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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 ||
ⓒ 양산시민신문 |
물론 후회, 아쉬움 역시 사람마다 차이는 있다. 다행히(?) 나는 성격상 떠나는 것, 보내야 하는 것에 미련을 잘 두지 않는 편이다. 앞날에 대한 기대도 마찬가지다. 연말이라 해서 특별히 지난 1년에 미련 갖지 않고, 새해라 해서 큰 기대나 희망을 품어본 적 없다. 사실 과거를 돌아보고 미래를 설계하는 것은 삶을 알차게 보내는 데는 꽤 도움 되는 방법이다. 그런데 타고난 게으름과 무신경 덕분(?)에 나는 매번 그저 그런 1년을 보내고 있는지도 모르겠다.
어쨌거나 내년은 내게도 조금은 특별하다. 공자가 자신은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았다”고 말한 ‘불혹’, 즉 마흔이 되기 때문이다.
불혹(不惑). 괜히 부담된다. 이제 청년이란 단어와는 이별해야 할 것 같고, 그렇다고 중년이란 단어는 무척 껄끄럽다. 청년이란 단어에는 미련이 남고, 중년이란 단어에는 거부감이 든다. 왠지 청년과 중년 사이 끼어버린, 애매한 세대가 되는 느낌이다. 게다가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아야 한다니….
그러고 보니 이 느낌 낯설지 않다. 10년 전에도 그랬던 것 같다. 서른을 눈앞에 둔 스물아홉 시절에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줄기차게 듣고 부르던 그때 말이다. 난 당시 인생에서 가장 뜨겁다는 20대와 이별하며 마치 내 청춘도 끝나는 듯 아쉬워했다.
그런데 막상 10년이란 세월을 30대로 살아보니 20대와 크게 다를 게 없었다. 신체적으로 조금씩 노쇠하고 있다는 게 느껴져 아쉽긴 하지만 철이 없는 건 여전하다. 아직 친구를 만나면 시답지 않은 얘기에 낄낄거리고 쓸데없는 농담 주고받으며 시간을 보낸다.
그런 철딱서니들이 지금 불혹을 앞두고 있다. 보다 진지한 태도로 삶을 살아야 할 것만 같고, 더 많은 책임 속에 사람을 만나야만 할 것 같다. 매일같이 직장에서, 가정에서 다양한 유혹 속에 살아가는 우리에게 ‘불혹’이란 단어는 왠지 낯설고 부담스럽다.
과연 나이 마흔에는 흔들리지 않아야 할까? 모든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은 없다고 했는데…. 내가 공자도 아니고…. 수많은 물음에 자답해 봐도 결론은 하나다. 나는 분명 앞으로도 셀 수 없이 많은 유혹을 직면하고 때론 그 유혹에 넘어가며 살리라는 것. 그리고 공자의 삶 보다는 그런 유혹의 인생이 내게 더 어울리는 옷이라는 점.
그래, 나이에 의미두지 말자. 어차피 50이 돼서도 나는 하늘의 뜻을 알지 못한다. 나이 한 살 더 먹었다고 뭔가를 이뤄야 한다는 부담도 버리자. 어제 보다 오늘이, 오늘 보다 내일이 조금 더 행복하면 충분하다. 돌리지 못할 지난 일에 호들갑 떨 필요도 없고, 새해라며 능력 밖 계획을 세울 것도 없다.
새로운 해는 없다. 50억년 넘게 묵은 태양이 내일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을 뿐이다. 의미두지 말자. 거창하게 포장하지 말자. 그저 책이나 좀 더 읽고, 녹슬어 가는 몸뚱이에 적당한 기름칠만 해도 충분히 가치 있는 시간이다. 올해처럼 수많은 유혹과 갈등에 흔들리며 살자. 대신 유혹의 결과로 남에게 상처 주는 일만 없도록 하자. 그게 내가 새해를 맞는 자세다.
새해 그까짓 거~! 유혹 그까짓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