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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웅상센트럴파크에 거는 기대..
오피니언

웅상센트럴파크에 거는 기대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7/07/11 09:51 수정 2017.07.11 09:51













 
↑↑ 장정욱
cju@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하늘로 쭉 뻗은 아름드리나무, 지저귀는 새소리, 그늘 시원한 오솔길, 조각배 떠다니는 작은 강, 자전거 타는 사람, 운동 즐기는 청년, 데이트하는 연인, 소풍 나온 가족, 넓은 잔디밭과 그 위를 뛰노는 아이들….

공원이란 단어에 내가 떠올린 모습들이다. 물론 실제 우리 주변에서 보는 공원 모습이 이렇다는 건 아니다. 그냥 내가 꿈꾸고 바라는 공원 모습이다. 먹고 살기 바쁜 현대 시민을 위해 그저 떠올리기만 해도 휴식할 수 있는 그런 공원을 바라는 마음이 낳은 기대다. 


독일 뮌헨 중앙역 근처에는 ‘영국정원’(English Garden)이란 곳이 있다. 독일에 있는 공원이지만 영국인 설계자가 영국식으로 설계했기 때문에 그렇게 이름 붙였다고 한다. 이름이 중요한 건 아니고, 어쨌거나 도심 인근에 있는 공원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크다. 


지지난해 취재차 뮌헨에 갔다가 한국으로 돌아오기 직전 그곳을 둘러본 적 있다. 한 시간 남짓 둘러본 공원에서 난 내가 꿈꾸던 공원의 모습을 모두 봤다. 사실 내가 꿈꾸던 공원 모습을 본 건지, 아니면 그 공원을 보고 나서 내 머릿속에 ‘공원은 저래야 한다’라고 나도 모르게 각인시켜버린 건지 모르겠다. 아무튼 도심에 그런 공원을 가진 뮌헨 시민이 정말 부러웠다. 


또 하나 부러운 공원이 있다. 뉴욕 맨해튼 한가운데 위치한 ‘센트럴파크’(Central Park)다. 아쉽게도 이곳을 직접 가본 적은 없다. 그냥 내가 가장 좋아하는 미국 시트콤 ‘프렌즈’(friends)와 몇몇 영화나 방송에 비친 모습을 본 게 전부다. 그런데 TV와 스크린 속 센트럴파크 모습은 영국정원과 거의 흡사했다. 센트럴파크와 영국정원은 도시민에게 가장 필요한 ‘휴식’ 공간이었고, 삶을 동력을 채우는 충전소였다. 


양산시가 동부양산에 ‘웅상센트럴파크’를 만든다. 맨해튼 센트럴파크와 이름이 같다. 정확한 위치는 주진동 산63-2번지 일원. 양산시는 총사업비 350억원을 들여 체육관과 농구장, 족구장, 풋살장 등 체육시설을 만들 계획이다. 여름에 쓸 물놀이장과 야외공연장도 갖추게 된다. 이런 시설 주변에는 산책로를 만들고 조경을 심어 공원으로서 면모를 갖출 계획이다. 준공 목표는 2019년 12월이다. 


웅상센트럴파크는 아직 첫 삽을 뜨지도 않았다. 그런데 이미 걱정이 앞선다. 내가 꿈꾸던 공원, 즉 영국정원이나 맨해튼 센트럴파크와 다른 모습이 될 것 같은 느낌 때문이다. 공원이지만 정작 쉴만한 곳 없고, 삶의 생동감도 느껴지지 않으며, 삶을 에너지를 재충전할 수 없는 그런 공원일 것만 같다. 내가 봐 온 한국의 ‘공원’은 늘 그랬기 때문에.


사실 9만9천㎡의 좁은(?) 면적으로 영국정원이나 센트럴파크를 따라갈 순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숲이 있었으면 좋겠다. 큼지막한 나무가 많았으면 좋겠다. 아이들이 뛰놀 수 있는 푸른 잔디가 있었으면 좋겠고, 발이라도 담글 수 있는 작은 개울이 흐르면 더욱 좋겠다. 족구장, 농구장, 풋살장은 있어도 좋고 없어도 그만이다. 시민이 일상 속 스트레스를 치유하고 가끔 주어지는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길 바란다.


내년에 준공을 목표로 한다는 것도 아쉽다. 독일이 영국정원을 조성하는데 무려 2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고 한다. 오래 걸린다고 다 좋은 건 아니지만 좋은 공원은 수십, 수백년이 지나도 가치가 그대로인 곳이어야 한다. 굳이 1년 안에 완공하겠다는 목표 대신 135년이 넘도록 공사 중인 사그라다 파밀리아 성당처럼 느려도 좋으니 정말 ‘좋은’ 공원을 만들었으면 좋겠다. 앞으론 ‘공원’이라고 하면 맨해튼 센트럴파크 대신 웅상센트럴파크를 떠올릴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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