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호동에 있는 양산여성장애인협동조합(이사장 이귀분)은 지난 2014년 7월 창립했다. 조합원은 7명이고, 비조합원 포함해 15명 정도가 함께 일한다. 조합 이름에서 알 수 있듯 근로자 대부분이 장애를 안고 있다. 이귀분(61) 이사장도 마찬가지다.
이들은 지역에서 생산하는 의약품 밴드를 포장하며 수익을 올린다. 조합을 설립하기 전부터 유일하게 해 온 일이다.
“아무래도 다들 몸이 불편하다 보니 이 일이 맞는 것 같아요. 다른 일도 조금 해 봤는데 쉽지 않더라고요. 물론 다른 일도 하고 싶어요. 10년 가까이 밴드 포장만 했는데 만약에라도 이 일이 끊겨 버리면 속수무책이잖아요”
지역에 밴드 제조 회사가 3곳인데 다행히 그동안 일이 끊긴 적은 없었다고 한다. 물론 그렇다고 앞으로도 일거리가 계속 있을 거라는 보장은 없다. 실제 최근까지 거래하던 업체와는 계약이 끊겨 두 달 전부터는 다른 업체와 일하고 있다. 안정된 사업을 위해서라도 일거리를 넓힐 필요가 있다.
“사실 우리가 할 수 있을까 하는 걱정도 있어요. 불편한 몸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분명 한계가 있잖아요. 그러다 보니 10년 가까이 해 온 일에서 벗어나는 게 쉽지만은 않아요. 다양한 일을 한다면 분명 수익도 늘어나고 안정성도 높아질 건데 말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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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협동조합을 설립한 이유도 조금 더 안정적인 회사를 운영하고 싶어서였다. 남들에게 의지하기 힘드니 서로 어깨를 기대고 함께 어려움과 맞서보자는 의미다.
사회적 협동조합을 설립했다면 이런저런 지원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사실 자신이 없었다. 그래서 일반협동조합을 꾸려 서로 배워가며, 이해해가며 일해 온 게 어느덧 2년이 됐다.
이 이사장은 현재 일거리를 다양하게 넓히는 고민보다 우선 조만간 헐리는 작업장에 대한 걱정이 크다. 지금 양산시 소유 건물을 무상으로 임대해 사용해 왔는데 양산시가 조만간 건물을 재건축할 예정이다.
이 이사장은 “양산시는 재건축하고 나서도 우리한테 작업할 수 있는 공간을 줄 거라고 하는데 혹여라도 작업 공간이 사라지면 우린 갈 곳이 없는 상태라 걱정하지 않을 수 없다”고 말했다.
사실 욕심을 내자면 전기나 수도요금도 지원받고 싶다. 어려운 살림이다 보니 추운 겨울에도 어지간한 날씨 아니면 난방을 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작업장을 무상으로 쓰는 상태다 보니 그 이상 바라는 건 욕심이라 생각하고 있다.
“큰 욕심은 없어요. 그냥 계속 일할 수 있었으면 좋겠어요. 우리 조합원들에겐 작은 일거리, 적은 월급도 남들보다 훨씬 소중하니까 그런 것들이 끊기지만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도 단순 작업은 충분히 기능하니까 그런 걸 좀 알아줬으면 좋겠어요. 몸이 불편한 대신 성실하게, 꼼꼼하게 최선을 다해 일하니까 업체들이 저희를 믿고 일거리를 좀 주시면 좋겠어요”
불편한 몸이기에 더 꼼꼼하다. 장인 정신으로 밴드 하나하나를 정리하는 그들의 손이 내년 겨울에는 좀 더 따듯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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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귀분 이사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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