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 해결은 농장주 의지에 달려
비교적 깨끗한 곳도 있고, 그렇지 않은 곳도 있었다. 현실을 고려했을 때 이해할 수 있는 수준도 있었지만 도저히 묵과할 수 없는 곳도 있었다.
어떻게 저런 환경에서 키운 돼지를 식용으로 쓸 수 있는지 이해할 수 없어 분노까지 이는 곳도 있었다. 지난 4일 화제지역 축산 농가를 둘러본 결론이다.
양산시가 원동면 화제지역 축산 악취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난 1일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그동안 축산 악취가 사료로 제공해 온 음식물 쓰레기로부터 비롯했다는 판단 때문이다.
양산시는 이번 조처로 축산 악취 문제 해결에 상당 부분 진전이 있을 것으로 확신한다. 주민 역시 당장 효과를 체감하긴 힘들지만 향후 많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에 실제 축사 환경을 살펴보기 위해 지난 4일 관계 공무원과 주민, 시의원 등이 현장 확인에 나섰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음식물 쓰레기 반입 금지만큼 축사 내 환경 개선을 위한 노력도 필요한 것으로 드러났다. 농가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많은 축사가 가축 분뇨를 제때 처리하지 않아 악취를 발생시키고 나아가 가축 위생까지 심각한 수준이었기 때문이다.
먼저 화제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 A 양돈농장은 돼지우리마다 다소 다른 환경이었다. 악취 역시 정도가 달랐다. 톱밥 등을 축사 바닥에 뿌려 비교적 쾌적한 상태를 유지하는 곳도 있었지만 톱밥이 분뇨와 뒤섞여 악취가 심한 곳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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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사용하지 않더라도 분뇨를 제대로 처리하지 않을 경우 악취 원인이 될 수 있음을 확인시켜줬다.
B 농장은 악취 문제를 넘어 전염병 등 위생을 염려해야 할 정도로 상태가 엉망이었다. 전혀 관리하지 않은 듯 보이는 돼지우리 안 돼지들은 온몸에 분뇨를 뒤집어쓰고 있었다. 분뇨와 돼지가 구분되지 않을 정도였다.
이 모습을 확인한 양산시의회 임정섭 의원(민주, 물금ㆍ원동ㆍ강서)은 “이런 상태로 어떻게 돼지를 키울 수 있는지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며 “축사 상태가 이런 걸 사람들이 안다면 과연 돼지고기를 사 먹을 수 있겠냐”고 지적했다. 임 의원 지적에 주민은 물론 공무원들도 동의할 수밖에 없었다. 일부는 “저 모습을 보니 앞으로 적어도 돼지 껍데기는 못 먹겠다”고 말할 정도였다.
임 의원은 “앞으로 행정이 나서서 이런 농가에는 새로 돼지를 입식하지 못하게 해야 한다”며 나동연 양산시장에 전화를 걸어 시장이 직접 현장을 확인해 줄 것을 요구하기도 했다.
반면 C 농장은 악취도 적었고 돼지 상태도 비교적 깨끗했다. 농장주는 매일 돼지우리를 청소하고 톱밥도 자주 갈아주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C 농장주는 “우리 스스로 악취 나는 게 싫어서 우린 예전부터 음식물 쓰레기를 사료로 사용하지 않았고 축사도 매일 청소하고 있다”고 말했다.
결국 이날 현장 확인 결과 축산 악취 문제는 농장주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확인했다. 주민들은 행정 당국에서 철저한 감독과 단속을 주문했다. 더불어 악취 저감을 위해 애쓰는 농가에는 다양한 지원을 해 줘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무원들도 공감했다.
정천모 양산시 환경관리과장은 “일단 음식물 쓰레기 반입을 중단시킨 만큼 악취 저감 효과는 분명히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며 “이번 조처는 악취 해소를 위한 노력 가운데 1단계가 마무리된 정도일 뿐 앞으로 축사 시설과 환경개선을 위해 지속해서 관심을 기울이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