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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원동중은 아픈 손가락, 작지만 꾸준한 도움이 중요”..
사회

“원동중은 아픈 손가락, 작지만 꾸준한 도움이 중요”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7/10/17 10:04 수정 2017.10.17 10:04
[이슈&사람]
원동중총동창회

하영미 회장ㆍ김경우 사무국장

야구부 숙소 문제로 어려움 겪자
동문들에 일일이 도움 요청

작은 후원 모여 문제 해결
내친김에 후원회까지 추진












ⓒ 양산시민신문
“독지가 한 사람이 큰 금액을 후원하는 일도 반갑지만 더 많은 동문이 모교와 후배를 사랑하도록 하기 위해 소액 후원 형태로 시작했죠. 더불어 후원 지속성을 생각했을 때도 소액으로 개인 부담을 줄이고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게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이 없겠지만 유독 여리고 약한 손가락에는 신경이 더 쓰일 수밖에 없다. 시골학교 원동중학교가 그렇다. 한 때 전교생이 200명이 넘는 시절도 있었지만 이제 고작 40여명. 그나마 야구부를 창단하면서 많이 늘어난 상태다. 현재 전교생 43명 가운데 야구부원이 29명이다. 사실상 야구부가 학교를 지탱하고 있다고 봐도 무방하다.


물론 이 같은 상황이 바람직하거나 권장할만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원동중은 선택 여지가 없다. 인구는 줄어들고 마을에는 학교 다닐 아이들을 찾기 힘들다. 마을 주민들도 안타깝긴 마찬가지다. 주민 대부분 원동중을 졸업했는데 모교가 수년 째 폐교란 단어를 달고 지내니 착잡한 기분이다.


그래서 학교와 졸업생들은 야구부가 더욱 기특하다. 창단 2년 만에 전국대회에서 우승을 한 것도 자랑스럽지만 그냥 야구부 존재만으로도 고마울 따름이다. 


그런 고마운 존재들이 최근 숙소 문제로 어려움에 처했다. 그동안 임시 합숙장소로 사용하던 곳을 더 이상 쓸 수 없게 된 것. 그래서 학교 주변 민가를 빌려 함께 생활하고 있지만 야구부로서는 매달 60만원씩 내야하는 임대료가 부담스럽다. 


이런 소식을 우연히 원동중총동창회가 듣게 됐다. 지난 7월 하영미 총동창회장(8회 졸업, 사진 오른쪽)과 김경우 사무국장(11회 졸업, 사진 왼쪽)이 총동창회 행사를 위해 운동장 사용을 부탁하려고 학교를 방문했다가 알게 된 것.


하영미 회장은 곧바로 총동창회 이사회를 열었다. 야구부 숙소 임대료 지원 방법을 찾기 위해서다. 결론은 쉽게 나왔다. 전체 임대료 절반을 총동창회에서 지원하기로 했다. 우선 7월부터 올해 연말까지 6개월치 임대료 절반인 180만원을 일시불로 지원했다. 


“시작은 그때부터였죠. 해마다 총동창회 기금으로 야구부를 후원하는 데 한계가 있을거라 판단했고, 그래서 소액 후원을 모으기 시작한 겁니다. 우선 가까운 친구와 선ㆍ후배들에게 일일이 연락을 했죠. 고맙게도 다들 적극 돕겠다며 나서더라고요. 사무국장이 애를 많이 쓴 덕분인 것 같습니다”


7월과 8월 두 달 동안 모은 소액 후원이 200만원이 넘었다. 5천원부터 5만원까지 매달 후원을 약속한 선ㆍ후배들이 늘어나고 있다. 1년 후원금을 미리 낸 동문도 있다. 김경우 사무국장은 “동문들 적극적인 후원 덕분에 힘들어도 힘든 줄 모르고 일한다”고 말한다. 


“회장님이 적극 나서니 동문들도 십시일반 동참하는 것 같습니다. 회장님 의지가 강하다보니 일도 빨리빨리 진행되고요. 언론에서 도움 준 것도 정말 고맙습니다. <양산시민신문> 보도 이후 한 기업인이 학교에 5천만원이나 기부했는데 정말 큰 도움이죠”


하 회장과 김 사무국장은 내친김에 야구부 후원회 조직까지 추진하고 있다. 동문들이 십시일반으로 숙소 임대료를 지원하기로 했으니 한발 더 나아가 야구부가 재정적으로 안정될 수 있도록 해보자는 생각이다. 


“숙소 임대료 문제를 겪으며 느낀 게 안정적인 지원입니다. 이사회에서 임대료 지원을 결정할 때도 그 부분을 가장 많이 고민했고요. 그래서 지금 야구부 후원회를 추진하고 있습니다. 회장인 저 보다는 일을 도맡아서 하는 사무국장이 고생이 많죠”


“지금 회칙 정리 작업 중입니다. 사무국 조직도 짜야하는 등 많은 과제가 남았지만 무엇보다 후원회장님을 어떤 분으로 모실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하나씩 준비하고 있으니 연말 전에는 후원회를 창립할 수 있을 것 같아요”


하 회장과 김 사무국장은 ‘폐교’ 위기에 놓인 모교를 위해 본인들이 할 수 있는 일을 했을 뿐이라고 말했다. 자신들보다는 십시일반 크고 작은 후원으로 모교를 지켜가고 있는 동문들이 인터뷰 주인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래서 어린 후배들이 작지만 예쁜 학교에서 걱정 없이 공부하고 후회 없이 운동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준 모든 동문에 감사하다는 인사를 인터뷰 내내 반복했다. 


하 회장과 김 사무국장은 “호주 작가 마리 에센바하는 ‘어려움은 위대한 스승, 인간은 고통 아래서 성장한다’라고 말했다”며 “우리 후배들도 오늘의 어려움을 이겨내서 훌륭하게 성장하길 바란다”며 앞으로도 동문들이 후배들과 학교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총동창회 역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후원 문의 : 010-3583-6334(김경우 원동중 총동창회 사무국장)
후원 계좌 : 농협 351-0965-3421-93(원동중 총동창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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