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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의심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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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심하라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6/11/01 09:07 수정 2016.11.01 09:07













 
↑↑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확실히 알 수 없어서 믿지 못하는 마음” 국어사전에 나온 ‘의심’의 뜻이다. 의심은 사실 ‘긍정’보다는 ‘부정’적 성격을 더 많이 가지고 있는 단어다. 하지만 ‘의심’ 앞에 ‘합리적’이라는 단어가 붙는다면 이는 ‘긍정’적 성격에 한 발짝 다가가게 된다.


‘합리적 의심’은 일종의 법률용어다. 대법원 판례에서 합리적 의심은 ‘모든 의문, 불신을 포함하는 것이 아니라 논리와 경험에 기해 요증사실과 양립할 수 없는 사실의 개연성에 대한 합리성 있는 의문’을 의미한다. 다시 말해 구체적이고 명확한 사실에 기반을 둔 의심이라는 말이다.


기자라는 직업을 가지면서 모든 현상을 삐딱하게 보기 위해 노력했다. 좋은 말로 합리적 의심이다. 너무 너그럽고, 넓은 이해심으로는 사회 부조리를 쉽게 찾아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무엇을 보더라도, 무엇을 하더라도, 무엇을 듣더라도 일단 의심한 뒤 “왜?”라고 반문한다. 그래서인지 대부분 기자는 성격이 까칠(?)하다. 일종의 직업병인 셈이다.


지난 2013년 7월 양산시가 배포한 한 보도자료에서 의심이 시작됐다. 양산시가 양산천과 원동 함포천 일원에 붕어와 잉어 등 치어 32만마리를 방류했다는 내용이었다. 이때부터 의심이 시작됐다. 32만마리 중 몇 마리나 살아남을까? 더구나 양산천에는 토종치어를 닥치는 대로 잡아먹는다는 외래어종인 배스와 블루길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 뒤였다. 양산시가 삽량문화축전 기간에 외래어종 낚시대회까지 여는 것은 이미 외래어종이 광범위하게 서식한다는 방증이 아니겠는가.


당시 양산시를 취재한 결과 담당 공무원은 내수면 어업인들과 협의를 통해 어종을 선정한 뒤 해마다 진행하는 사업이며, 배스 등이 서식하는 것은 알지만 대수롭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의심 없이 관행적으로 사업을 해왔다는 뜻이다. 이후로도 양산시는 한 해 수천만원씩 들여 계속해서 치어를 방류했다. 올해 또다시 이 문제에 대해 양산시에 문의했지만 기초 자치단체 차원에서 효과 검증이 어렵다는 답변과 함께 여전히 대책은 없었다.



다만, 달라진 것이 있다면 실효성이 검증되지 않은 사업이 왜 이렇게 계속하는지에 대한 대답을 들었다는 것이다. 국비를 지원받기 때문에 사업을 안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양산시 해명이 맞다면 의심은 가지만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치어 방류를 계속하겠다는 뜻이다.


‘치어를 먹는 배스가 사는 곳에 아무런 대책 없이 치어를 방류하는 게 효과가 있는가?’라는 것은 심각하게 따져보지 않아도 누구나 할 수 있는 합리적인 의심이다. 이런 의심이 들었다면 효과를 확인하고, 실효성이 없다면 사업을 그만두거나 사업 효과를 높이기 위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행정이 할 일이다.


양산시 입장에서는 단지 ‘눈 먼 돈’일 수 있는, 반드시 써야만 불이익을 받지 않는 국비가 내려온다고 해서 합리적 의심 없이 관행적으로 사업을 추진하는 것이 ‘선도 양산’에 부합하는 것인지 판단해볼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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