해 진행한 비점오염저감사업 때문이라고 말한다. 주민은 비점오염저감사업으로 복개천이 직각으로 꺾이면서 저항이 심해졌다고 설명한다. 이번 태풍으로 그렇게 꺾인 부분에 돌무더기가 쌓였고, 결국 물이 흐를 수 없을 만큼 완전히 막혀 상류 지점에서 터져버렸다는 설명이다.
여기에 마을 뒤 오봉산을 무분별하게 개간한 것도 피해를 키운 이유로 지목하고 있다.
이번에 침수 피해를 본 김아무개(56) 씨는 “내가 50년을 넘게 이 마을에서 살았지만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며 “지대가 낮은 것도 아니고 콘크리트 바닥에서 이렇게 물이 터져 나올지 누가 알았겠느냐”며 분통을 터뜨렸다.
그는 “아무리 집중호우라지만 (비점오염저감사업) 공사를 어떻게 했길래 이런 피해가 날 수가 있는지 이해할 수 없다”며 “산에서 흘러내린 자갈이 집을 덮친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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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배수펌프장이 태풍으로 정전되면서 원동면 화제지역 농경지 약 12만㎡가 침수하는 피해를 입었다. |
ⓒ 양산시민신문 |
농경지 침수지역 주민 역시 분통 터지긴 마찬가지다. 이번에 침수된 지역은 바로 인근에 배수펌프장이 있는 곳이다. 그런데 농민들은 해당 배수펌프장이 평소 제대로 된 기능을 하지 못해 이번처럼 집중호우가 발생할 경우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을 꾸준히 제기해 왔다.
주민 설명에 따르면 실제 이번 태풍 때 배수 펌프장은 오전 11시부터 오후 2시까지 3시간 동안 정전돼 물을 퍼내지 못했다. 우려가 현실이 된 셈이다. 주민이 이번 피해를 인재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주민은 이번 태풍으로 화제지역 농경지 침수 피해는 대략 12만㎡에 이른다고 주장하고 있다.
임정섭 양산시의원(더민주, 물금ㆍ원동ㆍ강서) 역시 이번 피해는 집중호우가 원인이긴 하지만 행정당국 안전불감증이 피해를 키웠다는 입장이다.
임 의원은 “시의회에서 수해에 대비한 점검을 수차례 요구했음에도 전혀 이뤄진 게 없다”며 “특히 화제지역은 마을 인근 산에 불법 개간이 많이 이뤄진 데다 행정당국에서 유수지 역할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매립을 허가해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특히 “화제마을과 교동마을은 배수펌프장 역할이 중요하기 때문에 평소 철저하게 점검해야 한다고 그렇게 강조했는데 결국 필요한 순간에 제 기능을 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했다”고 안일한 행정을 비판했다.
이어 “배수펌프장은 만약 사태에 대비해 발전기나 보조 전력선(제2인입선)을 확보하고 있어야 하는데 화제배수펌프장은 그렇지 않았다”며 “결국 정전이 된 3시간 동안 전혀 기능하지 못하는 바람에 이렇게 피해를 키우게 된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처럼 피해 주민과 시의회에서 인재를 지적함에 따라 앞으로 복구와 보상 과정에서 적지 않은 논란이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