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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풍 ‘차바’가 남긴 교훈, 1년도 안 돼 잊고 있는 양산..
사회

태풍 ‘차바’가 남긴 교훈, 1년도 안 돼 잊고 있는 양산시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7/08/16 09:29 수정 2017.08.16 09:29
낙동강 하굿둑 개방 가시화
밀물 때 낙동강 역류 가능성
집중호우ㆍ만조 겹칠 경우 ‘아찔’
양산시, 대책 마련 ‘나몰라라’

부산시가 2025년 낙동강 하굿둑 완전 개방을 위한 정책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에 지역 일각에서는 양산시도 관련 대책을 시급히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했지만 정작 양산시는 이를 전혀 고민하지 않는 모습이다.


대책 마련을 주장하는 측은 하굿둑을 개방하면 바닷물이 역류해 낙동강 염분이 높아질 우려가 있고, 무엇보다 바닷물 수위가 가장 높은 ‘만조(滿潮)’ 때 낙동강이 역류해 양산지역은 침수 피해까지 발생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역시 가장 우려되는 문제는 ‘만조 때 홍수 위기 가능성’이다. 정확히는 바닷물 수위가 가장 높아졌을 때 집중호우 등이 발생하면 불어난 낙동강과 바닷물이 만나 강물이 불어나게 되고, 불어난 강물이 양산천 등으로 역류하거나 낙동강 제방을 붕괴시켜 침수(홍수) 피해를 낳게 된다는 주장이다. 더불어 바닷물 역류로 낙동강 ‘염분’이 높아지고, 이에 따른 생태계 혼란과 농ㆍ어업 피해 등도 문제다.


이들 주장을 ‘가설’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게 실제 하굿둑을 건설하기 전 바닷물이 역류해 밀양(삼랑진)까지 염분이 수시로 올라간 기록이 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올해 초 지역정치권에서 하굿둑 개방에 따른 양산지역 피해를 우려하며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기도 했다.


국민의당 양산시지역위원회는 지난 1월 “보고서에 따르면 낙동강 하구둑이 없을 때 만조 시에는 하굿둑에서부터 42km 지점인 밀양까지 바닷물이 올라가고, 간조 시에는 25.5km 지점인 물금취수장까지 바닷물이 유입된다”며 “하굿둑을 철거할 경우 호우에 대비한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불어 “양산시 배수 능력은 시간당 75m인데, 태풍 차바와 같이 시간당 200m가 내리면 물난리가 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동안 그나마 낙동강 하굿둑이 바닷물 유입을 막아줬기 때문에 신도시가 물에 잠기는 최악을 피할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 양산시민신문


하지만 이러한 우려와 달리 양산시는 하굿둑 개방과 관련해 어떠한 논의도 없는 상태다. 침수를 비롯해 지역 재난ㆍ안전문제를 총괄하는 안전총괄과는 “이와 관련해 전혀 논의한 바 없다”며 오히려 “낙동강 하굿둑을 열면 수위가 낮아지는 게 아닌가”라고 반문했다.


건설과 하천담당 역시 관련 내용에 대해 “아는 사실이 전혀 없다”며 자신들과는 전혀 관계없다는 입장이다. 낙동강 물을 정수해 수돗물로 공급하고 있는 양산시상하수도사업소도 “(낙동강은) 국가하천이니 국가가 관리하는 게 당연하고 만약 침수 등 피해가 예상될 경우 국가에서 피해기관(양산시)에 알려주는 게 맞다”며 “우리는 염분 문제로 수질에 대해 검토한 바는 있다”고 말했다.


그나마 낙동강 인근 공원을 관리하는 건설과 수변공원담당에서 부산지방국토청 회의에 참석해 관련 내용을 논의한 바 있다. 당시 부산지방국토관리청 역시 하굿둑 개방 관련 대책반을 구성해 계획홍수위(홍수 피해를 막기 위한 공사 설계 기준이 되는 물 높이) 재논의 필요성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수변공원담당 관계자는 “부산지방국토청에서 하는 것과 별개로 우리지역 안전 문제인 만큼 양산시도 침수(홍수) 문제에 대해 검토는 할 수 있겠지만 아직은 전혀 계획이 없다”고 말해 현재 양산시는 하굿둑 개방과 관련해 어떠한 대책도 마련하지 않고 있음을 확인했다.


한 신도시 주민은  “낙동강 하굿둑 개방에 따른 홍수 피해 우려는 단순 ‘가설’로 끝날 수도 있겠지만 양산시는 이미 지난해 10월 태풍 ‘차바’로 큰 아픔을 당한 경험이 있지 않냐”며 “당시 집중호우로 양산천 제방이 넘치기 직전까지 물이 차오른, 생각해도 아찔했던 순간을 잊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그는 “아직도 다 치유하지 못한 그 날 흔적은 차바가 우리에게 남긴 ‘유비무환(有備無患)’의 교훈인데, 양산시는 불과 1년도 안 돼 그 교훈을 까맣게 잊어버린 모양”이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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