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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고작 ‘집값’만이 이유는 아니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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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작 ‘집값’만이 이유는 아니길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7/09/12 09:16 수정 2017.09.12 09:16













 
↑↑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 양산시민신문 
열 손가락 깨물어 아프지 않은 손가락은 없다고 했다. 제 배 아파 낳은 자식 누가 예쁘지 않으랴. 하지만 그 사랑도 가끔 정도 차이를 보이기도 한다. 누굴 덜 사랑하기보다 조금 더 관심 가고 조금 더 아껴주고 싶은 그런 자식들이 있다. 몸이 불편하거나 마음이 조금 아픈 아이들이 그렇다. 약한 아이들이기에 그럴 수밖에 없다.

부모가 무릎을 꿇었다. 수많은 사람 앞에서 내 자식을 위해 기꺼이 무릎을 꿇었다. 그들을 무릎 꿇게 만든 사람들 역시 부모다. 같은 부모지만 그들은 다른 위치, 다른 입장에 서 있다. 한쪽은 무릎 꿇은 채 눈물로 호소했고, 다른 한쪽은 미안한 마음을 애써 감추며 이를 외면했다. 어느 한쪽을 일방적으로 탓할 수 없는 현실이 제삼자가 지켜보기에도 안타깝기 그지없다. 


서울 한 지역에 특수학교 설립 문제를 두고 전국이 난리다. 몸이 불편한 아이들을 위한 학교를 짓는다는 소식에 해당 지역 주민들이 크게 반발한 것이다. 특수학교 설립을 반대하는 주민들은 해당 장소에 국립한방병원을 지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해당 지역에 사립이지만 특수학교가 이미 존재하는 만큼 추가 설립은 불가하다며 반대한다. 그들 반대로 ‘특수학교’는 어느새 기피시설처럼 우리 인식에 못 박히고 있다.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주민들을 무조건 나쁘다 몰아붙일 수도 없다. 하지만 반대 주민들을 마냥 이해하기엔 장애 부모들의 끊어지는 마음을 도저히 외면할 수 없다.


나는 미혼이다. 자식도 없다. 그래서 자식 키우는 부모 마음도 알 턱이 없다. 다만 사람인지라 ‘측은지심’이란 게 있다. 남의 아픔에 무던하기 힘들다. 여전히 입 밖으로 꺼내기도 조심스러운 ‘세월호 사고’가 그랬다. 나와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었고, 앞으로도 그랬을 학생들이었지만 가라앉는 세월호를 보면 내 가족처럼 마음이 아팠다. 어디 세월호뿐이랴, 용산 참사가 그랬고, 연평해전에서 전사한 청춘들이 그랬다. 사람이다 보니 다들 그러하듯 마음이 아팠다. 

 
저마다 차이는 있겠지만 사실 사람은 모두 이기적이다. 이기심은 생존을 위한 동물적 본능이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게 이기심만이 전부는 아니다. 수만 년 이상 인류가 이어져오며 깨달은 ‘사회적 본능’이 바로 이타심이다. 이타심 없이 이기심만으론 인류가 지속할 수 없다는 사실을 ‘똑똑한’ 인간들은 경험으로 인지하게 된 것이다. 



이기심이 개인 생존을 위한 기본 성질이라면 이타심은 인류 생존을 위한 기본 성질이 된 것이다. 어느 한 성질을 무조건 지지하거나 비난할 수 없는 이유다. 그래서 특수학교를 반대하는 그들의 ‘이기심’을 무조건 나쁘다고만 말하기 어렵다. 


그런데 혹시라도 ‘집값 하락’이 이번 반대 유일한 이유라면 그들의 이기심을 좀 다르게 봐야 할 것 같다. 아무리 돈(자본)이 근본인 ‘자본주의’라지만 고작 돈 때문에 타인 상처에 소금까지 뿌린다는 건 결코 동의할 수 없는 일이다. 장애인 학교가 있다는 이유로 실제 땅값(집값)이 내려가는지는 모르겠다. 만약 그렇다면 현실은 더욱 절망적인 상황이다.


저녁을 함께하던 친구가 뉴스를 보며 이렇게 말한다. “저 사람들(반대측)도 똑같은 아픔을 겪어봐야 깨달을 텐데…”라고. 곱씹어보면 참 못된 말이다. 장애를 가진 아이 부모가 되라니…. 결코 해선 안 될 말이지만 솔직히 나도 그런 생각을 해본 적 있음을 고백한다. 지금도 그들이 집값을 이유로 반대하는 거라면 그런 못된 생각을 다시금 품게 될 것 같다. 부디 아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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