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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농 4년차, 욕심 내려놓고 일하니 오히려 길이 보여” ..
경제

“귀농 4년차, 욕심 내려놓고 일하니 오히려 길이 보여”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7/10/17 08:59 수정 2017.10.17 08:59
양산시강소농협의회 농가 탐방

동면 법기마을 ‘772 영농’

농업 4년차… 약용도라지 재배
즙ㆍ환ㆍ분말… 판로 확보 관건
“농사, 욕심 없이 시작해야 성공”

칠칠하다. 표준국어대사전에 따르면 ‘성질이나 일 처리가 반듯하고 야무지다’, ‘주접이 들지 아니하고 깨끗하고 단정하다’라는 뜻이다. 식물에서는 ‘나무, 풀, 머리털 따위가 잘 자라서 알차고 길다’라는 의미를 지녔다. 덤벙거리거나 야무지지 못한 행동을 두고 흔히 ‘칠칠맞다’라고 표현하는 데 사실은 ‘칠칠하지 못하다’라는 표현이 정확하다. 

동면 법기리 본법마을. 이곳에서 ‘칠칠하지 못하게’ 농사를 시작한 초보 농사꾼 권용순(57) 대표가 있다. 지난해 첫 수확의 기쁨을 맛본, 이제 4년차 농사꾼이 된 권 씨지만 야무진 농부가 되기 위해 농장 이름부터 ‘772(칠칠이) 영농’으로 정하고 이제 두 번째 수확을 앞두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772 영농’은 도라지를 주로 재배한다. 도라지 가운데도 일반 도라지가 아닌 약용도라지를 길러 먹기 좋게 즙을 내려 판매한다. 도라지즙(엑기스)과 환, 분말, 꿀차 등이 주요 판매품이다. 


10월 말에서 11월에 생산하는 약용 도라지는 항암제 혹은 면역 보조제로서 종양세포에 다양한 효과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사포닌 성분이 인삼보다 6배 이상 많다고 한다. 


특히 호흡기질환과 폐질환 치료에 효과적으로 알려진 도라지는 예로부터 한약재로 사용했을 정도로 우수한 효능을 지닌 식물이다. 사포닌 성분이 기관지 분비를 항진시켜 가래를 삭이고 기침을 가라앉히는 역할을 한다. 또한 진정, 해열, 콜레스테롤 대사개선, 항암작용과 위산분비 억제 등 꾸준히 섭취하면 높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식물이다. 이런 도라지 효능을 극대화한 게 약용도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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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 대표가 농사를 시작한 것은 지난 2014년부터다. 그전까지는 집안일과 자식들 키우고 남편 뒷바라지하며 전업주부로 살았다. 그러다 장성한 자식들이 집을 떠나고 부부만 남자 귀농을 결심했다. 


“처음에는 귀촌만 하려고 했어요. 그랬는데, 막상 귀촌하고 나니 남편이 농사를 짓고 싶어 하더라고요. 지금도 직장엘 다니는데 시골에 사는 만큼 농사가 짓고 싶었나 봐요. 그래서 이듬해 바로 농사를 시작했죠. 나이가 들수록 많은 제약이 생겨나는 데 100세 시대에 최소한 활동으로 기본 소득을 보전하는 데 농사만한 게 없다고 생각돼요. 그래서 귀농을 시작하게 된 겁니다”


작물로 약용도라지를 선택한 것은 시댁 역할이 컸다. 부산 기장에서 도라지 농사를 짓는 시댁에서 일손을 거들며 어깨너머로 도라지 재배 방법을 익혔던 게 주요하게 작용했다. 물론 일반 도라지와 약용 도라지는 재배법이 많이 달라 농사를 시작하며 별도로 많은 공부가 필요했다. 


동면을 귀농 장소로 선택한 이유도 간단하다. 공기 좋고 물 맑고 번잡스럽지 않으면서 도심과 가깝기 때문이다.


귀농을 시작하면서 배우고 공부해야 할 게 한 둘이 아니었다. 어깨너머로 배운 농사일만으론 ‘농업인’이 되기 힘들었다. 특히 일반 도라지와 약용 도라지는 재배법이 아주 달랐다. 그래서 찾아간 곳이 양산시농업기술센터다. 그곳에서 강소농 교육을 받으며 권 대표는 전문 농업인 역량을 쌓기 시작했다.

 
“처음엔 모르는 것 투성이였죠. 그래서 배울 수밖에 없었어요. 농업기술센터를 다니고 강소농협의회에 가입해 선배 농업인들의 노하우를 하나씩 배우기 시작했어요. 물론 지금도 열심히 배우고 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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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심히 공부한 덕분일까? 첫 수확치곤 결과가 나쁘지 않았다. ‘대박’이라 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노력한 만큼 결실은 얻었다. 물론 수확이 좋다고 모두 수익으로 이어지진 않았다. 권 대표가 올해부터 홍보에 더 많은 노력을 쏟는 이유다. 


“지난해 처음 수확할 때 지역 한 기업에서 명절 선물용으로 도라지즙을 300상자 정도 사려고 했어요. 그런데 김영란법이 발목을 잡더라고요. 김영란법이 시행되자 기업들이 선물 돌리는 게 부담스럽다고 하더군요. 결국 우리도 그 업체에 50상자밖에 못 팔았어요. 김영란법에 직격탄을 맞은 셈이죠”


그렇게 ‘직격탄’을 맞으며 판로 개척 중요성을 배운 권 대표는 올해부터 지역 축제 등에 참가해 상품을 홍보할 계획이다. 삽량문화축전과 국화축제, 기장 한우축제까지 소비자와 직접 부대끼며 ‘칠칠한 도라지즙’을 알려볼 생각이다. 가을 축제와 시기도 딱 맞다. 약용 도라지와 함께 배, 수세미, 생강, 대추, 감초에 계피까지 몸에 좋은 국내산 재료들로 푹 고아 내린 도라지즙은 찬바람 부는 계절 호흡기질환 예방에 딱이란 게 권 대표 설명이다. 물론 요즘은 황사와 미세먼지 때문에 1년 내내 꾸준히 먹어도 좋은 식품이다. 


귀농 4년차에 접어든 권 대표는 후배 귀농인에게 “버릴 것은 버리고 가능한 한 작게 시작하라”고 조언했다. 도시생활과 똑같은 생활은 불가능하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며 “농사는 많이 투자한다고 금방 뭔가를 이뤄낼 수 있는 게 아니다”라고 말했다. 



덧붙여 “시골 생활이란 게 좋은 주변 환경과 맑은 공기를 마시고 산다는 것만으로도 큰 복”이라며 “자신이 움직이는 만큼 적당한 수익이 생기면 만족할 줄 알아야 행복한 귀농이 될 것”이라고 충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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