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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이 50이 되면 귀농하겠다는 목표를 세우긴 했었어요. 퇴직 후를 고민하지 않을 수 없었죠. 60세가 정년인데 퇴직 후 의욕 없는 선배들을 보니 오래 머뭇거려선 안 되겠다 싶었어요. 더 나이 먹고 귀농하면 늦을 것 같아서 바로 준비했죠”
백종아, 신문례(49) 씨 부부는 귀농 3년차다. 귀농 전까지 경남 거제시 한 조선소에 함께 일했다. 열심히 일한 만큼 벌이도 나쁘지 않았고, 전원주택 하나 지어 텃밭을 가꾸며 소소한 행복을 찾아갔다.
문제는 미래였다. 소소한 행복이 쌓일수록 ‘은퇴’ 고민도 깊어갔다. 퇴직 후 길을 잃은 선배들 모습에 불안이 쌓였다. 그러던 차에 일손이 부족한 친구를 돕기 위해 원동면 화제마을을 찾았다. 시골에서 일이나 좀 거들면서 마음의 여유을 챙겨야겠단 생각이었는데 아름다운 시골 모습에 마음을 빼앗겨 버렸다. 백 씨가 귀농을 결심하게 된 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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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결심 후 ‘국민농장’을 열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고창, 순창, 임실, 정읍 등 땅 좋다는 전북에서부터 산청, 함양, 하동 등 가까운 경남까지 전국을 돌아다닌 끝에 선택한 지역이 바로 원동면 화제리다.
첫 해는 당근을 심었다. 그런데 그해 당근 가격이 폭락했다. 본전도 제대로 못 찾았다. 신고식을 호되게 당한 셈이다. 바로 작물을 바꿨다. 가격 변동이 별로 없으면서 소매가 가능한 딸기를 선택했다.
농법은 고민 끝에 토경재배로 결정했다. 고설재배가 인기였지만 ‘맛’ 하나만 생각하고 토경재배를 선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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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설재배에 비해 작업이 많이 힘들죠. 수확도 어렵고요. 하지만 저는 소매를 주로 할 생각이었기 때문에 맛이 중요한데, 그 점에서는 아무래도 토경이 낫겠다고 판단했어요. 여름엔 수박을 수확할 수 있는 것도 장점이었고요”
백 씨는 애초 계획대로 공판장 물량을 줄이고 소매 확대에 힘을 쏟고 있다. 양산지역뿐만 아니라 전국에 다른 농장과 연대한 판매망도 구축 중이다. 딸기뿐만 아니라 다른 작물도 함께해 1년 내내 상품 판매가 가능하도록 할 계획이다. 농가들을 모아 택배 판매도 할 생각인데, 준비가 끝나간다.
지난달 25일에는 팜파티(farm-party)도 열었다. 그동안 농장을 찾아준 고객들에게 감사 의미를 담아 조촐한 잔치를 벌인 것이다. 백 대표는 이 팜파티를 딸기축제로 키워낼 계획이다.
“양산에 와 보니 딸기 축제가 없더군요. 딸기 재배 역사는 오래됐는데 말이죠. 그래서 기획하게 된 게 팜파티입니다. 양산에 딸기 농가가 많다는 걸 알리는 게 목적이고, 나중에는 축제로 키워내고 싶은 욕심입니다. 지금은 혼자 시작하지만 점차 함께하는 농가도 늘어날거라고 봐요”
팜파티라고 거창할 건 없다. 그냥 하우스에서 직접 딸기를 수확하고 그 딸기로 잼을 만든다. 딸기잼과 함께 딸기청과 떡도 만들면서 딸기와 친해지는 시간이 전부다. 물론 밭에서 갓 따낸 싱싱한 채소들로 비빔밥도 해먹고 어른들은 색소폰 공연과 시 낭송을, 아이들은 제기차기를 함께하며 새로운 친구를 만드는 것만으로도 좋은 추억이긴 하다.
“첫 술에 배부를 수야 있나요. 일단 소비자와 우리가, 나중에는 다른 농가들까지 포함해서 넓혀 가야죠. 시행착오를 겪을 각오는 이미 하고 있어요. 이번 팜파티 역시 작은 나눔의 하나라고 생각하고 시작한 겁니다”
목표는 분명하다. 농가들이 힘을 모아 딸기 축제를 만들고, 그런 단결력을 바탕으로 내수를 넘어 수출까지 가는 것. 실제 러시아쪽 수출을 위해 지금 전국 딸기 농가와 논의를 계속하고 있다.
도시에 살 때보다 문화생활도 불편하고, 저녁 8시만 되도 할 게 없어 적적할 법한 시골생활. 3년차 농업인으로 버는 돈 전부를 다시 투자하다 보니 수확을 하고도 제대로 돈 한번 만져보지 못했다. 하지만 미래를 보면 지금 투자가 아깝지 않다. 내년쯤이면 그동안 투자한 열매를 거둬들일 수 있을 것 같다. “끝까지 반대했어야 하는데…”라며 귀농을 후회한다는 아내 신문례(49) 씨 말을 귀여운 투정 쯤으로 치부할 수 있는 용기(?) 역시 미래에 대한 확신 때문이다.
“저도 배우는 단계라 감히 조언할 입장은 아닙니다만 젊은 귀농인들은 자신들이 소비자였던 시절을 잘 기억해야 합니다. 생산자가 아닌 소비자 입장에 설 때 절대 속임수란 있을 수 없습니다. 진심이어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정보를 오픈해야죠. 신뢰 주지 못하는 농업은 이미 생명을 다한거라고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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