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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정전으로 빗물펌프장 가동 멈추면?… 10만 시민 ‘아찔’..
사회

정전으로 빗물펌프장 가동 멈추면?… 10만 시민 ‘아찔’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7/04/04 08:58 수정 2017.04.04 08:58
[연중기획] 안전불감증 시대를 돌아보다
도심 빗물펌프장 비상발전기 없어 2차 전기 차단될 경우 속수무책
차바 당시 일부 펌프 가동 멈춰 전력 공급 중단 대비책 마련해야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가 양산지역에 최고 345mm 폭우를 쏟아냈다. 불과 두어 시간 남짓 쏟아진 비에 양산 전역이 피해를 입었다. 상북 한 아파트는 지하주차장에 주차한 차량 수백대가 물에 잠겼고, 저지대인 신도시와 교동 등 일부 지역 역시 침수 피해를 입었다.



양산시는 이후 양산천 준설을 계획하고, 치수를 목적으로 소규모 댐 건설까지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과연 이런 대책만으로 차바와 같은, 또는 차바를 능가하는 집중호우로부터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느냐다.



현재 양산시는 빗물펌프장(배수펌프장) 시설을 모두 17곳에서 운영 중이다. 이 가운데 13곳은 도심지 저지대 침수예방을 목적으로 한다. 그 중에서도 8곳은 북부동과 남부동, 교동, 유산산단, 물금ㆍ동면 신도시 등 인구밀집지역에 설치돼 있다.


빗물펌프장은 침수예방 목적 때문에 집중호우 때 어떠한 이유에서도 가동이 멈추면 안 된다. 이 때문에 전력도 본전력과 예비전력으로 나눠 공급받는다. 특히 전력을 공급하는 변전소가 정전될 경우까지 대비해 본전력과 예비전력을 각각 다른 변전소에서 공급받고 있다. 2중 안전장치인 셈이다.
















↑↑ 사진은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 당시 범람 직전까지 수위가 차 올랐던 영대교 인근 양산천 모습.
ⓒ 양산시민신문


그런데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 이후 이런 2중 안전장치만으로 도심지 침수 문제를 완벽하게 예방할 수 있느냐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전력 공급 중단 가능성이다. 현재 2곳 변전소에서 전력을 따로 공급받아 만약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지만, 두 변전소 모두 정전될 경우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만에 하나라도 이런 상황이 발생할 경우 모든 빗물펌프장이 기능을 완전히 상실하기 때문이다. 빗물펌프장이 기능을 상실할 경우 도심지, 특히 저지대인 신도시 일대는 치명적인 피해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다.


한국전력 양산지사에 따르면 다행히 빗물펌프장을 조성한 1999년 이후 지역 전체가 정전되는 사태가 발생한 적은 없다. 하지만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2011년 대규모 정전으로 전국이 ‘블랙아웃’ 상태가 된 바 있다. 블랙아웃이란 전기수요가 공급능력을 넘을 때 발생하는 대규모 정전사태를 말하는데 당시 전국에서 200만 가구 이상이 피해를 당했다.



2011년에는 전력 수급이 부족해서 발생한 블랙아웃이지만 자연재해로 국지적 정전은 언제든 가능하다. 특히 강풍과 집중호우를 동반하는 태풍은 정전 주요 원인이기도 하다. 차바를 능가하는 태풍이 양산지역 인근 송전탑이나 변전소를 덮칠 경우 양산지역이 ‘블랙아웃’될 가능성도 충분하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이런 이유로 만약의 사태에 대비해 본전력과 예비전력 이외에 빗물펌프장 자체적으로 비상 발전 시설을 갖출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양산지역 도심지 빗물펌프장 8곳은 모두 현재 비상발전기를 갖추고 있지 않다.


이러한 지적에 양산시는 현실적 어려움을 이유로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본전력과 예비전력 모두 정전될 가능성이 매우 낮다는 점과 비상발전기를 갖추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이 소요된다는 점 때문이다. 예산을 확보하더라도 비상발전기를 설치하려면 빗물펌프장 내 최소 수십 ㎡ 규모 별도 공간을 갖춰야 하는데 이 역시 현실적이지 않다는 설명이다.


양산시 하수과는 “만약의 사태에 대한 우려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행정에서는 발생 가능성 대비 효율성을 따져볼 수밖에 없다”며 “이미 2중 안전장치를 갖춘 상황에서 수천 kw짜리 비상발전기를 설치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예산과 더불어 빗물펌프장 메인 시설에 버금가는 크기 공간을 별도로 마련해야 하는데 현재로선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더불어 “지극히 낮은 가능성을 이유로 비상발전기를 갖추려 한다면 오히려 예산낭비 지적을 받을 수 있으며, 실제 다른 도시들도 예비전력선 외 비상발전기까지 갖춘 경우는 없다”고 덧붙였다.
















↑↑ 양산 도심지역 배수펌프장 현황- 양산시 자료제공
ⓒ 양산시민신문


전문가들도 이러한 양산시 주장이 충분한 설득력을 가진다고 말했다. 다만 시민 안전을 최우선적 고려한다면 전적으로 전기에 의존하는 현 방식을 조금씩이라도 바꿔나갈 필요는 있다고 지적했다.


한 배수펌프시설 전문가는 “결국 최악의 사태가 발생할 가능성을 바라보는 시각 차이에서 발생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다만 창원과 김해 등 인근 지역에서는 예비전력선 이외에 별도 비상발전기를 갖춘 경우도 있다”며 “‘그런 경우가 전혀 없다’는 양산시 주장은 사실과 다르다”고 지적하고 “이들 지역은 펌프 용량이 적어 비상발전기 규모와 설치비용이 양산시에 비해 적게 소요될 뿐”이라고 말했다.



덧붙여 “비상발전기 설치가 어렵다면 전기를 사용하지 않는 엔진형 펌프로 바꾸는 것도 고민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라고 제안하기도 했다.


일각에서는 양산시가 신도시를 조성한 한국토지주택공사(LH공사)로부터 기반 시설을 인수할 당시 이러한 문제를 지적하고 보다 완벽한 조처를 요구했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하고 있다.


한편, 빗물펌프장에서 퍼 올린 물을 양산천으로 흘려보내는 현재 방식에 대해서도 고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현재 대부분 빗물펌프장이 집중호우 때 물을 퍼 양산천을 통해 물을 흘려 보내고 있는데, 차바 때처럼 양산천이 범람 위기일 경우 이러한 방식은 오히려 문제를 키우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더불어 부산시가 낙동강 하구둑 개방을 검토하고 있다는 점도 고민해야 할 부분이다. 과거 하구둑이 없던 시절 밀물 때 바닷물로 낙동강을 역류해 양산지역까지 밀려들었기 때문이다.


결국 양산시가 양산천 준설과 댐 건설 차원의 방안 마련에 그칠 게 아니라 지역 전체 안전을 보장하는 종합적 치수 정책을 고민해야 할 시점이란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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