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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보고, 배우고, 경험했지만 농사를 직업으로 삼을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20대 후반 김 대표도 보통 젊은이들처럼 평범한 직장에 다닐 생각이었다. 실제로 직장 생활도 해봤다. 하지만 직장인으로 불투명한 미래와 아버지 권유가 결국 농업인의 길로 그를 이끌었다.
“20대 후반에 농사를 직업으로 삼는 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었어요. 그런데 연세 드신 아버지께서 권유하시니 고민하게 되더라고요. 아마 어릴 때부터 늘 농사짓는 모습을 보고 직접 일을 도와오다 보니 거부감이 적었던 모양입니다. 무엇보다 ‘네가 하는 만큼 돈은 벌 수 있을 거다’라는 아버지 말씀이 주요했어요. 땅이라는 게 그렇잖아요. 열심히 한 만큼 대가를 주는…. 오히려 젊으니까 더 도전할만하다 생각한거죠”
당시 사귀고 있던, 지금 아내 차경희(38) 씨도 크게 반대하지 않았다. 차 씨 부모님도 농사를 짓던 터라 청년 농부에 대한 거부감이 별로 없었다고 한다. 그렇게 20대 후반에 두 사람은 직접 꽃을 키우기 시작했다.
“생각했던 것과 참 많이 다르더군요. 아마 어려서 더 쉽게 생각했던 것 같아요. 농사라는 게, 꽃을 키워 수익을 낸다는 게 참…. 늘 꽃을 키우는 모습을 봐 왔고 아버지 일을 도와 직접 농사도 제법 했는데 전문적으로 뛰어드니 또 다르더라고요. 고민이 많았죠.”
모든 농업이 마찬가지겠지만 생산만큼 중요한 게 판매다. 화훼 역시 잘 길러낸 꽃을 좋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느냐가 성공 열쇠다. 특히 화훼업종 특성상 경기에 무척이나 민감하고, 특히 이른바 ‘김영란법’(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 제정 이후부터는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는 게 더욱 급선무가 됐다.
김 대표는 ‘미래화훼’라는 영농법인을 통해 이런 판매처 문제를 상당부분 해결하고 있다. 미래화훼는 양산과 부산 금정구, 기장 지역 90여개 화훼농가들이 모여 만든 공동판매장이다. 전국 최대 규모 화훼 판매장이다보니 작은 꽃가게서부터 도매상까지 전국에서 찾아온다. 백합농원 역시 전체 생산량의 70% 가까이를 이곳에서 소비하고 있다.
“전국에서 가장 큰 규모인데다, 전문 판매업자들이 아닌 농가에서 직접 판매하다 보니 가격이 저렴하죠. 무엇보다 농부들이 직접 애정을 담아 키우고 가꾼 꽃을 팔다보니 소비자들 만족도가 높은 것 같아요. 회원 농가들에 큰 힘이 되고 있죠”
이처럼 미래화훼가 농가에 주는 영향이 크다. 대신 인근 지역 농가들이 함께하다 보니 여러 측면에서 비교되는 부분도 있다. 특히 지역별로 행정 지원 차이가 크다보니 아쉬울 때가 많다.
“양산시가 지원을 전혀 안 하는 건 아닙니다만 기장군과는 사실 비교하기 힘들어요. 양산시가 기장군의 10% 정도밖에 안 되죠. 특히 우리 농장에서 하천 하나 건너면 기장군 농가이다 보니 비교가 많이 될 수밖에 없죠. 양산시는 공업도시다 보니 농업에 관심이 적을 수밖에 없겠죠”
경기는 어려운데 지원은 아쉽고, FTA로 중국에서 생화까지 직수입하는 현실. 스스로 경쟁력을 키우는 게 정답일 수밖에 없다. 아내 차 씨가 양산시 강소농협의회에 가입해 다양한 활동을 하는 것도 이런 이유 때문이다. 다행히 적지 않은 도움이 되고 있다고 한다.
“협의회가 생기면서 바로 가입했죠. 생각보다 배울 게 많더라고요. 전혀 생각하지 못한 부분, 결코 안 될거라 생각했던 것들도 가능하다는 걸 알게 되니 생각도 저절로 바뀌더라고요”
중구난방으로 키우던 꽃도 협의회 가입 이후 생산과 소비를 맞춰 키우고 있다. 종류도 자신들과 잘 맞는 몇 가지로 압축했다. 생산 순서와 시기도 조절해 잘 재배할 수 있는 꽃에 집중하기로 했다. 현재 5종을 재배하는 데 이마저 2~3종으로 압축할 계획이다.
“꽃도 키우는 사람과 궁합이 맞아야 하더라고요. 우리는 애들이 주말이면 늘 농장에서 뛰어놀기 때문에 되도록이면 농약을 안 치고 있어요. 그래서 기본적으로 자생력이 강한 꽃들이어야 하죠”
최근에는 SNS를 활용한 판매도 시작했다. 꽃을 직접 알리는 것 보단 차 씨가 배우고 있는 이끼식물을 중심으로 시장을 만들어 가는 중이다. 원예치료사 일을 배우고 있는 차 씨가 실습 때 만든 이끼식물을 SNS에 올렸는데 반응이 뜨거웠던 것이다. 지금은 주문을 받아 택배까지 보내고 있는데 차 씨는 “농장일 이외 시간에 할 수 있을 것 같아서 SNS 판매도 가능성이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