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시가 내년 당초예산 편성을 앞두고 주민참여예산 간담회를 진행했다. 지난 19일 동부양산과 서부양산에서 각각 열린 이번 간담회는 <지방재정법>에 근거해 양산지역에서는 올해 처음 진행했다.
먼저 오전에 진행한 동부양산지역 간담회에서는 스마트팩토리 구축과 같은 행정당국에서 고려하지 않았던 예산을 주문하기도 했다.
간담회 참석자 가운데 한 기업인은 “올해 예산편성 현황을 볼 때 산업중소기업 분야 예산이 135억원에 불과하다”고 지적하고 “웅상은 대기업을 제외한 영세 중소기업이 500여곳인 만큼 4차 산업혁명에 걸맞은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위한 예산을 늘려달라”고 건의했다.
또 다른 참석자는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 내 웅상 주민들은 방사능 누출 사고나 방재 정책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며 “사고 발생 때 현실적으로 긴급대피가 가능한 지하시설 설비를 위한 예산을 편성해 달라”고 말했다.
하지만 참석자 대부분은 마을 도로 개설과 마을 시설 정비 등 연초 읍ㆍ면ㆍ동 순회간담회 당시 건의한 내용을 반복 요구하는 수준에 그쳐 주민참여예산 취지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모습이었다.
이날 오후에 열린 서부양산 간담회에서도 마찬가지였다. 한 지역 문화체육회장은 내년 체육 분야 예산이 부족하다고 지적하고 건강ㆍ장수시대에 맞게 해당분야 예산을 늘려달라 요구했다.
한 참석자는 도시철도양산선 조기 완공을 위해 예산을 제때 투입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또 다른 참석자는 물금읍에서 원동면까지 직선도로 개설이 시급하다며 관련 예산을 조속히 확보해 사업을 추진해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 양산시민신문 |
이처럼 주민참여예산 간담회가 사실상 단순 민원성 예산 주문에 그치자 간담회 이후 주민참여예산 제도 취지를 살리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대두되기도 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한 시민은 “주민참여예산 제도는 집행부 주도 예산 편성 방식 한계를 극복하고, 예산 편성 투명성과 민주성을 확보해 직접 민주주의 이념을 구현하기 위한 가장 핵심적인 제도적 장치”라며 “무엇보다 참신하면서도 행정당국이 미처 발견하지 못한 부분, 놓치기 쉬운 사업들에 대한 다양한 시민 의견이 나올 수 있어야 하는데 이번 간담회에서 기대하기 힘들었던 부분”이라고 아쉬움을 전했다.
간담회를 지켜본 이용식 전 시의원 역시 “참석자들은 자기가 생활하고 있는 지역에 대해 누구보다 구체적으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여러 가지 의견을 건의했고, 이익단체는 단체대로 회원 권익을 위해 건의했다”면서도 “앞으로는 제도 취지를 살려 좀 더 내실 있고 실효성 있는 제도 운영 필요성이 느껴졌다”고 말했다.
이어 “예를 들면 주민참여예산위원회를 공모해 내부에서 전문성을 갖춘 연구위원회 등을 설치하고 시민 의견을 수렴하고 충분한 토론 후 사업을 선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실제 부산광역시처럼 먼저 주민참여예산 제도를 운영하고 있는 지자체 대부분이 주민참여예산 시민위원회를 만들고, 때로는 그 아래 ‘주민참여예산 지역회의’를 둬 상향식 예산 편성을 운영하고 있다.
지역회의에서 마을별 필요한 예산과 사업에 대해 토론하고, 여기에서 결정된 사안을 시민위원회에 올려 다시 한 번 논의한다. 시민위원회는 상정한 안건에 대해 재정 운영 투명성과 공정성, 효율성 등을 놓고 우선순위를 조정하게 된다.
양산시도 이러한 지적에 대해 “간담회가 처음인 만큼 부족한 부분을 찾아 참여예산제도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개선하겠다”며 “앞으로 참여예산 관련 교육과 주민 홍보에도 많은 신경을 쓸 계획이며, 위원회 구성 등 다양한 방법을 연구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