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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전병구(50)ㆍ강옥희(49) 부부가 운영하는 도원농장은 아내 강 씨가 처음 시작했다. 10여년 전 남편 전 씨가 자동차 제조업체 계열사에서 근무하고 강 씨가 전자제품 부속 공장에 다닐 때였다. 직장 생활로 스트레스를 받던 강 씨가 소소하게 가꾸기 시작한 텃밭이 출발점이다.
“직장생활 힘들었어요. 아침 일찍 나가서 저녁 늦게 돌아오고…. 내 일이란 생각이 안 들더라고요. 그러다 보니 비전이란 걸 가지기 힘들었어요. 특히 노후에는 남 일 아닌 내가 즐기면서 할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어요”
강 씨가 처음에 농사를 짓겠다고 했을 때 남편 전 씨는 ‘식물 기르는 걸 좋아하니 텃밭을 가꾸고 싶어하나보다’라고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텃밭이 아닌 제대로 된 농사를 짓고 싶어했다. 말릴 새도 없이 강 씨는 화훼농사를 짓고 있던 친구네 농장을 찾아갔다. 무턱대고 찾아가 꽃을 기르고 싶다 했다. 쉬는 날이면 어김없이 농장을 찾았다. 강 씨 행동이 1년 넘게 꾸준히 이어지자 처음에 ‘이러다 말겠지’ 했던 남편과 친구 부부도 놀라기 시작했다.
“이상하게 피곤하지가 않더라고요. 회사 생활은 힘들어도 퇴근 후 농장엘 가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어요”
강 씨가 농사일에 빠져있는 모습을 보고 남편도 고민하기 시작했다. 남편 역시 나중에 직장을 그만두면 농사를 지어야겠다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자 힘으로 고군분투하는 아내 모습을 보니, 특히 재배 면적이 조금씩 넓어지면서 도저히 아내 혼자 할 수 없을 지경이 되자 안 되겠다 싶었다. 남편도 바로 사직서를 쓰고 농사꾼 대열에 합류했다.
“처음에 아내가 농사를 짓겠다 했을 때도 말릴 생각은 없었어요. 상당히 힘들 거라 걱정은 했지만 말리진 않았어요. 제가 2교대로 근무하다 보니 도와줄 시간도 많겠다 싶었죠. 그런데 점점 규모가 늘어나더니 제가 단순히 도와서 감당할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더라고요. 그때 고민 없이 직장을 그만뒀어요”
전 씨 부부는 “농업이 아무리 침체했다, 사라진다 해도 아직 가능성이 있다”고 강조했다. 자유무역으로 대량 생산한 농산물이 수입되고 있지만 분명히 틈새는 있다고 확신했다. 대량 생산한 저가 농산물에 맞서기 위한 방법 가운데 하나가 바로 ‘작지만 강한 농업’, 강소농이다.
“돌파구는 있어요. 우리는 그걸 강소농으로 보고 있죠. 우리는 강소농을 위해 재배하는 꽃 종류를 한 가지로 줄였어요. 주변에서 말렸지만 저희는 모험을 선택했어요. 한 가지를 키우더라도 남들과 비교했을 때 탁월한 품질 차이를 만들어내는 게 중요하다고 판단했거든요”
도원농장에서는 현재 ‘아이비’ 하나만 기르고 있다. 아이비는 한 때 잘나가던 관엽식물로 유행을 덜 타는 편이라 화훼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재배해 본 경험이 있을 정도다. 하지만 재배하는 데 워낙 손이 많이 가고 까다로운데다 시장에서 인기도 시들어들자 하나 둘 포기하는 농가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우리가 이 일을 처음 시작했을 때 아이비 인기가 엄청났었는데 정작 우리는 기술이 없어 제대로 키우기 힘들었죠. 그런데 인기가 시들면서 사람들이 떠나기 시작했고, 다들 다른 품종으로 옮겨가기 시작하니 오히려 우리한테 틈이 생긴거죠”
한 때 잘나갔던 식물이고, 꽃을 피우지 않는 대신 사계절 푸른 잎을 볼 수 있는 작물인 만큼 잘 키워내면 충분히 성공할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했다. 재배가 어려운 만큼, 잘 키워만 낸다면 그 가치를 인정받을 것 같았다.
아이비를 키우는 데 다른 농가 조언은 사실 큰 도움이 되지 못했다. 실패한 방식이기 때문이다. 결국 책을 보고 인터넷을 뒤졌다. 양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도움을 받고 대학 강의도 들었다. 연구하고 공부한 끝에 지금은 “완전히 극복했다”고 말할 정도 기술을 갖췄다. 실제 아이비를 이정도 규모로 대량 생산하는 농장은 전국에 도원농장 뿐이고, 한 종류만 전문적으로 키우다 보니 품질도 월등하다는게 전 씨 설명이다.
하지만 기술을 갖춘 것만으로 농업 미래가 밝다고 말할 순 없다. 뛰어난 기술로 좋은 품질의 꽃을 재배했더라도 판매망을 찾지 못하면 의미 없다. 다행히 도원농장은 ‘미래화훼’라는 전국 최대 규모 화훼 매장에 입주해 나름 판매책을 갖추고 있다.
10년 농사 끝에 길이 보인다는 전 씨 부부. 앞으로 다른 작물까지 영역을 넓혀가고 싶다고 한다. 이웃 동네와 비교하면 행정 지원도 아쉽고 이것저것 방해요소도 많지만 그 정도 어려움은 이제 극복할 자신이 생겼다. 어렵다고 남들 다 손 놓은 아이비를 이만큼 키워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요즘 젊은 세대 취업 어려워서 난리라고 하는데 한편으론 젊은 친구들이 농업에 뛰어드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합니다. 농업에는 숨은 경쟁력이 분명히 있어요. 대신 남들보다 열심히 해야 하고 일반 직장인 보다 더 많이 공부해야 한다는 점은 명심해야죠. 젊잖아요. 우리보단 더 잘할 수 있을 거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