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 어실로 495-388에 위치한 유락농원(대표 김영수). 자동차도 다니기 힘든 비포장 산길을 1.5.km 이상 오르면 깊은 숲 속에서 발견할 수 있는 작은 농장이다. 별로 크지 않은 하우스 안에 암탉과 수탉 1천800여 마리가 뒤섞여 모이를 먹고 있는 모습이 전부다.
↑↑ 최근 연이은 식품 파동으로 가축에게도 최소한 복지를 제공해야 한다는 ‘동물복지축산농장’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양산지역 유일한 동물복지농장인 유락농원 김영수 대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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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수 대표는 “보는 것처럼 특별할 건 없다”며 “특징이라고 한다면 케이지(우리)가 없다는 것 정도”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곳은 사실 다른 대형 농장과 조금 다른 특징을 갖고 있다. 바로 동물복지축산농장이라는 점이다. ‘동물복지축산농장’은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인증하는 제도로, 쾌적한 사육환경을 제공하고 스트레스와 불필요한 고통을 최소화하는 농장을 말한다.
김 대표는 지난 2013년 동물복지축산농장으로 인증받았다. 인증은 2013년에 받았지만 2007년 양계업을 시작할 때부터 이미 ‘축산복지’를 실천했다.
“올해까지 30년 정도 달걀유통업을 하고 있어요. 그런 일을 하면서 ‘제대로 신뢰할 수 있는 달걀’을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걸 알게 됐어요. 편안한 환경에서 닭이 자라고, 그런 닭이 낳은 달걀은 결국 좋을 수밖에 없겠다는 생각에 제가 직접 농장을 시작한 겁니다”
그렇게 매봉산 밤골 깊숙한 곳, 전체 부지 약 3만3천㎡ 규모로 시작했다. 가축이 스트레스 받지 않아야 사람도 건강한 먹거리를 먹을 수 있다는 신념으로 시작한 만큼 김 대표는 닭을 좁은 우리에 가두지 않았다. 1천800여마리가 마음껏 뛰어놀 수 있을 만큼 넓은 공간은 아니지만, 부대끼면서도 거동만큼은 자유로운 축사를 만들었다.
“요즘 달걀(무정란)은 수탉과 교미 없이 암탉 혼자 알을 낳잖아요. 생산량을 늘리기 위해 아주 좁은 우리 안에서 거의 움직임 없이 갖혀 지내죠. 솔직히 전 그게 정말 싫었어요”
농장을 ‘첩첩산중’에 지은 것도 가축(닭)을 건강하게 키우고 싶었기 때문이다. 다만 너무 깊은 산중이라 달걀 운송이나 사료 수급 등 불편한 점이 꽤 있다. 그만큼 비용도 추가로 부담해야 한다.
오해 말아야 할 게 동물복지축산농장이라고 항생제를 쓰지 않는 건 아니다. ‘유기농 농장’과는 다르다.
“병들거나 아프면 약을 써야죠. 그냥 둘 수는 없어요. 그럴 때는 항생제를 써야겠죠. 다만 항생제를 투여했다면 일정기간 동안 달걀을 출하해서는 안 됩니다. 그게 동물복지농장에서 지켜야 할 약속이에요”
다행히 지금까지 항생제를 사용한 적은 없다. 그만큼 닭들은 건강하게 자라줬다. 우리에 갇혀있지 않고 닭 스스로 모래목욕을 하다 보니 병충해 없이 잘 자라는 것이다. 여기에 김 대표는 양산시농업기술센터에서 개발한 ‘생균 비타민’을 영양제로 준다. 결국 살충제를 사용할 필요 없는 건강한 닭이다. 실제 유락농원 뿐만 아니라 지난달 20일 농림축산검역본부가 전국 92곳 동물복지축산농장을 대상으로 조사를 실시한 결과 살충제 성분은 단 한 건도 나오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이렇게 생산한 유정란은 일반 무정란에 비해 가격이 비싸다. 또 자칫 높은 기온에 계속 노출될 경우 달걀이 ‘부화’할 수 있기 때문에 판매(소비) 주기도 짧다. 실제 유락농원에서 생산하는 달걀 가운데 60% 정도만 ‘제 값’에 판매한다. 나머지는 일반 무정란과 같은 가격으로 이른바 ‘땡처리’ 한다. 김 대표가 안 팔리는 달걀을 갖고 있어서 품질을 떨어뜨리는 것보다 차라리 손해를 보더라도 품질이 좋을 때 파는 게 ‘유정란’ 가치를 알리는 데 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서다.
“1천800마리라는 숫자만 보면 우리 농장은 아마 전국 산란계 농장 가운데 가장 작은 규모일 겁니다. 하지만 적은 숫자 덕분에 집중 관리할 수 있고, 닭들에게 그만큼 쾌적한 환경을 제공할 수 있는거라 생각합니다”
유락농원. 있을 유(有) 즐거울 락(樂) 즐거움이 가득한 농원이라는 뜻이다. 달걀 이름도 ‘숲속의 유정란’이다. 깊은 숲 속에서 건강하게 자란 닭이 낳은 안전한 달걀을 의미한다.
김 대표는 “아직은 ‘동물복지’가 어색하겠지만 언젠가는 인간을 위해서라도 동물들에게도 최소한 복지를 줘야 한다는 사실을 깨닫지 않을까 싶다”며 욕심내지 않고 지금처럼 건강한 먹거리를 위해 건강한 닭을 길러내겠다고 약속했다.
한편, 동물복지축산농장 제도는 지난 2012년 산란계 농장을 대상으로 처음 도입해 현재 육계와 돼지, 한우, 육우, 젖소, 오리까지 대상을 넓히고 있다. 동물복지축산농장은 사육 단계에서부터 ‘동물 5대 자유’를 바탕으로 인증제를 실시해 운송차량과 도축장까지 지정한다. 사육은 물론 운송 과정에서 가축이 상해를 입거나 고통을 받는 것도 최소화하기 위해서다.
특히 ▶배고픔, 갈증, 영양불량으로부터의 자유 ▶불안과 스트레스로부터의 자유 ▶정상적 행동을 표현할 자유 ▶통증ㆍ상해ㆍ질병으로부터 자유 ▶불편함으로부터 자유 등 ‘동물 5대 자유’를 동물 복지 실현 기본 가치로 한다.
현재 동물복지농장은 전국에 걸쳐 132곳이 인증을 받은 상태다. 산란계 농가가 92곳으로 가장 많고 육계 22곳, 돼지 12곳, 젖소 6곳 순이다. 육우와 한우, 오리는 아직 인증 농가가 없다. 경남에는 현재 인증 농가가 모두 4곳이다. 양산지역에서는 유락농원이 유일하고 거창군 성원축산(돼지)과 품안에농원(산란계), 하동군 청솔다정원(산란계)이 있다.
#‘숲속의 유정란’ 구입 문의는 홈페이지(www.woodlan.co.kr) 또는 전화(051-517-85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