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의회 내부 갈등까지 초래한 ‘보건소 통합센터 건물매입 예산’이 본회의를 통과해 최종 결정됐지만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찬성측은 필요한 사업이라며 효과를 장담하고 있는 반면, 반대측은 사업 시점과 예산 편성 절차를 제대로 갖추지 못한데다 효과 역시 검증하지 않았다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양측이 같은 사안을 놓고 다른 주장을 전개하는 만큼 논란이 되는 부분을 정확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가장 크게 논란이 되는 쟁점 3가지를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우선 중기지방재정계획 미반영이다. 행정기관이 추진하는 각종 사업 가운데 재정(예산)이 많이 드는 사업은 각종 심사를 거치게 돼 있다. 대표적으로 총 사업비 20억원 이상인 경우 먼저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해야 한다.
중기지방재정계획은 예산 낭비 방지를 위해 사업 필요성을 중ㆍ장기 관점에서 검토해 투자우선순위와 시기 등을 결정하는 절차다. 결국 20억원 이상 규모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해당 사업을 지역 발전을 위한 중ㆍ장기계획에 포함해야 한다.
지방재정계획에 반영한다고 모두 사업 추진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자치단체장은 중기지방재정계획에 반영한 사업이더라도 투ㆍ융자심사를 거쳐 사업 추진 여부를 결정한다. 투ㆍ융자심사를 거치는 이유는 한정된 재원을 효율ㆍ계획적으로 운영하고, 주요투자사업에 대한 타당성을 사전에 검증하기 위함이다. 더불어 중앙정부 계획과 연계하려는 목적도 있다. 그런데 이번 보건소 통합센터 건물매입은 이런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
공유재산관리계획안도 예산안과 함께 제출해 논란을 제공했다. 공유재산관리계획이란 지방자치단체가 어떤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어떠한 재산을 취득하거나 처분하는 경우 이에 관한 관리계획을 수립ㆍ집행하는 것을 의미한다.
공유재산관리계획은 사업 시행 이전에 시의회 승인을 거쳐야 하는데 이번에는 예산안과 함께 시의회에 제출했다. 이를 두고 일부 시의원들은 공유재산관리계획 심의조차 안 했는데 예산안을 가져와 통과시켜달라고 요구하는 것은 의회 심의 기능을 무시하는 것이라며 반발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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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위치 문제다. 위치 문제는 다시 두 가지로 나눠진다. 먼저 접근성 문제다. 보건소 통합센터 건물은 양산시 중앙로 7-32(다방동 506-3번지)에 위치하고 있다. 전체 8층 건물로 1층과 2층은 주차장으로 사용한다. 주차면 수는 1층에 18면, 2층 23면으로 모두 41면이다.
양산시는 3층부터 8층까지를 사용할 예정이며, 3층에는 치매안심센터와 노인일자리창출센터가 입주할 계획이다. 4층에는 정신건강복지센터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자살예방센터가 자리를 잡으며, 5층과 6층은 각각 강의실과 강당으로 사용한다. 8층은 어린이 급식관리 지원센터를 이전할 계획이지만 7층은 현재 입주 계획이 없다. 양산시는 일자리 관련 부서 또는 단체를 입주시킨다는 방침이다.
문제는 해당 건물 바로 옆을 중앙고속도로 지선이 지나간다는 사실이다. 왕복 6차로 고속도로가 고가 형태로 건물을 스치듯 지나간다. 일각에서 소음 문제를 제기하는 이유다.
차예경 양산시의원(민주, 비례)은 “건물 3층에 치매안심센터가 들어서는 데 고속도로가 딱 그 높이로 건물을 스치듯 지나간다”며 “그런 곳에서 치매환자를 위한 각종 교육과 재활프로그램 진행이 제대로 이뤄질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이에 양산시는 건물 내부공사(인테리어) 과정에서 방음 시설을 보충하면 충분히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양산시는 “현재 방음벽이 있고 부족할 경우 입주 전 인테리어 공사에서 보충하면 소음 문제는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고 판단한다”고 말했다.
