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태풍 차바 당시 물금읍 증산마을 일대가 물에 잠겼다. 농경지 수십만㎡는 물론 마을 일부까지 물에 잠겨 적지 않은 손해를 입었다. 주민들은 침수 이유가 태풍에 따른 집중호우 탓이 아니라 신도시 개발 과정에서 설치한 우수관 때문이라 확신한다.
현재 증산마을 인근에는 신도시 우수를 한 곳으로 모으기 위한 1만9천톤 규모 증산우수저류조(이하 저류조)가 있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신도시개발과 함께 조성했는데 이곳에 고인 우수는 증산배수펌프장(이하 배수펌프장)으로 보내진다. 배수펌프장에 모인 우수는 다시 양산천으로 방류한다.
주민들이 지적하고 있는 문제는 저류조에 고인 물을 펌프장으로 보내는 과정이다. 저류조 물을 배수펌프장으로 바로 보내는 게 아니라 자연하천(새도랑천)으로 방류하고 이 물이 다시 배수펌프장으로 흘러 들어가는 형태기 때문이다.
주민들은 “저류조에서 방류한 물이 새도랑천 물과 수직으로 합쳐지면서 물길을 막아버리는 상황”이라며 “결국 이 때문에 새도랑천 물이 역류하게 되고 지난 태풍 때 물난리를 겪은 것”이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침수 피해 주민들은 양산시와 한국농어촌공사, LH에 민원을 제기하고 문제 해결을 요구했다. 우수가 방류되는 수로 관리는 양산시, 우수가 합류하는 새도랑천 일대 농경지 관리는 한국농어촌공사 몫이고 저류지는 LH에서 만들었기 때문이다.
↑↑ 증산마을 주민 요청에 의해 지난 23일 국민권익위원회 조사위원이 현장을 찾았지만, 권익위 차원 의견이 나올 때까지 최소 수주 이상 걸릴 예정으로 다가올 여름 장마에 주민 한숨이 깊어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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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당 기관들은 “우리 담당이 아니다”란 이유로 주민 요구를 무시해 왔다. 먼저 양산시는 “새도랑천 범람은 기록적인 집중호우로 불가항력인 상황에 발생한 것”이라며 “태풍 등으로 인한 자연재해에 대해서는 재난구호 부담 기준 등에 의해 지원금을 지급하고 있으며, 추가 보상 방안은 없다”고 말했다.
덧붙여 “새도랑천이 위치한 증산 농경지는 한국농어촌공사에서 관리하는 지역이므로 (우수) 범람 대책은 농어촌공사에서 수립ㆍ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한국농어촌공사 김해ㆍ양산지사는 “침수방지를 위해 주민들이 요구하는 방법은 유입수로 차단 또는 이전이기 때문에 유입수로를 관리하는 양산시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우리는 유수 흐름을 원활히 하기 위해 새도랑천 수초 제거와 준설공사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LH 역시 “양산신도시 내 우수시설은 이미 사업을 준공해 양산시에 시설물 인수인계를 완료한 사안”이라며 자신들과는 관계없는 사안이라는 태도를 취했다. 사실상 관계기관 모두가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상황이다.
주민들은 결국 국민권익위원회(이하 권익위)에 두 번에 걸쳐 하소연했고, 지난 23일 권익위 조사위원이 현장을 찾았다. 조사위원은 주민, 관계 공무원 등과 함께 현장을 둘러봤다. 침수 원인과 구조적 문제 여부, 책임 주체 등을 조사한 후 복귀했다.
조사위원이 다녀갔지만 주민 염려는 그대로다. 권익위가 조사위원 보고서를 검토하고, 이를 바탕으로 권익위 차원에서 의견을 낼 때까지 최소 수주 이상 걸린다. 권익위 조사 결과가 나오더라도 관계기관이 대책을 마련할 때까지 여름 장마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이다. 태풍도 언제든 덮칠 지 모른다. 결국 주민들은 차바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는 불안을 오늘도 떨쳐버리지 못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