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들은 때론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르기도 하지만 피해자들에겐 ‘예고’가 없다. 부지불식간에 닥쳐온 끔찍한 순간. 결코 겪고 싶지 않은 아픔이자 지워내고 싶은 기억이다. 하지만 누구에게나 닥칠 수 있는 위험이고, 피해자가 되면 평생 지워내기 힘든 상처를 안고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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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사정책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범죄 피해자와 그 가족 상당수가 사건 이후 경제ㆍ정신적 고통에 시달리고,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살인 피해자들의 피해 회복은 매우 더디고 성폭력 피해자는 심리적 회복 수준이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런 범죄피해자들을 위해 경찰청은 지난 2015년부터 범죄 피해자 전담경찰관 제도를 운영하고 있다. ‘피해자들이 두 번 눈물 흘리지 않도록 하겠다’는 각오로 범죄 피해자 육체와 정신적 피해까지 회복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다.
피해자 전담경찰관은 살인, 강도, 방화, 중ㆍ상해, 체포ㆍ감금, 약취ㆍ유인 등 주요폭력 사건과 교통사고 사망, 성폭력, 기타 피해자 지원 요청사건에 대해 필요한 각종 지원을 찾고, 피해 회복을 돕는 역할을 한다.
양산경찰서(서장 정재화) 역시 지난 2015년 2월부터 피해자 전담경찰관 제도를 운영해 왔다. 청문감사실 소속 경찰관 1명을 배치해 지역 범죄 피해자들을 돕는다. 윤유진 경사가 지난해까지 피해자 전담경찰관으로 일했고, 올해부터는 박경석 경사가 바통을 넘겨받았다.
“그동안은 정확한 수사에 집중하다 보니 피의자에게 모든 관심이 쏠렸고, 피해자를 제대로 챙기지 못한 게 사실입니다. 가장 많은 상처를 받고, 정작 도움이 필요한 사람이 피해자인데 사실상 제도권에서 아무런 관심을 갖지 않았던 거죠”
전담경찰관 제도를 시행한지 만 2년 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효과는 적지 않다는 평가다. 양산지역에서만 220여명 정도가 지원을 받았다. 금전적 지원뿐만 아니라 심리 치료와 법적 상담까지 지원 범위도 폭넓다. 물론 피해자가 입은 신체ㆍ정신적 충격과 경제적 피해와 비교하면 지원이 턱없이 부족한 건 사실이지만 삶이 송두리째 무너진 이들에게는 디디고 일어설 수 있는 큰 힘이 된다. 한정된 재원에 부족한 인력으로 일하다 보니 아직 챙기지 못하는 피해자가 더 많지만 그나마 지난해부터는 양산시가 <양산시 범죄피해자 보호 조례>를 제정해 지원을 시작,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더불어 이마트 등 지역 민간단체에서도 기금 범죄 피해자 보호에 관심을 보이며 도움의 손길을 내밀고 있다.
지난해까지 전담경찰로 활동해 온 윤유진 경사는 “피해자들은 전혀 예측하지 못한 상황에서 피해를 입고, 또 그 피해를 스스로 치유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저 역시 수사부서에 있을 때는 수사에만 집중하다 보니 피해자 아픔을 몰랐다”고 말했다. 윤 경사는 “이 일을 시작하면서 피해자 입장을 돌아보게 됐는데, 작은 지원이라도 그들에게는 얼마나 큰 도움이 되는지 알 수 있었다”고 덧붙였다.
올해부터 전담경찰로 활약 중인 박경석 경사는 “가끔 여성 피해자, 특히 성범죄 관련 피해자를 만나는 경우 남성 경찰이다 보니 여러 어려움이 생기기도 하는데 그런 경우 윤유진 경사 도움을 받아 피해자 심리 안정에 집중한다”며 “피해자보호 전담경찰 제도는 결국 피해자 아픔을 함께 보듬기 위한 일인 만큼 피해자 상처를 진심으로 어루만질 수 있는 경찰이 되고 싶다”고 각오를 밝혔다.
박 경사는 “어떤 제도든 하루아침에 정착되긴 힘든 만큼 피해자보호 제도 역시 서서히 안정될 것이라 믿는다”며 “이 제도가 시민과 경찰을 보다 가까이 이어주는 역할을 할 것으로 믿고 피해자들 역시 어려워 말고 우리에게 도움의 손길을 내밀어 달라”고 덧붙였다.
문의 387-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