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남부시장이 청년상인 15명을 모집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 지원으로 시작하는 청년상인 사업은 청년 생각과 열정으로 점차 외면받는 전통시장을 ‘부활’한다는 원대한 목표로 출발한다.
하지만 정작 사업에 뛰어든 청년사업가들은 원대한 꿈을 꾸지 않는다. 오히려 작지만 알차게, 주위를 돌아보며 함께 성장하기를 희망한다. 물론 자신도 모르게 이미 낡아버린 기성세대 눈에는 무모한 도전으로 비칠 수도 있다. 하지만 무모한 도전도 어쩌면 청춘이기에 가능한 것인지 모른다.
그리고 이들은 결코 무모하지 않다. 스스로 세심하게 계획을 세우고, 부족한 부분은 머리를 맞대서 방법을 찾는다. 시작부터 뜻대로 되지 않아 힘이 빠질법도 하지만 서로를 격려하며 의지에 불을 지핀다.
그렇게 낡아버린 전통시장이란 공간에서 파릇한 봄기운을 키워내고 이미 식어버린 열정의 불씨를 다시 뜨겁게 만들기 위해 도전하는 청춘들. 그들의 거침없는 질주가 옛 것이 돼버린 시장을 어떻게 변모시킬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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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부터 상황은 녹록치 않다. 첫 상인모집 공고가 올라온 지 벌써 석 달 가까이 지났다. 하지만 아직 신청자가 정원(15명) 절반에도 못 미친다. 이미 이 사업을 위해 직장까지 그만뒀는데 사업 진행은 지지부진하다. 답답할 수밖에 없다. ‘청춘’답게 열정을 불태우고 있지만 그 열정을 이어갈 동력이 자꾸만 떨어진다. 그래도 서로 토닥인다. 어려워도 혼자가 아니니 덜 외롭다. 그래서 아직은 서로를 바라보는 눈빛에서 희망이 번뜩인다.
양산남부시장 청년상인 사업이 신청자 부족으로 좀처럼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 이미 사업을 계획하고 계약을 앞두고 있는 청년상인 7명은 답답한 심정이다. 사업자등록을 하고 빨리 가게 내부공사도 해야 하는데 지금은 할 수 있는 게 없다.
하지만 절차가 발목을 잡는다고 주저앉아 있으면 사실 청춘이 아니다. 뜻대로 되지 않는 부분은 일단 제쳐놓고 본인들이 할 수 있는 것들을 함께 논의한다.
머리를 맞대다 보니 남부시장이 가진 장ㆍ단점부터 짚어보게 된다. 홈패션 공방을 운영중인 정하민(36) 씨는 시장 장점으로 넉넉한 인심을 꼽았다. 실제 자신 경험을 바탕으로 저렴한 가격에 풍성한 재료를 살 수 있는 공간이라고 강조했다.
청춘상인 사업에 뛰어들기 전 대형 마트에서 근무했다는 박소진(31) 씨도 “남부시장에 장이 서는 날이면 마트 손님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며 “아직 시장을 찾는 인구가 분명 많이 있다”고 말했다. 박 씨가 수제 디저트를 가지고 사업에 뛰어들 수 있었던 것 역시 남부시장을 찾는 고객이 아직은 적지 않다는 확신 때문이다.
↑↑ 정하민(36, 홈패션 공방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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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소진(31, 수제 디저트 판매ㆍ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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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수지(29) 씨는 수제 잼과 차를 만들어 판매하고 체험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다. 이미 각종 문화센터에서 체험을 운영하고 있기에 그런 경험을 잘 녹여내면 충분히 가능성 있다고 판단했다. 설 씨는 “고민을 참 많이했고 시장 장ㆍ단점을 분석하는 데 많은 시간을 보냈다”며 “충분히 고민한 만큼 문화센터가 가진 장점을 잘 접목하면 가능성이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다들 ‘가능성’은 충분하다고 진단했다. 문제는 그 가능성을 어떻게 현실로 끌어오느냐다. 각자 조금씩 다른 생각을 갖고 있었지만 결국엔 ‘함께하는 공간이 필요하다’는 결론으로 이어졌다. 그리고 발길이 거의 단절되다시피 한 2~30대 젊은층을 어떻게 유인하느냐를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인나(35) 씨는 “제가 35년을 물금에서 살았는데 이쪽(중부동)으로는 거의 안 왔다. 특히 최근에는 신도시가 개발되면서 더욱 이곳으로 올 일이 없어진 것 같다”며 “신도시 안에는 모든 게 갖춰져 있는 만큼 그들을 어떻게 유인해낼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참고로 정 씨는 수공예품 공방을 운영할 예정이다.
정 씨 주장에 3D프린트 관련 사업을 준비 중인 김지훈(33) 씨는 “시장 2층 회의실을 문화센터 형태로 만들어 그곳에서 우리 청년상인들이 다양한 강좌와 체험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김 씨는 “개인적으로 시장 공간 전체를 활용해 다양한 시도를 하고 싶다. 아이들을 대상으로 ‘좀비런’이나 보물찾기 같은 이벤트를 하면 반응이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최민규(29) 씨 역시 개인이 아닌 청년상인 모두, 더 나아가 시장 전체가 함께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흑백사진관을 운영할 예정인 최 씨는 사진관을 찾은 고객들이 사진을 찍고 인화를 기다리는 동안 시장을 돌아다닐 수 있도록 만들 예정이다.
↑↑ 설수지(29, 수제 잼ㆍ차 판매ㆍ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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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지훈(33, 3D프린트 교육ㆍ체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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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이웃 상인들과 함께해야 가능한 일이다. 최 씨는 “우리 청년상인들과는 이야기가 잘 되겠지만 기존 상인들은 어떻게 반응할지 모르겠다”며 “우리가 받는 지원이 특혜처럼 보여서 그분들과 자칫 갈등을 빚는 게 아닌가 걱정되기도 한다”고 우려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남부시장 인근 공영주차장을 일반 거주자가 아닌 시장 이용자들이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과 순환버스를 운영해 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보다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이처럼 남부시장 청년상인들은 성공을 목표로 하지만 혼자만 성공을 꿈꾸지 않는다. 스스로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지금은 7명, 앞으로 15명이 될 청년상인이 서로 뭉치고, 나아가 기존 시장 상인들과도 함께해야 성공이 가능하다는 것을 이미 깨닫고 있다.
이들은 자신들 도전이 다른 청춘들 귀감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결혼과 출산까지 포기하는 청춘들에게 다양한 길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그러기에 더욱 실패해서는 안 된다. 시장에서 작은 가게를 운영하며 많은 돈을 벌겠다고 목표하는 것은 욕심이란 걸 안다.
안토지 씨처럼 낭만을 찾아 시장으로 온 청춘도 있고, 수개월 고민 끝에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 일을 찾은 정인나 씨 같은 청춘도 있다. “남부시장하면 청년들이 재밌게 잘 노는 곳이라고 소문났으면 좋겠다”는 김지훈 씨 말처럼 이들이 남부시장에 어떤 불씨를 지피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 최민규(29, 흑백사진관 운영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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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인나(35, 수공예품 공방 예정)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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