내부 공사 때 방음을 잘 하면 된다는 양산시 주장에 일부 시의원들은 결국 ‘배보다 배꼽이 더 큰’ 사업이 될 것이라고 지적하기도 한다. 건물 매입 비용만큼이나 시설 보강을 위한 추가 공사에 많은 비용이 들 것이라는 의미다. 실제 현재 해당 건물은 콘크리트 골조가 그대로 노출 돼 있는 상태라 센터 이전 때 내부공사를 해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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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보건소 통합센터 예정 건물 내부에서 바라본 모습. 고속도로가 건물 바로 옆을 지나가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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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서 접근성 문제다. 치매안심센터, 노인일자리센터 등 통합센터 이용자층이 주로 노약자가 많다는 점에서 접근성은 상당히 중요하다. 특히 대중교통 이용 편의성은 센터 목적에 맞는 효과 검증에 필수요소다.
통합센터 인근에는 버스 정류장 3곳이 있다. 양산시청과 다방삼거리, 다방교앞사거리다. 어르신들 입장에서 양산시청 정류장은 버스에서 내려 도보로 움직이기에 다소 부담이 있는 거리다. 반면 다방삼거리와 다방교앞사거리 정류장은 통합센터와 대략 70m 이내 거리에 위치해 상당히 가깝다.
버스는 모두 8개 노선이 해당 정류장을 지나간다. 11, 12, 16, 17, 23, 23-1, 38, 56번이다. 11번과 12번은 울주군 언양이나 하북에서 출발해 부산(덕천 또는 금정)을 오간다. 배차 간격은 평균 30분 정도로 비교적 짧은 편이다.
23번과 23-1번은 북정과 어곡에서 출발해 부산 덕천으로 이어진다. 두 노선 역시 배차 간격이 평균 30분 정도라 이용에 큰 불편이 없을 것으로 보인다.
나머지 노선은 다소 불편이 예상된다. 양산지역 최대 인구 밀집지역인 물금읍에서 통합센터를 오가는 노선은 16, 17, 38번으로 모두 3개다. 물금 증산에서 출발해 신도시를 경유, 부산(덕천 또는 금정)을 오간다. 그런데 이들 노선 배차간격이 길다. 17번 경우 최장 1시간 50분까지 기다려야 한다
. 38번은 하루 7번 운행하는 게 전부다. 배차간격도 보통 2시간이다. 다행히 16번 노선이 배차간격 2~30분 내외라 물금읍 주민들이 많이 이용할 수 있을 듯하다. 다만 16번 노선 역시 범어 신도시와 양주신도시를 모두 거치는 만큼 운행 시간이 길다는 게 단점이다.
가장 문제가 되는 지역은 동부양산(웅상)이다. 동부양산에서 통합센터를 오가는 노선은 56번이 유일하다. 하루 8차례 운행이 전부다. 배차간격도 보통 2시간이다. 올해 8월말 기준 동부양산 전체 인구는 9만5천559명이다. 10만에 가까운 인구가 거주하는 곳을 오가는 노선이 하나 뿐인 것이다. 현재 노선과 배차간격만으로는 동부양산 주민에게 통합센터는 ‘그림의 떡’일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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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현재 매입 절차를 진행 중인 보건소 통합센터 건물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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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러한 지적에 양산시는 향후 이용자 실태를 조사해 버스노선 조정 등 필요한 조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치매환자를 위한 순환버스도 국비 지원을 받아 운영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버스노선 조정과 순환버스 운행도 대중교통 접근성 개선에는 큰 도움을 주지 못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버스노선 조정 경우 최근 개통한 버스환승센터를 본격 운영하면 오히려 버스를 갈아타야하는 경우가 늘어나 통합센터 이용자 불편을 해소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순환버스 역시 양산시 전체 치매환자를 대상으로 한다는 점에서 1대로는 수요를 충당하기 어렵다는 반론이 가능하다. 특히 노인이 많은 원동면이나 상ㆍ하북 지역을 감안한다면 순환버스는 어느 한쪽만 운영하기도 벅찬 상황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 때문에 통합센터를 활성화하기 위해서는 추가적인 교통편의 증진 방안을 마련해야 하는 상황이다.
마지막으로 일자리 창출 효과다. 통합센터 건물 매입을 반대하는 시의원들은 이번 예산이 ‘일자리 창출’을 목적으로 교부된 만큼 그 효과를 극대화하는 쪽으로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건물 매입에만 40억원 넘게 투입하는 통합센터지만 실제 일자리 창출에 큰 기여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옥는 배경이다.
반면 양산시는 치매안심센처와 중독관리통합지원센터, 자살예방센터 등 신설하는 센터에 모두 30명을 채용할 계획인 만큼 일자리 창출에도 분명 도움이 된다는 입장이다. 더불어 6개 시설이 모두 입주할 경우 기간제 근로자 등 추가 고용도 진행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