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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물금농협 주부대학이 22년 동안 이어지고 해마다 많은 사람이 신청하는 주된 이유는 따로 있다. 주부대학에서 하는 교육 프로그램도 좋지만 그 보다는 주부대학을 졸업한 선배들의 왕성한 활동이 주부대학 이름을 알리는 데 가장 중요한 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주부대학 졸업생들로 이뤄진 총동창회는 지역사회 봉사활동에 빠지는 경우가 없다. 물금읍과 원동면에서 열리는 행사에는 모조리 참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식사 배식부터 행사장 안내, 정리ㆍ정돈까지 일을 가리지 않는다.
모든 봉사가 마찬가지겠지만 주부대학 총동창회가 하는 봉사는 사실 만만한 게 없다. 농사 일손 돕기만 해도 그렇다. 요즘 도시 주부들이 농사일을 경험해 본 사람이 얼마나 될까? 처음 해보는 일이라 힘들고, 다 자란 열매에 흠이라도 날까 조심하다 보니 더 힘들다. 그래도 우여곡절 끝에 일을 마치면 거칠어진 두 손 꼭 잡아주며 “고맙다, 감사하다” 연발하는 어르신 표정을 보면 흐뭇한 마음에 힘들었던 기억 싹 잊고 ‘또 와야지’ 하게 된다. 그렇게 가꾼 농작물을 나중에 직접 판매까지 하면 보람은 두 배가 된다.
“22년 전 주부들이 집안일 외 아무것도 안 할 때 풍물도 배우고, 취미생활도 하라고 사회 환원 차원에서 시작한 일이 이렇게 커질 줄은 몰랐죠. 풍물을 배우면서 다른 지역과 교류도 하고…. 1기로써 은근히 자부심 생기죠”(1기 박현숙)
“농사일은 처음이죠. 10년 넘게 봉사하지만 사실 지금도 잘 못해요. 그래서 정말 힘들었죠. 그런데 보람도, 재미도 있더라고요. 아니었으면 이토록 오래 활동하진 못했을 거에요”(5기 최숙희)
“주부대학에 나오기 전엔 봉사라는 거 모르고 살았어요. 여기 와서 이런 저런 활동 참여하니 참 보람되더라고요. 특히 어르신 목욕 봉사 일이 정말 좋아요. 아마 좋은 사람들과 함께 해서 더 좋은 것 같아요”(9기 김복선)
지난해 주부대학을 졸업한 정숙남(9기) 씨는 다른 많은 회원들과 마찬가지로 도시에서 태어나 도시에서 자랐다. 농촌의 가치를 몰랐던 그가 주부대학 총동창회 활동을 통해 농촌에 대한 애정이 생겼다. 요즘은 6차 산업에까지 관심을 가지며 주부이자 소비자로 자신이 농촌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도 고민하고 있다.
“총동창회가 이렇게 많은 박수를 받는 건 지역에 필요한 봉사, 꼭 맞는 사업이 뭔지 늘 고민하기 때문인 것 같아요. 20년 넘는 세월이면 빈틈도 생길 법한데 임원진들이 늘 새로운 의견에 귀기울이기 때문에 공백이 없나 봅니다”
사무국장 일을 맡아 동분서주하는 이귀숙(4기) 씨는 “열심히 하는 회장님 따라가기에 늘 바쁘다”면서도 “지난해 보다 올해가 조금 나을 것 같고 올해 보단 내년에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다”고 각오를 다지고 있다.
이른바 ‘차기 권력’으로 다음에 총동창회를 이끌어가야 할 송기숙(4기) 수석부회장 역시 “큰 욕심 없이 지금까지 해 온 것들만 잘 해도 박수 받는 회장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송 부회장은 “총동창회 가장 큰 힘은 적극적인 참여와 단결력”이라며 “다들 즐거운 마음으로 활동할 수 있도록 뒷받침하는 일이 회장 역할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주부들이 다양한 봉사에 나서고 배움의 장에서 활동하다 보면 가정에 다소 소홀할 법도 하다. 실제 남편들이 굳이 돈 안 되는 봉사 하느라 본인과 자식들 덜 챙긴다며 투정 부릴 때도 있다. 다행히 해를 거듭할수록 주부들이 봉사를 통해 얻는 보람에 공감하고 대부분 적극 지지하거나 최소한 소극적으로 응원한다. 요즘은 총동창회 SNS 공간에 슬쩍 들어와 아내들의 활동을 지켜보다 문자로 ‘수고했어’ 한마디 보내는 남편도 있다.
한편, 정문기 조합장은 “물금농협은 원동농협과 합쳐지면서 농촌과 도시가 공존하는 형태가 됐다”며 “덕분에 주부대학 회원들 할 일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정 조합장은 “봉사활동이 정작 농가에 민폐가 되는 경우도 많은데 주부대학 회원들 봉사는 정말 인기가 높다”며 “아마 회원들이 가진 진정성 때문일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금자(5기) 총동창회장은 주부대학에 대한 자부심이 대단하다. 각종 행사 봉사활동부터 농사 일손돕기, 농산물 직거래, 수해복구, 농협 홍보까지 안 하는 봉사가 없는데다 경남지역 농협 내 평가에서도 우수 단체로 손꼽히고 있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고주모라고 ‘고향을 사랑하는 주부들의 모임’이 주부대학 총동창회 활동 모체였습니다. 지역을 사랑하는 주부들이 뭔가 우리 마을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없을까 고민하면서 봉사활동을 시작한 게 여기까지 이어진 거죠”
정 회장은 “내 일처럼 활동하는 회원들 덕분에 편하게 회장일을 하고 있다”고 말하지만 사실 회원들은 “회장님이 너무 열심히 하셔서 우리가 따라가기 바쁘다”고 말한다. 일 잘하는 회원들이 많으니 회장 스스로 더 많은 욕심이 생기는 모양이다.
“경남지역 농협 평가에서도 우리 총동창회가 꽤 많이 알려졌다고 하더라고요. 머지않아 경남 최고 총동창회가 될 거라고 확신합니다. 회원 모두가 열심히 하는 만큼 오래 걸리지 않을거에요”
정 회장은 지역사회 봉사는 물론 농협 경영에도 도움을 주고 싶다고 한다. 최근 총동창회 임원진들이 물금농협 각 지점을 돌며 명예지점장 체험을 한 것도 이와 같은 이유 때문이다. 정 회장은 “스스로 기분 좋게 봉사하는 회원들이 있어 오늘 보다 내일이 늘 기대되는 곳”이라며 “지금껏 그래왔던 것처럼 회원 모두가 함께 키워가는 단체가 될 것”이라며 회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