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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풀과 꽃 이야기’는 체험 위주 농가다. 농산물을 생산하고 판매해 수익을 올리는 다른 농가들과는 아주 다르다. 지난 2014년 체험 교육농가로 인증받은 후 주로 아이들을 대상으로 감자와 고구마 캐기 체험을, 어른들을 대상으로 꽃차 담그기 등을 한다. 남편이 운영하는 도자기 공방 ‘토향재’와 함께 농가를 운영하고 있다.
“기본적으로 농사는 짓죠. 국화를 1천㎡ 정도 키우고요. 고구마와 감자 등도 기릅니다. 다만 남편 도자기 공방에 체험을 더해 교육 농장으로 키우다 보니 농산물 판매가 주 수입원은 아니죠. 식물과 흙을 소재로 자연 친화 개념을 담고 체험을 주로 하고 있습니다”
풀과 꽃 이야기가 있는 상북면 대석마을은 ‘물안뜰마을’이라는 이름을 가진 농촌체험마을이다. 농촌체험마을은 도시민의 다양한 수요에 맞춰 농촌에 체험 공간과 휴양 공간을 조성, 농가 소득 증가와 함께 농촌 공동체를 만드는 사업이다. 마을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은 물론 마을 전체가 하나의 관광ㆍ체험 상품이 되는 것이다.
정선량(51) 대표 역시 마을 특성에 맞춰 체험 교육 형태로 농업을 시작했다. 양산으로 이사 오기 전 사회복지 분야에서 일한 경험도 체험 교육농가를 선택하는 데 많은 영향을 미쳤다. 도자기를 빚는 남편 박상언(52) 씨 일과도 연계할 수 있어 일거양득이다. 다만 농산물 판매가 많지 않다 보니 수익 창출이 쉽지 않다. 체험이란 게 수용인원에 한계가 있어 고객을 마냥 늘릴 수도 없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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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농장으로 직접 와서 체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가끔은 저희가 체험을 원하는 곳으로 찾아가기도 합니다. 다 합쳐서 1년에 2천500명쯤 체험을 하는데 매출로는 4천만원 정도 됩니다”
연 매출 4천만원이면 사실 높은 소득이라 할 수 없다. 순수익은 2천만원 남짓이기 때문이다. 부부 합쳐 연 소득 2천만원 정도면 아무리 농촌이라지만 삶이 빠듯할 수밖에 없다.
“사실은 돈 욕심을 줄이기 위해 많이 노력했어요. 남편과 대화를 많이 했죠. 덕분에 이제 어느 정도 적응한 상태입니다. 욕심을 줄이니 더 행복해지더라고요. 다만 자식을 키우는 부모라 아이들 결혼 등 앞으로 들어가야 할 돈이 많아 그런 부분은 걱정입니다”
정 대표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판을 키워야 했다. 농사 면적을 늘리고 품종도 다양하게 해야 했다. 체험도 더 다양하게 만들어야 했다. 문제는 이렇게 판을 키우면 부부 두 사람이 감당하기 힘들어진다는 점이다. 결국 함께 일할 사람을 고용해야 하는데, 인건비를 따지면 배보다 배꼽이 커지게 된다.
“돈 욕심을 부리니까 판을 벌이게 되더라고요. 그래서 그걸 경계하고 있어요. 일단 우리 농장 안에서 할 수 있는 것들을 최대한 활용하려 합니다. 농장에서 생산, 소비가 이뤄지도록 하고 즉석 가공도 늘려보려고요”
이런 정 대표 선택은 경험에서 나왔다. 체험과 꽃차 판매를 늘릴 목적으로 과거 3천300㎡ 정도 규모로 국화를 키웠다. 하지만 정작 열심히 키워낸 꽃을 다 수확하지 못했다. 일손 부족 때문이다. 인부를 고용해 최대한 꽃을 땄지만 따면 딸수록 손해만 커졌다.
“국화는 10월에 따서 11월부터 판매합니다. 6월에 감자, 10월에 고구마 체험을 하는데 1월부터 3월까지는 전혀 소득이 없는 상태죠. 솔직히 그 시기는 좀 답답해요”
정 대표는 가공 산업에 많은 관심을 두고 있다. 체험을 늘리기 위해서 다른 농가와 연계도 계획하고 있다. 직접 상품을 생산해서 체험하기엔 비용이 너무 많이 드는 만큼 차선책을 찾은 것이다. 강소농협의회에서 다른 농가들과 교류하다 보니 생각해 낸 방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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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사는 만만하게 생각할 게 아니에요. 대신 생존과 관련된 산업이라 농업은 미래 산업이 될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충분히 도전할 가치가 있다는 거죠. 남을 따라 하지 말고 자신에게 주어진 자원과 한도에서 시작하는 게 바람직하죠. 강소농이 그런 것 같아요”
정 대표가 강소농협의회에 가입하고 각종 교육을 받는 이유도 많은 고민을 위해서다. 사실 강소농협의회에 몸담은 체험 전문 농가는 거의 없다.
하지만 정 대표는 종목과 환경, 수익창출 방법이 다르더라도 각각 경우에서 배울 부분이 많다고 한다. 특히 교육으로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것들을 깨닫게 돼 도움이 많이 된다고 말했다.
“강소농 교육을 들으며 처음에는 농사를 어떻게 잘 지을까만 생각했죠. 지금은 작물 재배를 넘어 판매와 소비, 시장 변화까지 배우고 있어요. 우리는 우리가 파는 것만 생각하지 소비자가 무엇을 원하는지 생각을 못 하거든요. 사실 그게 더 중요한데 말이죠”
정 대표는 농사에 도전하는 사람들에게 조언해 달라는 요구에 “생각부터 바꾸라”고 주문했다. 정 대표는 “흔히 경기가 어려워지면 ‘시골 가서 농사나 지어야겠다’고 하는데 농사는 결코 그렇게 해서 성공할 수 있는 게 아니다”라며 “차근차근 계획을 세우고 많이 고민해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정 대표는 “처음부터 돈 벌 생각하지 말고 농업과 농촌에 대한 가치 판단을 먼저 하고 주변 이웃과 어떻게 잘 어울릴지도 생각해야 한다”며 “휴양 가듯 농촌으로 올 생각이 아니라 도시 생활보다 훨씬 불편하고 치열하게 살 각오를 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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