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면에서도 가장 깊은 산속에 위치해 맑은 공기와 깨끗한 물, 조용하고 여유로운 삶을 자랑하는 배내골 태봉마을이 최근 고속도로 공사로 몸살을 앓고 있다.
주민들은 “촌놈들 그까짓 거 죽어도 좋단 말인가”라며 다소 과격한 내용을 담은 현수막까지 제작해 공사장 한쪽에 내걸었다. 마을 어르신들도 참다못해 “소음, 먼지, 발파진동까지 피해대책부터 마련하라. 시끄러워 못 살겠다”며 피해를 호소하고 나섰다.
함양울산고속도로(고속국도 제14호선) 공사 때문이다. 함양울산고속도로는 한국도로공사가 시행하는 사업으로 경남 함양군을 기점으로 울산시 울주군을 잇는 고속도로 공사다. 전체 길이는 144.61km이며, 2020년에 부분 개통을 목표로 현재 공사가 한창이다.
논란이 되는 구간은 태봉마을을 지나는 제6공구(울산~밀양 구간)다. 해당 구간은 지난해부터 공사를 본격 시작했다. 공사는 삼부토건(주)과 금풍건설E&C(주)가 맡고 있다.
주민들은 공사업체가 공사를 진행하면서 마을 주민에 대한 최소한 배려도 없다며 분개하고 있다. 밤늦도록 공사를 계속하는가 하면 때론 새벽시간에도 작업을 계속해 소음 등 피해가 견디기 힘들 정도라고 한다.
취재진이 현장을 찾았을 때는 낮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공사 관련 소음이 적지 않았다. 작업 과정에서 날리는 먼지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을 정도였다. 살수차는 보이지 않았다. 일부 구간에는 비산먼지 발생을 막기 위한 방진막도 제대로 갖추지 않고 있었다.
토목건설전문가인 양산시의회 서진부 의원(민주, 서창ㆍ소주)은 사진으로 확인한 현장 모습에 대해 “굴삭기 등 공사 장비 가동 때 먼지가 날리는 게 사진으로도 충분히 확인할 수 있고, 경사면에 성토한 흙과 자갈이 흘러내리는 모습이 보인다”며 “현장을 확인해봐야 정확한 상태를 알 수 있겠지만 충분히 문제를 제기할만한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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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문호 태봉마을 이장은 “공사 시작 당시부터 문제가 많았다. 소음, 먼지가 심해 양산시청에도 수차례 민원을 넣고 지속적으로 단속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민원을 넣을 때 뿐”이라며 “최근에는 공사 장비가 많이 늘어나 소음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주민 김아무개(71) 씨 역시 “밤마다 터널에서 나오는 바위들을 공사장 옆에 쏟아 붓는데 소리가 어찌나 시끄러운지 잠을 설칠 정도”라며 피해를 호소했다.
또 다른 주민 이아무개(69) 씨 역시 “밤늦게 작업하는 건 예삿일이고, 가끔은 새벽까지 공사가 이어져서 자다 깨는 일도 있다”며 “공사업체는 계속되는 소음이 아니라서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고만 하니 정말 괘씸하고 화가 난다”라고 말했다.
이러한 주민 주장에 대해 사업 시행사인 한국도로공사 밀양울산사업단 담당자는 “주민 요구에 따라 지난 7, 8월 성수기에 공사를 중단하고 일부 경제지원도 하는 등 불편해소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다만 “소음 관련해서는 현재 매일 17시에 작업은 중단하고 있고, 터널 내 발파한 암석들은 법적으로 문제가 되지 않는 오후 8시까지 처리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담당자는 “앞으로 시공사와 협의해서 야간작업은 되도록 하지 않는 방향으로 하고 먼지와 환경문제 등도 주민 입장에서 민감한 사안인 만큼 관리 감독을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양산시는 공사에 따른 주민 불편에 대해 “주민들이 소음 문제로 피해가 크다고 해서 야간에 현장에서 소음측정을 했지만 순간 소음이다 보니 법적 기준을 벗어나지는 않았다”며 “그래도 워낙 조용한 마을이다 보니 주민 피해가 큰 것 같아서 도로공사 측에 주민 불편 사항을 전달하고 주의를 당부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