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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한 보수? 중앙이 아닌 지역에서 해답을 찾아라”..
정치

“건강한 보수? 중앙이 아닌 지역에서 해답을 찾아라”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7/06/13 10:00 수정 2017.06.13 10:00
[이슈&현장 건강한 보수 찾기 공감 토론회]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
“낡은 보수 대신 분권서 답 찾아야”

동아대 홍성민 교수
“중도 향한 혁신 정책 필요”

동의대 이준호 교수
“권위 버리고 진보 정책도 가져야”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
“지역 중심으로 돈, 권력 쪼개야”




박근혜 전 대통령 국정농단사태로 위기에 몰린 한국 보수진영이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길은 무엇일까?


지난 9일 ‘지역에서 보수의 길을 묻다’라는 주제로 건강한 보수 찾기 시민공감 토론회가 열렸다. 한옥문 양산시의원이 주최ㆍ주관하고 본지와 양산시의회, 양산신문, 양산뉴스파크가 후원한 토론회는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자주 접할 수 없는 수준 높은 정치 토론이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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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제는 ‘대한민국 지역의 보수, 오늘과 내일’이라는 주제로 김대호 사회디자인연구소장이 맡았다. 토론회는 이진로 영산대 교수가 좌장을 맡아 진행했다. 토론자로는 이준호 동의대 교수와 홍성민 동아대 교수, 신학림 전 전국언론노조위원장이 참석했다.


먼저 김대호 소장은 발제를 통해 대한민국 정치권은 늘 반사이익으로 집권하는 행태를 보여 왔다고 지적했다. 김 소장은 “우리는 진보, 보수를 떠나 언제나 스스로 혁신하지 못한 채 상대진영 잘못에 대한 반사이익으로 집권해 왔다”며 “그러다 보니 불평등, 양극화, 저성장 등 국민이 느끼는 고통에 대한 해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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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 소장은 “혁신 첫 과제는 보수와 진보를 잊고 ‘대한민국’을 고민하는 데 있다”며 “진보와 보수 차이는 혁신에 대한 방법, 대한민국 미래를 고민하는 방법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현재 한국 사회에서 흔히 거론되는 진보와 보수는 사실 유럽과 미국 등 서구에서 건너온 ‘수입품’이라며 “한국 현실에 뿌리를 내린 개념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김 소장은 “한국 사회 진보와 보수는 짧은 역사만큼 그 본래 개념과는 다른 모습으로 한국 사회에 통용되고 있다”며 “특히 남북 대립 상황으로 진보와 보수를 ‘북한에 대한 태도’로 구분하고 있는데, 결국 애초부터 진보와 보수로 구분하는 개념은 ‘우리 몸에 맞지 않는 옷’을 입힌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 소장은 “승자독식 선거제도와 인사, 정책, 예산, 규제, 징벌 등 각종 권력 투쟁으로 영남과 호남지역은 억지로 보수 우파, 진보 좌파를 강요받게 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 소장은 “그동안 우리 보수는 낡고 무책임했으며 무능했다”고 질타하고 혁신을 위해서는 문제가 무엇인지부터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김 소장이 지적한 한국 보수, 한국 사회 문제점은 ▶공적 영역에서 책임윤리 실종 ▶시장에서 자유와 공정 실종 ▶사회공동체 자위, 자조, 공감, 연대 실종 ▶끝없이 되풀이되는 갑질의 ‘프랙탈’(작은 구조가 전체 구조와 비슷한 모습으로 끝없이 반복하는 것) 구조 등이다.
김 소장은 “한국 보수는 이런 문제점에 대해 고민하고 특히 지방자치분권 개혁을 통한 ‘아래로부터의 민주주의’를 실현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김 소장은 “대부분 선진국은 작은 마을과 상공업자들이 모여 공공서비스 생산을 위한 계약으로 지방정부를 만들었고, 지방정부가 모여 다시 연방국가를 만들었지만 대한민국은 아래로부터 동의와 계약을 통해 중앙정부가 탄생하지 않았다”며 “지역발전을 위해서는 지방정부를 책임지는 정치활동이 가능하도록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지방자치제를 시행한지 20년이 넘었지만 권력 핵심인 징벌, 징세, 법령, 규제, 예산권 등은 여전히 중앙정부가 독점하고 있다”며 “다만 단순히 권력을 나누는 문제가 아닌 나눈 권력을 제대로 사용할 수 있는 자율성을 부여하고 그에 대한 책임을 어떤 방식으로 지게 할지를 고민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지방정치 두뇌와 심장 역할을 할 지방정치조직이 중앙정치 식민화 돼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하고 “지방정치를 책임지는 건강한 지방정치조직이 성장, 발전할 수 있도록 정당 권력을 나누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소장 발제에 이어 첫 번째 토론자로 나선 홍성민 교수는 한국사회 보수진영 문제점을 지난 50년 간 이어온 ‘반공’에 대한 부작용과 더 이상 급성장할 수 없는 경제 구조에서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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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 교수는 “대한민국 보수는 탄생 순간부터 문제가 있었다”며 “이승만 정권이 일제 잔재를 청산하지 않은 채 미국에 의존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서구사회 전통 보수는 민족주의 성향이 강한데 대한민국 보수는 그 반대로 외세 의존에서부터 시작했다는 지적이다.


