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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매화축제, 더 냉정한 반성문을 기대한다..
오피니언

매화축제, 더 냉정한 반성문을 기대한다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7/03/28 09:28 수정 2017.03.28 09:28













 
↑↑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올해도 어김없이 많은 손님이 봄을 맞은 내 고향 원동을 찾았다. 북적인 사람들 덕분에(?) 평소 결코 경험하지 못할 교통체증도 다시 실감해야 했지만, 그래도 우리 동네를 찾은 반가운 손님들인 만큼 주민들도 부족함 없도록 최선을 다해 봉사에 나섰다. 

양산시는 이번 제11회 원동매화축제에 42만명이 몰렸다고 밝혔다. 어떤 셈법으로 42만명이란 계산이 나왔는지는 몰라도 매화축제 현장 주변이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 건 분명하다. 

양산시는 이번 축제에 대해 다음과 같이 평가했다. 

“전국에서 몰린 42만여 관광객이 원동 매화의 아름다움에 흠뻑 취했다”, “원동매화축제가 전국적인 봄 축제로 명성을 높여가고 있다”, “다채로운 프로그램과 체험부스로 관광객 오감을 즐겁게 했다”, “무료 순환버스, 교통통제구간 적극 홍보로 방문객 불편을 크게 해소했다”

과연 그럴까? 정말 양산시 평가처럼 ‘오감을 만족하게 한 축제’였을까? 취재 현장에서 만난 관광객 반응은 이런 평가와 사뭇 달랐다. 

“원동역에서 30분 넘게 걷는 동안 꽃은 하나도 못 봤고, 행사장에도 꽃이 전혀 없어 놀랐다”, “셔틀버스 타기 위해 30분을 걷고, 버스 타려고 또 30분을 기다렸다. 축제를 소개한 친구에게 미안한 생각이 들었다”, “행사장은 뭐고, 공연장은 뭔지…. 왔다 갔다 하는데 시간 다 버렸다”, “11년째 하는 축제라는데 정작 꽃은 빠져 있었다”, “조용히 꽃구경하러 왔는데 자기네 점포에서 밥 안 먹었다고 노점상한테 욕만 먹고 간다”

참 상반되는 반응이다. 축제를 준비한 측에서는 작은 불편은 있었지만 크게 성공한 축제라고 평가했지만 축제를 즐긴(?) 사람들은 작은 볼거리를 위해 큰 불편을 감내해야 하는 실망스러운 행사라고 말했다. 안타깝지만 기자로서, 아니 동네 사람으로서 봐도 양산시 평가보단 까칠했던 관광객 평가에 더 마음이 간다. 

양산시가 오롯이 꽃을 즐길 수 있도록 꽃놀이 공간과 행사장을 분리한 시도에 충분히 박수를 보내지만 그런 기획 의도를 살리지 못한 부분에 실망한 것도 사실이다. 시끄러운 각설이는 관광객이 매화를 ‘오롯이’ 즐길 권리를 침해했고, 멀리 떨어진 행사장은 오히려 오가는 시간만 빼앗았을 뿐이다.

 
‘차량 정체가 심하니 가능한 열차를 이용하라’고 홍보해놓고 정작 원동역에서 주 행사장까지 2km 가까운 길을 걷는 동안 보고 즐길 수 있는 내용이 부실했던 것도 문제다. 기껏 힘들게 30여분을 걸어 행사장에 도착해도 마찬가지. 양산시는 주 행사장에 다양한 공연과 많은 즐길 거리를 준비했지만 정작 행사장은 단 한 송이 매화도 없는 곳이다. 그런 곳에 ‘다양한 프로그램’과 ‘많은 체험 부스’를 준비해 본들 꽃을 보러 온 관광객들에게 무슨 감흥을 주겠는가. 

양산시는 축제가 끝나면 해마다 “여러 문제점을 면밀히 파악해 내년에는 더욱 발전한 축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는 말을 유행어처럼 반복해왔다. 양산시는 올해도 분명 결과보고회를 열고 이번 축제에서 잘된 점과 부족한 부분을 살필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번 보고회에서는 ‘42만여명이 다녀간 성공적 축제’라는 자화자찬보다 관광객들이 내린 ‘까칠한 평가’에 관심을 뒀으면 좋겠다. 

관광객 평가를 바탕으로 스스로 혹독한 비판의 시간을 가져보길 권하고 싶다. 그런 반성의 시간 끝에 멋진 ‘반성문’을 작성하고, 다시 그 반성문을 바탕으로 내년에는 관광객이 ‘최고였다’라고 평가하는 축제로 성장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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