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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마음만 단단히 먹으면 청춘들에게도 농업은 ‘기회’”..
경제

˝마음만 단단히 먹으면 청춘들에게도 농업은 ‘기회’”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7/05/16 10:05 수정 2017.05.16 10:05
[양산시강소농협의회 농가 탐방]
덕계동 김앤한 파프리카 농장

20대 미혼 여성 농업인 김영미 씨
재수생 때 부모 권유로 농사 시작

시설 자동화로 노동력 한계 극복
“시행착오 중이지만 가능성 충분”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할 생각은 있었어요. 여자라서 어려울 거라는 말도 많았지만 사실 요즘은 안 그래요. 시설 자동화로 여자들도 충분히 농사지을 수 있어요”















ⓒ 양산시민신문



현재 후계농으로 김앤한 파프리카를 이어가는 김영미(사진 왼쪽)씨는 올해 나이가 스물여덟이다. 여성으로 부모인 김춘호(63, 사진 오른쪽)ㆍ한금순(57) 씨가 운영하던 농장을 물려받아 후계농이 된 게 5년 전이다. 자라온 환경 탓에 농사에 대한 관심은 어릴적부터 있었지만 농사에 본격적인 관심을 가진 것은 스무살 무렵이다. 당시 대입 재수생 신분이었지만 농사일에 바쁜 부모를 나몰라 할 수는 없었다. 틈날 때 농사일을 돕고 나머지 시간 공부에 집중하겠다고 다짐했지만 김 씨 뜻대로 되지 않았다.


결국 곁에서 지켜보던 어머니가 김 씨에게 농사일을 권했다. 김 씨도 예상치 못한 일이다.


“부모님이 일하시는 걸 보고 있으니 도울 수밖에 없었어요. 그만큼 공부는 소홀해졌죠. 그때 엄마가 농사일을 권하시더라고요. 어릴 때부터 농사일을 보고, 겪어온 덕분인지 엄마 권유가 나쁘게 들리지 않았어요”


20대 초반, 그것도 미혼 여성 몸으로 전문 농업인 길을 걷는다는 게 쉽지는 않았다. 무엇보다 체력 한계가 컸다. 그래서 작목을 바꿨다. 당시 장미를 가꾸고 있었는데 재배가 까다로운 터라 김 씨는 애호박을 키우기로 결심했다. 18년 간 키워온 장미를 대신해 애호박을 선택하면 자동화 설비가 가능할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김 씨는 그렇게 스물한 살 나이에 직업란에 ‘농업’이라 쓰는 농부의 길로 들어섰다.


애호박을 시작한 지 2년. 품목을 다시 바꿨다. 주변에서 소득이 괜찮은 파프리카를 권했다. 먼저 파프리카를 키우고 있던 주변 농업인들도 도와주겠다고 나섰다. 김 씨는 애호박을 포기하고 파프리카 재배를 시작해 올해 5년째 수확을 이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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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를 시작하면서 김 씨가 본격적인 농장 관리에 나섰다. 시설 투자로 채광과 양액 주입을 자동화했다. 다행히 파프리카는 주변 말대로 소득면에서 좋은 작물이었다. 다만 재배 면적과 시설 규모가 문제였다. 김 씨 농장은 약 5천㎡ 정도인데 파프리카 농가 치곤 면적이 많이 작았다. 비닐하우스 역시 장미를 키우던 하우스를 개조해 사용하다 보니 높이가 낮았다.


“파프리카를 제대로 키워내려면 하우스를 지금 보다 2m 이상 높여야 해요. 지금은 하우스가 낮다 보니 옆으로 자라도록 유인해서 키우는데 나무가 스트레스를 받더라고요. 당연히 파프리카 품질이 떨어지게 되고, 품질을 높이기 위해 더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 수밖에 없어요. 농장 규모가 다른 곳에 비해 절반 정도 밖에 안 되는 것도 어려움이고요”


농장 면적은 어쩔 수 없다해도 파프리카를 제대로 키우기 위해서는 시설(하우스) 개선이 필수였다. 지난해 시설 개선을 위해 계획을 세웠다. 예산이 1억원 이상 필요했다. 장고 끝에 추진을 결심했다. 나쁜 경기가 발목을 잡았다. 장기간 이어지는 경기침체 상황에 1억원 이상 투자해서 과연 얼마 만에 이른바 ‘본전’을 찾을 수 있을까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 올해 결혼도 예정된 상태라 사실 1억원이라는 큰 돈을 투자하기엔 버거웠다. 결국 현재 시설에서 잘 키울 수 있는 것으로 다시 한 번 품종 변경을 결정했다.
“올해까지 파프리카를 정리하고 애호박으로 바꿀 계획입니다. 5년 전 잠깐 키우다 파프리카로 바꿀 때 사실 아쉬움이 많았거든요. 그땐 갈등 끝에 파프리카를 선택했는데 결국 다시 애호박으로 돌아게 됐네요. 파프리카도 분명 좋은 작물인데 현재 시설로는 한계를 느끼니까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에요”


비수확기가 짧다는 것도 애호박 선택에 중요한 요인이 됐다. 파프리카는 수확까지 3개월이 걸리는데 비해 애호박은 1달 정도면 판매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초기 재배 비용도 적다. 물론 파프리카에 비해 힘이 더 드는 건 단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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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납품은 주로 공판장을 대상으로 한다. 물론 공판장은 단가가 많이 낮다. 그래서 지역 식자재 전문 유통협동조합인 ‘빌리브유통협동조합’에 납품을 시작했다. 김 씨 입장에서는 공판장 보다 높은 가격을 받을 수 있어 나쁘지 않았다. 아직 많은 양을 거래하진 않지만 차츰 늘려나갈 계획이다.


“열심히 땀 흘려 지은 농사인데 공판장에 납품하면 우리가 애쓴 만큼 대접을 못 받아요. 속상하죠. 그래서 강소농협의회에서 보고 배운 체험 프로그램도 고민했어요. 그런데 사람들이 체험하는 과정에서 식물들에 세균을 옮기게 될까봐 못하겠더라고요. 파프리카가 무척 예민한 품종이거든요”


강소농협의회를 통해 많은 선배 농업인을 만나고 이들을 통해 다양한 경험과 많은 정보를 얻게 된다는 김 씨는 조만간 새로운 가정을 꾸리게 된다.


“남편이 많이 도와주려고 하겠죠. 하지만 제가 의지하지는 않을 생각이에요. 많이 연구하고 투자하고, 또 지원받으면 여자 혼자서도 충분히 농사지을 수 있어요. 최근에는 제 또래 친구들도 농업에 눈을 뜨기 시작한 것 같은데, 젊은이들이 도전할만한 가치는 충분한 것 같아요”


멀리 경남 진주까지 오가며 농업 관련 교육을 받는 김 씨는 “20대 농업인들에게도 길이 조금씩 보이는 것 같다. 다행이고 좋은 징조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김 씨는 “다만 농업이란 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결코 쉬운 길이 아니라는 점은 꼭 명심하고, 그 어려움을 극복할 때 농업의 매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라고 후배 농업인들에게 충고와 격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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