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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그럼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오피니언

그럼 누구에게 물어야 하나?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7/08/22 09:06 수정 2017.08.22 09:06













 
↑↑ 장정욱
cju@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저는 7월 1일­자로 발령받아 아무것도 모릅니다. 왜 저한테 그걸 물으십니까?”
얼마 전 부산 낙동강 하굿둑 개방이 양산지역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취재했다. 취재 요점은 크게 네 가지였다. 

첫째, 하굿둑을 개방할 경우 만조(滿潮, 밀물) 때 바닷물이 양산지역까지 역류할 가능성. 둘째, 홍수 때 불어난 낙동강 물과 바닷물이 만나 양산 시내로 범람할 가능성. 셋째, 앞선 두 가설에 대한 양산시 의견과 대책 마련 여부. 넷째, 소금물(바닷물) 유입 등 기타 영향.


내용만으론 어려운 취재가 아니었다. 그런데 예측은 빗나갔다. 생각하지 못한 암초를 만났다. 이 문제를 담당하는 행정부서를 찾기가 힘들었던 거다. 


일단 침수 피해 문제가 가장 큰 만큼 이를 담당하는 양산시 안전총괄과에 전화를 걸었다. 안전총괄과는 해당 주제에 대해 전혀 논의한 바 없다고 했다. 오히려 “낙동강 하굿둑을 열면 수위가 낮아지는 게 아닌가요?”라고 반문했다. 사실 하굿둑을 개방하면 바닷물이 역류할 수 있다는 주장은 오래전부터 제기돼 왔는데 담당 공무원은 그런 사실을 처음 듣는듯 했다. 


하는 수없이 낙동강에 취수장을 운영하는 상하수도사업소에 전화를 걸었다. 그곳 역시 크게 다르지 않았다. 해당 부서 담당자는 “낙동강은 국가하천이니 국가가 관리하고, 그런 일이 있으면 국가에서 피해기관(양산시)에 관련 내용을 알려주는 게 맞지 않나?”라고 했다. 양산시민 안전에 관한 문제인데 중앙 정부 대책만 기대하고 있었다. 


이번엔 건설과 하천관리담당으로 전화를 걸었다. 취재 내용을 설명하고 이것저것 물었다. 결론은 마찬가지였다. 하굿둑 개방에 관해 아는 게 없었다. 오히려 담당자는 “저는 7월 1일 자로 발령받아 와서 아무것도 모릅니다. (하구둑 개방과 관련해) 왜 저한테 그걸 묻습니까?”라고 반문했다. 


순간 황당했다. 이내 당황함으로 바뀌었다. 결국 “그럼 누구에게 물어봐야 합니까”라고 되물었다. 그제야 수화기 너머로 담당자를 찾기 시작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하굿둑 개방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부서는 없었다. 그나마 낙동강 인근 공원을 관리는 수변공원담당에서 전화를 넘겨받아 답변했다. 결론적으로 하굿둑 개방에 따른 지역 피해 발생에 대해 제대로 논의한 부서는 아무도 없었다. 


양산시가 하굿둑 개방에 대해 ‘무감각’ 한 것은 일면 이해할 수 있다. 개방 여부가 완전히 결정된 것도 아니고, 당장 수문을 개방해서 피해가 발생할 것도 아니다. 그동안 행정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고 충분히 고민하지 않았던 것은 이해된다. 하지만 앞으로는 그에 대한 대책 마련을 고민해야 한다. 


이번 취재에서 특히 안타까웠던 것은 공무원들 태도였다. 사안에 대한 담당자가 명확하지 않다는 이유로 공무원이 “부임한 지 얼마 되지 않아 나는 모른다”, “왜 나한테 묻는 건가”라고 반문하는 것은 사실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기자 생활 햇수로 12년째다. 그동안 많은 공무원을 상대하며 많은 것을 묻고, 때론 따지기도 했다. 그 과정에서 담당자가 애매한 경우도 많았다. 하지만 “왜 나한테 묻느냐”는 반응은 처음이었다. 나도 반문할 수밖에 없다. “그럼 누구한테 물어야 하나요?” 


기자에게조차 이른 바 ‘뺑뺑이’를 돌리는 공무원이 일반 민원인에게는 오죽하랴는 생각이 자꾸 머릿속을 떠나지 않는다. 

 
누구나 자신 업무가 아닌 부분에 대해 모르는 건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본인 업무가 아니란 이유로 “모르니 묻지 말라”고 하는 것은 결코 ‘공무원’이 취할 자세가 아니다. 적어도 행정 관련 사안이라면, 모르면 아는 사람을 찾기 위해 노력하는 일 역시 ‘공무(公務)’ 가운데 하나임을 기억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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