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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창대한 시작, 초라한 끝… 125억원 챙겨 떠난 전지연구센..
경제

창대한 시작, 초라한 끝… 125억원 챙겨 떠난 전지연구센터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7/01/03 09:55 수정 2017.01.03 09:55
2012년 문 연 양산 전지연구센터 성과 없이 5년 만에 양산 떠나
유치 자랑하던 양산시, 실패 인정 “치적 위한 기관 유치 반성해야”

2012년 문을 연 한국전기연구원 양산센터(양산 전지연구센터)가 결국 5년 만에 양산을 떠났다.



오는 4월까지 사업 기간(사무실 임대기간)이 남아있음에도 전지연구센터는 지난해 11월 짐을 꾸려 곧장 사무실을 비웠다. 양산시도 5년 전과 달리 떠나는 전지연구센터를 붙잡지 않았다. 둘 다 미련 없이 떠나고, 떠나보냈다.


전지연구센터가 5년 만에 양산을 떠나자 사업 실패에 대한 의견이 분분하다. 다만 사업 목표 달성에 실패했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전지연구센터는 지난 2012년 4월 전지(Battery) 분야를 집중 연구하기 위해 한국전기연구원 조직 일부를 확대해 양산으로 옮겼다. 시청 제2청사에 연구 시설을 마련하고 5년간 국고 125억원 등을 지원받아 ‘차세대 2차 전지 핵심 기술 개발 및 기술 지원 사업’을 수행해 왔다.


당시 양산시는 차세대 중대형 2차 전지 기술 개발과 지역 관련 기업 소재원천기술, 2차 전지 공정 최적화 사업을 병행해 지역 경제 발전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전지 분야는 앞으로 대세 산업이 될 수밖에 없는 친환경 자동차 산업 핵심 기술로 자동차 협력업체 기술 발전에 막대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판단했다. 더불어 전지연구센터가 지역 기업 개별 기술 연구 기관으로 활용이 가능하다며 연구 위탁 등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키워나가겠다고 밝혔다.


김호용 한국전기연구원장 역시 개소식에서 “동남권 전지 산업 발전을 위한 교두보이자 저탄소 녹색성장을 위한 허브기능을 담당하는 출발점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매우 크다”고 말했다.
















↑↑ 신성장동력을 키우겠다며 전지연구센터가 2012년 4월 시청 제2청사에서 개소식을 가졌지만 정작 아무런 실적을 남기지 않고 5년만에 다시 양산을 떠났다.
ⓒ 양산시민신문


하지만 결과적으로 양산시와 한국전기연구원 모두가 ‘허언’을 한 꼴이 됐다. 그나마 한국전기연구원은 5년 동안 125억원의 예산을 지원받아 각종 장비를 구축한 만큼 잇속이라도 챙겼지만, 양산시는 사무실만 빌려주고 얻은 이익은 전혀 없다는 놀림까지 받는 처지가 됐다.


문제는 전지연구센터 유치가 처음부터 실패할 수밖에 없었다는 지적이 나온다는 점이다. 연구센터라고 하지만 시설 규모도, 연구 인력도 턱없이 부족한 수준으로 출발했기 때문이다. 제대로 된 연구시설도 없이 시작한데다 센터에 상주하는 인력이 아예 없었기 때문이다.


결국 만 5년 동안 전지연구센터는 별다른 연구 성과를 내놓지 못했다. 이런 문제는 이전 당시부터 예상한 것이다. 적어도 전지연구센터 연구가 하이브리드, 전지산업 등 지역 관련 업체와 직접 연계돼야 하는데 과연 실제 그런 역할을 할 수 있을지에 대해 부정적 시각이 많았다.


2014년 나동연 양산시장이 센터를 방문해 수요자 중심 기술개발ㆍ지원으로 지역산업 고도화를 이끌어 달라고 당부할 때만 하더라도 그마나 기대가 남아 있었다. 하지만 이후에도 전지연구센터가 가시적 성과를 내놓지 못하고 지역 기업과 협업 역시 내세울 게 없는 상황이 되자 양산시는 결국 관련 사업에서 손을 놓았다.


한편, 전지연구센터가 성과 없이 양산을 떠나자 이를 두고 지역정치권에서 치적 쌓기용으로 무리하게 사업을 진행했기 때문이라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지역에서 자동차 부품공장을 운영하는 한 기업은 “정치권이 전지연구센터 유치 계획을 세울 당시 과연 우리 지역 기업에 실제 얼마나 필요한 기관인지, 어떤 성과를 낳을 수 있을지 고민했는지 궁금하다”며 “그냥 외부에 보여주기 위한 결과물이 바로 전지연구센터”라고 꼬집었다.



또한 “유치를 했으면 실제 지역 기업들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을 찾기 위해 고민해야 하는데 정치권은 이런 문제에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 같다”며 “생각없이 기관을 유치해 예산을 낭비한 것도 문제지만 유치한 연구기관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정치권 무능이 어쩌면 더 큰 문제”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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