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25일 열린 제151회 양산시의회 임시회에서 수정예산안 심의를 놓고 의원들이 격론을 펼치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총체적 부실 예산, 통과하면 안 돼”
“이미 특위 통과한 안건을 또 반대?”
양산시의회가 또다시 파행을 거듭했다. 이 과정에서 양산시가 늑장 제출로 논란을 빚은 제2회 추가경정예산 수정예산안은 별다른 논란 없이 통과했다. 결과적으로 시의회가 내부 갈등 탓에 ‘행정 감시’라는 의회 기본 역할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 셈이다.
지난 25일 열린 제151회 양산시의회 임시회 제2차 본회의는 의원 간 의견 대립으로 정회와 속개를 두 차례 이상 반복했다. 안건 심의에 앞서 차예경ㆍ이상걸 의원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수정예산안 처리에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고, 김효진 의원은 두 의원이 사실과 다른 주장으로 동료 의원 명예를 훼손했다며 윤리위 회부를 정식 건의했다. 이 과정에서 의원끼리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결국 정회와 속개를 반복한 끝에 정작 갈등을 촉발한 추가경정예산 수정안(이하 예산안)은 본회의를 무난히 통과했다.
이번 시의회 갈등은 양산시가 단초를 제공했다. 양산시는 예산안을 임시회가 열린 첫 날(21일) 시의회에 제출했다. 제2회 추경예산은 10일에 제출했지만 특별교부세 약 97억원을 추가한 예산안은 21일 제출했다. 21일부터 임시회를 시작한 의원들 입장에서는 예산안을 제대로 검토할 시간이 부족해진 것이다.
↑↑ 이상걸 의원(민주, 동면ㆍ양주)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수정예산안 편성과 심의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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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예경 의원(민주, 비례)은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수정예산안 편성과 심의 과정에 대해 문제를 제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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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시의회는 비공개로 특별위원회를 열고 문제를 논의했다. 특위에서는 강덕출 부시장을 출석시켜 예산안 늑장 제출을 질타했다. 당시 의원들은 이구동성으로 양산시 태도를 비판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일부 의원들은 예산 심사를 거부하자고 요구하기도 했다.
양산시가 제출한 예산안은 제출 시기만 문제가 아니다. 내용도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예산안은 정부가 교부한 보통교부세를 반영했다. 보통교부세 규모는 약 74억원으로, 보통 자치단체장 재량대로 사용할 수 있지만 이번엔 사실상 ‘일자리 창출’ 명목으로 교부한 것이다.
문제는 74억원 가운데 절반 이상이 건물매입 등 일자리 창출과 직접 관계가 없는 사업에 배정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으로 보건소 통합센터건물확보 예산에 42억1천500만원을 편성했다. 보건소 통합센터는 치매 안심센터, 노인 일자리센터, 정신건강증진센터, 자살예방센터, 어린이급식지원센터 등이 입주할 예정이다. 문제를 제기한 의원들은 보건소 통합센터는 일자리 창출과 직접 연관이 없으며, 특히 건물 매입은 시급히 처리해야 할 추경 예산 목적에도 전혀 맞지 않는다고 지적한다.
이 밖에도 전국동시지방선거 준비 경비 9천여만원, 통도사 장경각 옻칠단청 공사비 5억원, 양산 차문화축제 지원 2천만원 등 실제 일자리 창출 또는 시급히 편성해야 할 예산이라고 보기 힘든 항목이 다수 포함돼 있다. 이와 함께 용도를 찾지 못해 남겨둔 예비비도 11억원에 이른다. 이 때문에 일부 의원들이 예산안에 대해 “졸속으로 수립해 목적에도 맞지 않은 부실 예산”이라고 꼬집은 것이다.
다만 예산안 처리에 관한 태도는 의원에 따라 입장이 나뉘었다. 일부는 심의 시간이 촉박하고 일부 예산이 목적에 맞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 전액삭감 후 제3회 추경안 심사에서 심도 있게 다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다른 의원들은 예산안을 늦게 제출한 잘못은 동의하지만 그 이유가 중앙정부에서 교부세를 늦게 배정했기 때문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 나동연 시장이 본회의장에서 간부 공무원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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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일자리 창출’이라는 중앙정부 정책에 발맞추기 위해서라도 예산안은 통과시킬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 의견은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서도 팽팽히 맞섰고, 표결 끝에 25일 본회의에 상정했다.
이 때문에 25일 본회의에서는 수정예산안 표결을 놓고 찬반 양측이 격론을 펼칠 것으로 보였다. 논쟁이 오가는 과정에서 예산안 늑장 제출과 부실 편성 등 양산시가 비판받아야 할 문제점도 가감 없이 드러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하지만 결과는 시의회 내부 갈등에만 모든 관심이 집중했다. 이 과정에서 하반기 의장단 선거 이후 계속돼 온 의원 사이 갈등만 적나라하게 공개됐다. 수정예산안은 찬성 9(김정희, 김효진, 이기준, 심경숙, 이상정, 이종희, 이정애, 이호근, 한옥문), 반대 3(이상걸, 임정섭, 차예경), 기권 3(박대조, 서진부, 정경효)으로 통과됐다. 이를 지켜본 한 시민은 “저런 한심한 작태가 양산시의회 현주소”라고 꼬집기도 했다.
예산안 표결 이후 다시 정회한 의회는 논란이 된 차예경ㆍ이상걸 의원 등 5분 자유발언 징계 여부를 조사하기 위한 윤리위원회 구성 관련 안건을 상정했다. 결국 민주당 의원 모두 불참한 가운데 자유한국당 의원들만 참석해 관련 안건을 승인하며 임시회를 마무리했다.
↑↑ 박대조ㆍ임정섭ㆍ차예경ㆍ이상걸ㆍ서진부ㆍ박일배 의원이 이번 의회 내부 갈등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입장을 밝혔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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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심경숙 의원을 제외한 민주당 의원 6인은 28일 기자회견을 열어 예산 편성과 심의 과정을 설명하고 일자리 예산 재편성을 요구하고 나섰다.
이들은 “국민 세금으로 편성한 긴급구호 예산을 나동연 시장은 평소 생각하고 있던 정책에 (예산을) 쏟아붓는 축제를 벌였다”며 “정작 필요한 일자리를 늘리기 위한 의지는 없고 공짜 돈으로 민원 해결용 예산 편성에만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국정 중요 아젠다가 무엇인지 망각한 철학의 부재이고 무능력을 입증하는 것”이라며 “지금이라도 순수 일자리 예산으로 재편성하고 더불어 일자리 대책에 실질적 정책과 고민을 내놔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지막으로 “(예산안 통과를) 막아내지는 못해도 끝까지 동료 의원을 설득하고 집행부와 시민에게 알려야 하는 게 의원 기본 소임이기에 5분 자유발언을 통해 소신을 밝힌 것”이라며 “이런 소신 발언을 문제 삼아 동료 의원을 징계하겠다고 나선 자유한국당 의원들에게 배신감과 실망감을 이루 말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 의회 내 갈등으로 정회와 속개를 반복하는 가운데 의원들이 정회 때 자리를 비운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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