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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귀농을 생각한 건 아닙니다. 회사에 다니면서 전직을 생각해 이것저것 준비한 건 사실이지만 농사는 우연히 시작하게 됐어요. 인문학 수업도 듣고 이것저것 공부하다 우연히 부산귀농학교에 들어가게 된 거죠”
그렇게 시작한 귀농이 올해로 7년째다. 조 대표는 현재 돼지를 키운다. 직접 키운 돼지로 소시지도 만든다. 소시지 만드는 과정을 체험 활동으로 개발해 부대 수익까지 올리는 전형적인 6차산업이다.
규모는 크지 않다. 1년에 판매ㆍ가공하는 돼지는 약 30마리 정도다. 한 달에 2~3마리 정도를 생산하고 판매하는 셈인데 일반 사료를 전혀 먹이지 않는다. 항생제도 전혀 사용하지 않는다. 겨(쌀 껍질)를 가공해 사료 대신 모이로 주고 채소와 각종 농사 부산물 등 완전한 천연재료만 먹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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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대표가 ‘친환경’에 관심을 가진 건 자녀들 영향이 컸다. 아토피가 심한 중학교 3학년 아이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아토피 때문에 늘 식생활이나 주거 환경에 신경 쓰지 않을 수 없었다. 자연스레 친환경에 관심을 두게 됐고, 그런 일에 종사하는 사람들과 친분이 쌓이게 됐다.
돼지를 키울 생각을 한 것도 아이 때문이다. 일반 돼지고기는 아토피를 악화시켜 먹일 수 없었는데, 우연히 맛본 무(無)항생제 돼지는 달랐다.
“우리 아이는 돼지고기, 자장면, 과자 같은 걸 먹고 나면 온몸이 뒤집어지고 난리가 나요. 고기를 엄청 좋아하는데 못 먹는 거죠. 그런데 어느 날 파주에서 키운 자연축산 돼지고기를 먹였는데 신기하게도 괜찮더라고요. 이런 고기라면 믿을 수 있겠다 싶었던 거죠. 그래서 ‘내가 직접 키워보면 어떨까’하고 생각하게 된 겁니다”
아이에게 안전하고 건강한 먹을거리를 제공하기 위해 양돈업을 시작한 셈이다. 2~3년 동안 직접 친환경 사육 농가를 찾아 현장을 확인했다. 이것저것 물어 정보를 얻었고, 3년쯤 전부터 사료와 항생제를 사용하지 않는 대신 겨와 채소, 농사 부산물만 먹여 키우고 있다. 조 씨는 이를 ‘자연축산’이라 표현했다.
자연축산으로 기른 돼지들로 소시지를 만들어 보면 일반 돼지와 차이점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고 한다. 지방 성분만 비교해도 일반 돼지는 포화지방, 조 씨가 기른 돼지는 불포화지방이 많다는 것. 삼겹살에서 기름을 뽑아 비교해 보면 차이가 확연히 드러난다.
자연축산 양돈에도 문제는 있었다. 대량 사육이 아닌 만큼 소비자 직거래가 중요한데, 그렇게 되니 목살과 삼겹살만 소비됐다. 일반 소비자들은 안심이나 등심 등은 잘 소비하지 않았다. 돼지 한 마리 가운데 30~40%만 상품이 됐다. 남은 고기를 활용해야겠단 생각으로 시작한 게 바로 ‘소시지’다.
소시지를 만들 때도 첨가물은 일절 넣지 않는다. 그래서 어려웠다. 첨가물 없이 탱탱하고 쫄깃한 식감을 만들어야 하는데 쉽지 않았다.
“이리저리 정보를 모아봤지만 실제 그렇게 만드는 건 어렵더라고요. 무엇보다 한결같은 맛과 품질을 유지하는 게 어려웠어요. 3년 동안 정말 많이 실험하고 도전했어요. 이제야 자신 있게 상품으로 내놓을 수 있고, 덕분에 우리 소시지를 찾는 사람이 많아요”
조 씨가 기른 돼지는 매달 2~3마리 정도 도축한다. 삼겹살과 목살 등은 곧장 직거래로 소비하고, 나머지 부위들은 소시지로 가공한다. 이미 소문이 난 덕분에 판매 걱정은 없다. 오히려 고기가 모자라 지금은 아는 사람에게만 팔고 있을 정도다. 소시지도 마찬가지다.
조 씨는 자연축산 돼지가 오히려 더 키우기 쉽다고 한다. 일반 대량생산 돼지는 상품으로 도축할 때까지 6개월 정도 걸리지만 조 씨 돼지는 1년 이상 걸린다. 대신 키우는 게 쉽다는 것. 조 씨는 “기술적으로는 간단하다. 그냥 놔두면 저절로 새끼 낳고 잘 큰다”고 말했다. 물론 조 씨 말대로 저절로 크도록 놔둘 수만은 없다. 항생제 없이 건강하게 키우기 위해서는 그만큼 많은 관심과 노력이 필요하다.
“돈 벌 생각만으로 농사한다면 저는 크게 가치가 없다고 봐요. 생태, 친환경 등에 가치를 두고 농사하고 싶었고, 그래서 귀농학교를 다니면서 그런 경우만 연구했죠. 실제 그렇게 농사짓는 분들을 찾아다니며 만나보면 정말 돈과 상관없이 풍요롭게 사시더라고요”
조 씨는 후배 귀농인들에게 ‘작은 농업’을 강조했다. 규모가 크다고 돈을 많이 버는 게 아니라는 주장이다. 조 씨는 “규모가 크면 그만큼 인건비와 시설비 등 부대비용이 많이 들어간다”며 “농장이 크면 몸만 바쁘지 오히려 순수익이 오르지 않는 경우도 많다”고 충고했다. 작은 규모라도 제대로 키워 완전한 직거래로 판매하는 게 더 나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유통이윤을 줄여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가 만족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직거래를 위해서는 최고 품질을 갖추고 제품에 대한 신뢰를 심는 것은 기본이다. 조 대표는 “대량으로 기른 인삼이 산삼보다 가치가 높진 않다. 우리는 인삼 보단 산삼을 기르는데 집중해야 경쟁력을 가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농업이 가진 가능성은 나쁘지 않지만 시간은 좀 걸릴 겁니다. 아무리 빨라도 안정화하는데 3년 이상 필요하니 농사를 생각한다면 최소 이 정도는 버틸 각오를 하고 시작하는 게 좋습니다”
먼 미래 일이 될지 모르지만 조 대표는 가까운 사람들과 공동체 마을을 만드는 게 목표다. 10여 년 전 지인들과 대안학교를 만들었던 것처럼, 마을 안에서 자급자족하며 마음을 나누며 살고 싶다. 결국 조 대표에게 농업이란 공동체 삶의 필수 조건이자, ‘행복한 삶’을 위한 최소 도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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