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 바로가기 본문 바로가기

양산시민신문

“실험 끝에 고품질 생산하니 100% 직거래도 가능하네요..
경제

“실험 끝에 고품질 생산하니 100% 직거래도 가능하네요”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7/06/13 09:28 수정 2017.06.13 09:28
양산시강소농협의회 농가 탐방

동면 여락리 ‘강현숙 농원’

농사와 전혀 인연 없던 직장 여성
시부모 건강 문제로 농사 물려받아
연구ㆍ실험 거듭하며 품질 높여

모든 농산물 직거래로 판로 확보
토마토ㆍ고추 등 연매출 8천만원
“욕심 버리고 천천히 길 찾아야”












ⓒ 양산시민신문


농사와는 인연이 없었다. 결혼을 하고도 자신이 하는 일은 따로 있었다. 농사는 시부모 일일 뿐이었다. 10년 전까지는 그랬다. 자신이 농사를 짓게 될 거라고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강현숙(48) 씨가 농사와 인연을 맺은 것은 10년 전 시아버지가 아프면서다. 누군가 시부모를 모셔야 했다. 장남인 남편이 자연스레 그 역할을 맡게 됐다. 불만은 없었다. 다만, 강 씨도 직장을 다니던 터라 남편과 둘 중 한명은 일을 그만둬야 했다. 농사일이라면 남자가 하는 게 맞겠지만 고민 끝에 사직서는 강 씨가 제출했다. 30대 후반 젊다면 젊은 나이, 농사일은 전혀 해본 적 없는 여성이 전문 농업인이 되는 순간이었다. 


현재 강 씨가 운영하는 농장은 전체 1만2천여㎡다. 토마토와 고추를 주요 작물로 감자, 고구마, 콩, 무, 배추 등 다양한 작물을 키운다. 더불어 농산물 수확과 주스, 장아찌 만들기, 김장하기 등 다양한 체험도 함께 한다. 


농장명에는 자신 이름을 붙였다. ‘강현숙 농장’. 이름을 내 건 것은 그만큼 정직하고 안전한 먹거리를 기르겠다는 각오 때문이다.


“자동화 시설 덕분에 농사가 그렇게 어렵진 않아요. 다행히 10년 전 하우스를 물려받을 당시부터 어지간한 자동화는 다 돼 있었어요. 다만 농사가 처음이다 보니 재배법을 모른다는 게 사실 심각한 문제였죠. 뭘 키워야 할지도 생각한 적 없으니까요”















ⓒ 양산시민신문


농사를 하기 시작하는 데 뭘 키울지 결정도 못했다. 당연히 재배법도 몰랐다. 어려서부터 어깨 너머로 배운 것도 없다. 모든 게 갑작스럽게 이뤄졌고, ‘준비된 농업인’은 남의 일이었다.


“시아버님이 대장암이었는데 2년 가까이 항암치료를 하셨죠. 그 때 다른 음식은 다 못 먹는데 토마토는 잘 드시더라고요. 의사도 토마토는 괜찮다고 하고. 그래서 그냥 토마토를 짓기 시작한 겁니다”


토마토는 먹을 줄만 알던 강 씨다. 어디서 어떻게 배워야 할지 몰랐다. 다짜고짜 토마토로 유명한 김해시 대저면을 찾았다. 


“부산 엄궁 농산물 시장에 가서 가장 비싼 가격을 받는 농가와 가장 싼 가격을 받는 농가 두 곳을 알아냈어요. 직접 가 봤죠. 두 곳을 유심히 비교해 봤어요. 좋은 가격을 받는 농가에 가서 3일 내내 지켜보기만 했어요. 그러는 동안 마을 어르신들에게 토마토를 어떻게 키워야하는지 여쭤보며 배웠죠. 토마토 농장을 며칠 지켜보니 눈에 보이는 게 있더라고요. 그대로 보고 따라 하기 시작했죠. 그게 첫 농사였습니다”


강 씨는 자신이 눈썰미가 좋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야기를 들어 보면 눈썰미 보다 스스로 노력하고 연구한 결과가 지금 그와 농장을 있게 했다. 


현재 판매처에 대한 고민은 없다. 모든 생산물을 직거래로 ‘완판’하고 있다. 말이 쉬워 완판이지 오직 직거래만으로 매년 8천만원(체험 포함) 소득을 올린다는 건 결코 흔치 않은 경우다. 


“350평 정도로 시작했어요. 처음 짓는 농사라 크게 할 수가 없었어요. 대신 품질에 많이 신경을 썼죠. 양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각종 효소나 미생물을 얻어와 이런저런 실험을 거쳤죠. 운이 좋았고, 그래서 결과도 좋았어요”


품질이 뒷받침 하다 보니 직거래는 어렵지 않았다. 그래서 서서히 농사를 넓혀갔고, 1만2천여㎡에서 생산하는 농산물에 대해 지금도 판매 고민은 없다고 한다.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처음 시작하면 당연히 실패를 많이 하는데 저는 그 위기를 운 좋게 넘겼거든요. 토마토 농사 첫해 바로 시듦병에 걸렸는데 그냥 농업기술센터에서 미생물을 가져와서 무작정 제 마음대로 배합해서 뿌렸어요. 밭에다 물을 채우고 미생물을 아주 진하게 타서 뿌렸죠. 제가 배운 방법으로 살균제도 만들어 뿌렸고요. 3일째 되던 날 토마토가 살아나기 시작했어요”


강 씨는 운이었다고 말하지만 단순히 운이 좋은 것으로 돌릴 순 없다. 사실 강 씨 노력이 빚어낸 예고된 결과다. 자신이 농업에 대해 아는 게 전무하다 보니 정말 열심히 배우려 노력했다. 인터넷은 물론, 책으로 공부하고 책에도 답이 없으면 직접 실험했다. 그 과정에는 분명 실패도 있었다. 물론 그 실패는 성공의 자양분이 됐고. 


“농사일은 여성은 못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많은데, 힘든 건 사실이지만 못 할 정도는 아니에요. 물론 남편이 주말과 쉬는 날엔 열심히 도와주지만 제 농사는 어쨌거나 제가 책임지고 하고 있어요”


강 씨는 양산시강소농협의회가 처음 시작할 때부터 몸을 담았다. 혼자 연구해온 것을 함께 고민하기 시작했다. 같은 작물이 아니더라도 서로 주고받는 정보와 함께하는 고민 덕분에 배울 점이 많았다. 그러면서 10년 농사 끝에 스스로 안정기에 접어들었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수준까지 왔다. 


“전 귀농 추천합니다. 다만 처음에는 욕심을 좀 버려야 해요. 귀농한 분들 농사하는 것 보면 분명히 수익에 한계가 보이는데 너무 욕심을 내더라고요. 투자가 적으면 수익도 적을 수밖에 없어요.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조금씩 바꿔가는 게 좋아요”


고객에 대한 분석도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주 소비층을 파악해야 그에 맞는 판매방식을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적극적인 판매망 구축도 강조했다. 품질만 믿고 앉아서 기다릴 게 아니라 본인이 직접 소비자 속으로 들어가라고 말했다. ‘서비스’도 아끼지 말라고 했다. 그는 이런 것만 잘 해도 판매망 걱정은 크게 안 해도 될 것이라고 장담했다.












ⓒ 양산시민신문

저작권자 © 양산시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