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금읍 가촌리 신기마을 일대 단독주택 거주자들이 최근 사생활 침해를 당했다며 경남도와 양산시에 민원을 제기하고 나섰다. 마을 바로 맞은편에 고층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아파트에서 내려다보면 집안 전체를 훤히 들여다볼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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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물금읍 가촌리 신기마을 주민들이 아파트 건립에 따른 사생활 침해를 주장하고 있는 가운데 아파트 건설업체는 법적으로 문제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갈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아파트에서 바라본 신기마을 한 주택 내부 모습. 마당을 오가는 사람은 물론 널어 놓은 빨래까지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다. |
ⓒ 양산시민신문 |
문제가 되는 A아파트는 모두 18개동 2천130세대 규모다. 이 가운데 7개동 820여 세대가 마을을 등지고 있다. 인근 다른 아파트는 마을을 옆으로 두고 있어 아파트 세대 내부에서는 마을 주택 안을 들여다보기 힘들다. 하지만 마을을 등진 A아파트는 세대 내부 창문으로 마을 주택 대부분을 내려다볼 수 있는 구조다. 실제 취재진이 A아파트에서 신기마을을 내려다본 결과 마당을 거니는 주민 모습은 물론 주택 현관문과 창문까지 맨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마을 주민들은 이렇게 사생활 침해 우려가 높은 가구가 최소 100가구 이상에 달한다고 주장한다. 사생활 침해와 함께 범죄에 노출될 가능성도 높다는 설명이다.
한 신기마을 주민은 “300년 넘게 아무런 말썽 없던 동네인데 아파트가 들어서면서 생전 고민해본 적 없는 일로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모르는 사람이 우리 집을 지켜본다 생각하면 기분이 나쁠 수 밖에 없지 않느냐”고 말했다.
주민들은 나름 대안도 제시하고 있다. 마을과 아파트 사이 도로변에 키 높은 가로수를 심어 아파트 쪽 시야를 최대한 가릴 수 있도록 해 달라는 것이다. 이 경우 마을 주민들은 일조권과 조망권을 상당 부분 잃어버리게 된다. 하지만 주민들은 “그런 희생을 감수하고서라도 사생활 침해를 막아야 한다는 절박한 상황이기에 우리가 먼저 그런 대안을 제시하는 것”이라며 “특히 우리가 보상비 몇 푼을 받기 위해 이러는 것으로 비치지 않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먼저 방법을 고민하고 제안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은 그동안 건설업체측에 수차례 항의와 함께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별다른 반응이 없자 조만간 아파트 건설을 허가한 경남도에 공식 민원을 제기할 예정이다.
반면, 주민 주장에 대해 아파트 건설사측은 “법적으로도 절차상으로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입장만 반복하고 있다. 경남도 역시 아직은 특별히 민원이 제기된 게 없어 사안을 제대로 파악하지 않은 상태라며 “관련 내용을 살펴보겠다”고만 말했다.
한편, 양산시도 법적으로 문제가 없는 만큼 건설사측에 조처를 요구하기 힘들다는 입장이다. 양산시는 “사람이 주로 머무르는 거실 등에서 볼 수 있는 구조가 아니고 드레스룸과 주방, 창고 등 작은 창문을 통해서만 볼 수 있는데 의도적으로 보려고 하지 않으면 쉽게 볼 수 있는 형태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특히 “무엇보다 관련법규(건축법 시행령 제55조)에서 벗어나지 않아(업체측에) 조처를 하라고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라며 “만약 아파트 세대 안 마을 방향 창문을 모두 가린다면 반대로 아파트 주민들이 또 다른 민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