박정희 정권 시절부터 지금까지 ‘반공’을 무기로 삼아온 점, 그리고 경제 급성장에 대한 기대를 심어준 부분도 현실과 맞지 않다고 꼬집었다. 홍 교수는 지난 50년 동안 보수는 반공을 안보 가치로 삼아 왔는데 정작 북한은 통제하지 못하는 집단이 돼 있다고 말했다. 경제성장 역시 국민소득 100달러 수준이던 박정희 정권처럼 매년 10%씩 성장할 수 있는 시대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과거 향수를 자극해 경제 급성장을 공약으로 하는 ‘뻔한 거짓말’을 일삼았다고 비판했다.


홍 교수는 “‘반공’과 ‘급성장’이라는 가치를 버리고 새로운 보수 가치를 만들어야 한다”며 특히 중도계층에 대한 정책을 만들어 지지를 호소해야 한다고 충고했다.


홍 교수는 “현재 자유한국당 국회의원 가계부를 정리하면 대부분 명망가 집단이고 민주당과 정의당 등 진보진영은 아직도 학생운동 출신이 많다”며 “결국 양쪽 끝이 아닌 중간계층을 누가 잡느냐 문제인 만큼 보수는 이들을 향한 정책을 만들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불어 우리나라는 계급정치가 아닌 지역정치를 기반으로 하고 있는데 이 역시 넘어야 할 산이라며 지역주의를 뛰어 넘는 정책으로 다양성을 지역 사회에 뿌리 내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두 번째 토론자로 나선 이준호 교수는 지역 정치를 강조했다. 이 교수는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은 사실상 ‘서울 대통령’”이라며 “지역 정치 실종과 함께 권위적 부도덕성, 경제 정책 실패 등이 결국 실질적 신분사회로 전환하는 결과를 낳았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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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이런 신분사회로의 전환이 결국 보수층을 지지했던 사람들을 이반하게 만들었다며 대안으로 보수의 장점인 안정감과 목표 지향적 변화를 주문했다. 특히 ‘개혁’이란 단어 사용을 자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자기중심적 생각을 많이 하는 젊은 층에 대해서는 그들이 원하는 걸 찾아서 정책에 반영해야 한다”며 “보수권위를 버리고 진보진영 이슈라도 필요하다면 선점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새로운 보수 우파만의 이데올로기를 만들어야 한다”며 “현재 문재인 정부 정책을 보면 보수 좌파라 할 수 있고 오히려 박근혜 정부가 진보 우파에 가까웠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토론을 펼친 신학림 전 위원장은 역시 지역 중심 정치를 역설했다. 현재 서울 중심 사고에서 벗어나 철저하게 지역을 중심으로 정치를 펼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전 위원장은 “‘지방’이 아닌 ‘지역’이 중요하다. 현재 모든 행정이 서울 중심으로 돼 있는데 좌우를 떠나 이것부터 고치는 게 급선무”라며 “현재 지방자치제도는 예산이 뒷받침 되지 않은 ‘절름발이’ 지역자치”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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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 전 위원장은 “원래 보수주의자들이 만든 제헌헌법은 철저한 사회주의 헌법이었다”며 “지금 보수와 진보가 마치 서로 다른 이슈를 이야기해야 하는 것처럼 생각하는데 일본 자민당은 좌파정당 공약이라도 자신들에 도움이 된다면 얼마든지 갖다 쓴다”며 진영을 넘나드는 정책 만들기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신 전 위원장은 “보수와 진보는 사실 서로 적대적일 수 없다”며 “한쪽이 죽으면 다른쪽도 죽을 수밖에 없는, 서로가 서로를 존속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돈과 명예, 권력이 독점되는 현실에 대한 비판도 이어갔다. 신 전 위원장은 “현제 우리 사회, 특히 보수집단의 가장 큰 문제는 돈과 권력, 명예까지 모두를 1%도 안 되는 지배세력이 독점한다는 점”이라며 “돈과 명예, 권력을 나누고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만들어야 보수 재집권 가능성이 있다”고 충고했다.


신 전 위원장은 “50년 대한민국 보수정당 뿌리라는 기득권 세력을 국민이 용납하지 않기 시작했다”며 “앞으로는 지역분권, 권력 분산을 주장하는 정당과 그 후보가 집권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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