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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매화꽃 구경 왔다가 잡상인에 질려서 가네요” ..
사회

“매화꽃 구경 왔다가 잡상인에 질려서 가네요”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7/03/14 10:07 수정 2017.03.14 10:07
개막 일주일 남은 원동매화축제장
노점상만 40여개… 잡상인 ‘천국’

꽃구경 위해 행사무대도 옮겼지만
지난해 보다 잡상인만 더 늘어나

땅 빌려주고 돈 받는다는 소문도
상인 “돈까지 냈는데 뭐가 문제냐”

“잡상인 구경을 온 건지, 꽃구경을 온 건지 모르겠네요. 요샛말로 ‘내가 이러려고 새벽부터 그렇게 설레발을 친 건가’ 하는 자괴감이 듭니다”


제11회 원동매화축제가 오는 18일 개막을 앞두고 있지만 벌써부터 관광객 사이에 불만이 쏟아지고 있다. 행사장 일대를 가득 매운 노점상 때문이다. 특히 이번 축제는 양산시가 차분한 분위기에서 아름다운 자연풍경을 즐길 수 있도록 축제 기획단계에서부터 각종 행사 무대까지 과거와 다른 면모를 보여주겠다며 의지를 밝혔지만 노점상 난립으로 행사 취지를 망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축제를 일주일 앞둔 지난 12일 원동매화축제 주 행사장인 쌍포매실다목적광장에는 오전 10시부터 이미 많은 인파가 몰려 있었다. 더불어 40여개나 되는 노점상 역시 빈 공간을 찾기 힘들 정도로 빽빽하게 들어차 있었다. 각설이는 물론 커피, 핫도그 등 단순 먹을거리부터 공예품과 한약재, 가전제품, 사주ㆍ관상가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각설이 품바 공연과 각 노점에서 틀어놓은 노랫소리, 행사장 귀퉁이에서 ‘결식아동 돕기 자선공연’이란 제목을 걸고 공연하는 스님까지 얽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음식점을 하는 노점상들은 지나는 사람들을 붙잡고 호객행위도 마다하지 않았다. 행사장 입구에서부터 이미 “관광객들이 오롯이 매화만을 즐길 수 있도록 하겠다”는 양산시 계획은 온데간데 없었다.


행사 분위기를 흐리는 것도 모자라 일부 노점상들은 관광객과 언쟁을 벌이기도 했다. 호객행위를 하던 노점상이 자신의 음식점을 그냥 지나치던 관광객에게 “다른 곳에 가서 바가지나 써라”고 막말을 내뱉었고, 이를 들은 관광객이 항의하며 말다툼이 일어난 것이다.


이 모습을 지켜본 한 관광객은 “수년째 매화축제를 보러 오곤 하는데 올해처럼 많은 노점상은 처음”이라며 “축제 현장에 노점상이 전혀 없을 순 없겠지만 지금 이곳은 분명히 매화축제와는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라고 꼬집었다.


미나리축제와 함께 꽃구경을 위해 행사장을 찾았다는 홍기훈(51, 부산) 씨 가족 역시 인상을 지푸렸다. 홍 씨는 “차가 밀릴까봐 집에서 아침 8시에 출발해서 왔는데 생각했던 분위기와는 많이 다른 것 같다”며 “꽃도 좀 덜 핀 모습이라 아쉽고, 무엇보다 노점상이 많아 시끄럽고, 정작 먹을 만한 것들은 별로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딸 홍지민(21) 씨 역시 “지난해 친구들이랑 왔다가 꽃이 예뻐서 올해는 식구들과 함께 오게 됐는데 야시장이 이렇게 펼쳐져 있는 줄은 몰랐다”며 “특히 조금 전 노점상 아줌마가 관광객에게 욕설하는 모습을 보고 정말 놀랐다”고 말했다. 이어 “올해 축제는 광고도 많이 하길래 다음 주에 다시 한 번 올까 생각했는데 그럴 마음이 싹 사라졌다”고 덧붙였다.


상황이 이런데도 정작 관리ㆍ감독해야 할 양산시는 손을 놓고 있는 상태다. 더구나 불법노점상에게 일부 주민들이 이른 바 ‘자릿세’를 받고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지만 양산시는 ‘어쩔 수 없다’는 입장만 되풀이하고 있다.


노점상이 자리 잡은 장소는 시유지라 주민들이 돈을 받고 빌려줄 수 있는 공간이 아니어서 자릿세 문제가 의혹이 아니라면 사실상 양산시가 묵인한 것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편, 양산시는 “마음 같아선 노점상을 모두 정리하고 싶지만 현실적으로 막아낼 수 있는 방법이 없다”며 “노점상에서 발생하는 소음 문제는 행사 당일 우리가 조용히 시킬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자릿세 문제에 대해 “이장단협의회 쪽에서 얼마 정도 받고 있는 것으로 안다”며 “노점상들로 인해 쓰레기 등 주변 마을이 입는 피해가 커 청소비용 등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해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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