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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1등 수돗물의 굴욕
오피니언

1등 수돗물의 굴욕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6/11/29 10:09 수정 2016.11.29 10:09













 
↑↑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막연한 불안이 가장 큰 원인인 것 같아요. 아무리 깨끗하다 말해도 마시는 물이다 보니 걱정이 앞서는 거죠”

생수보다 건강한 물이라고 했다. 미네랄 등 각종 영양물질이 생수보다 풍부하다고 자랑했다. 실제 지난해 전국 155개 수도사업자를 대상으로 한 ‘수도사업 운영ㆍ관리 실태평가’에서 최우수 도시로 이름을 올렸다. 특히 수질관리분야 평가에서는 20점 만점을 받았다. 뛰어난 수질을 공인받은 것이다. 이만하면 1등 수돗물이라 불러도 과하지 않을 듯하다. 전국 최고 수준의 양산시 수돗물 이야기다. 

그런데 정작 시민 반응은 다르다. 수돗물을 믿지 못한다. 수돗물을 직접 받아 마시는 음용률이 10%에도 미치지 못한다. 비싸게 돈을 들여 깨끗하게, 그리고 건강하게 만들었지만 사람들은 끓여 먹거나, 아니면 생수를 따로 사 마신다. 

이유는 간단하다. 신뢰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행정에서 수질 관련 자료를 근거로 제시하고 널리 홍보해도 사람들 불신은 철옹성 같다. 

불신을 무너뜨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직접 증명하는 것이다. 입으로 ‘깨끗하다’, ‘좋다’, ‘1등이다’ 떠드는 것 보다 직접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는 게 가장 효과적이다. 수돗물에 대한 불신이 깊은 만큼 행정당국에서 먼저 수돗물을 애용하는 모습을 지속해서 보여줘야 한다.

지난 17일 양산시가 폭넓은 시민 의견을 시정에 반영하기 위한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기업인과, 언론인, 지역을 대표하는 각계각층 인사 200여명이 함께했다. 

양산시는 초대한 200여명 ‘손님’을 위해 간단한 요깃거리를 내 놓았다. 과자, 사탕, 양산삽량빵, 그리고 마실 물 한 병이다. 삽량빵은 양산시가 지역 대표 상표로 개발한 빵이지만 홍보 부족으로 시민에 잘 알려지진 않았다. 그런 면에서 이번 간담회 자리에 삽량빵을 선보였다는 건 좋은 시도였다.

그런데 양산시가 자랑하는 1등 수돗물은 삽량빵과 달랐다. 간담회에는 수돗물 대신 대기업에서 생산하는 먹는 샘물(생수)이 자리했다. 만점 수질에, 풍부한 미네랄로 건강에도 도움 되는 1등 수돗물이지만 지역을 대표하는 사람들 앞에서는 얼굴을 내밀지 못했다. 참고로 양산시가 직접 수돗물을 생수 형태로 생산하지는 않는다. 대신 한국수자원공사에서 만드는 생수 ‘K-워터’가 밀양댐 물로 만든 수돗물인데, 사실상 양산시 수돗물과 같다. 

지난 3월 세계 물의 날(22일)을 맞아 진행한 인터뷰에서 김진숙 상하수도사업소장은 양산시민 수돗물 음용률(飮用率)이 10%에도 미치지 못하는 점을 무척 아쉬워했다. 심지어 “사람들이 마시지도 않을 물을 이렇게 많은 비용을 들여 고품질로 생산할 필요가 있나 회의감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회의감’이라…. 이유가 뭘까? 왜 시민은 고품질로 생산한 수돗물을 마시지 않을까? 각자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결국 믿음 문제다. 앞서 이야기했듯 ‘불신’을 해결하는 가장 빠른 방법은 ‘증명’이다. 

양산시가 솔선수범해 수돗물을 마시는 모습을 보여주면 된다. 자신 있게 사람들 앞에 수돗물을 내세우고 소개해야 한다. 덧붙여 전국 최고 품질에 대해 좀 더 자세히 알리고 싶다면 생수병 겉면에 안내지(스티커) 한 장 정도 붙이는 것도 좋은 방법일 듯하다. 1등을 하고도 사람 앞에 나서지 못하는 ‘굴욕’을 스스로 만들 이유는 없다. 정말 수돗물의 뛰어난 품질을 알리고, 음용률을 높이고 싶다면 먼저 마시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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