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태풍 차바 당시 상북면 양주중학교와 이 일대에 발생한 피해는 기록적인 폭우와 함께 석계일반산업단지 개발에 따른 인재도 컸던 것으로 드러났다.
양산시의회가 태풍 차바 피해 발생 이후 대한하천학회에 의뢰한 용역 결과 ▶가배수로 규모 부족 ▶유량 통수 위한 흄관(배관) 부족 ▶저류지 용량 부족 등 산단개발사측 부실한 예방책이 원인으로 작용한 것으로 밝혀졌다.
지난 16일 양산시의회는 이 같은 내용의 용역 결과를 공유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 자리에서 용역을 맡은 박재현 인제대학교 토목도시공학부 교수는 “이번 용역 목표는 태풍 차바로 인해 석계산단과 상북면 일대에 발생한 피해 현황과 원인을 조사ㆍ분석해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재해를 예방하고 주민 안전을 확보하는 데 있다”며 “결론적으로 차바 당시 대상 지역 가배수로 규모는 표준 단면과 통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으며, 가설 침사지 일부는 용량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라고 말했다.
결국 인재로 인해 대규모 토사 유출 상황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박 교수는 차바 당시 산단 조성현장 배수로 상류 지점에서부터 토석류가 씻겨 내려가는 ‘세굴 현상’이 발생했다고 분석했다. 빗물에 토석류가 쓸려 내려가면서 주변 토사까지 유입됐고, 늘어난 우수(토석류)는 결국 임시 침사지로 들어가지도 못한 채 석계천으로 모두 유입됐다고 설명했다.
특히 석계산단 현장에 설치한 가배수로가 사전재해영향검토서에서 제시한 크기 절반 수준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나 부실공사 의혹마저 제기된다.
박 교수는 “사전재해영향검토서에서 제시한 가배수로는 상부 폭 6.5m, 하부 폭 3.7m, 높이 1.4m 규모인데, 실제 현장에 가설한 가배수로를 분석해 보면 하부폭은 약 1.5m 내외였으며 높이 역시 1m 수준이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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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풍 차바 당시 석계산단공사현장에서부터 휩쓸려 내려온 토사물이 양주중학교를 덮쳤다. |
ⓒ 양산시민신문 |
더불어 가배수로 경사 역시 충분히 확보하지 않아 우수 흐름이 원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결과적으로 공사장 가배수로 규모가 작고 경사도가 부족해 피해를 키웠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 같은 가배수로 규모는 개발사측이 주장한 100년 빈도가 아니라, 30년 빈도 규모여서 애초부터 집중호우 대비를 제대로 하지 않았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가배수로를 막아 공사용 임시도로를 개설한 부분도 문제로 지적됐다. 가배수로 위에 공사 차량 이동을 위한 임시도로를 설치할 경우 가배수로 유량 흐름을 막지 않도록 충분한 크기의 관(흄관)을 설치해야 하는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
박 교수는 이런 분석을 토대로 기록적인 폭우와 함께 부실한 예방책이 상북지역 태풍 피해를 더 키웠다고 결론 내렸다.
박 교수는 “태풍 차바 발생 때 대상유역 가배수로 규모는 표준 단면과 통수능력을 충분히 확보하지 못했으며, 가설 침사지 일부는 용량이 부족한 것으로 평가됐다”며 “이 때문에 가배수로 월류와 지표면 유출이 대규모 토사 유출을 발생시켰다”고 정리했다.
이에 대해 산단을 개발하고 있는 석계일반산업단지(주)는 “아직 용역 보고서 내용을 전달받은 바 없어 뭐라고 정확하게 입장을 밝힐 수가 없다”며 “우선 보고서 내용을 면밀하게 파악한 후 해명할 부분은 해명하고 인정할 부분은 인정해 적절하게 조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양산시의회는 이번 용역 결과에 따라 내달 행정사무감사 때 조사위원회를 꾸려 조사에 나설 예정이다.
임정섭 양산시의회 도시건설위원장(민주, 물금ㆍ원동ㆍ강서)은 “용역 보고서에서 인재로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한 만큼 의회차원에서 조사위원회를 꾸려 사실 여부를 확인할 예정”이라며 “조사 결과가 나오면 의원들과 협의해 고발 등 적절한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석계일반산업단지 공사 현장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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