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0만명을 돌파한 물금읍 인구 증가가 지칠 줄 모르고 이어지고 있다. 10만 인구에 걸맞게 문화ㆍ체육시설 확충 등 각종 개발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야말로 상전벽해(桑田碧海)다. 양산신도시 개발 20년, 물금신도시 개발 10년 남짓 세월 동안 급증한 인구를 고려해 다양한 부대시설을 갖춰왔다.
1. 물금읍 10년, 이만큼 달라졌고 이렇게 달라진다
2. 발전의 이면(裏面)… 물금읍이 풀여야 할 과제들
3. 계륵(鷄肋)이 돼버린 부산대양산캠퍼스, 해결 방법은?
2003년 8월, 당시 교육인적자원부 장관까지 참석한 ‘부산대학교 제2캠퍼스’ 기공식이 물금신도시에서 성대하게 열렸다. 지금은 양산캠퍼스로 부르지만, 당시 제2캠퍼스는 ‘진리를 향해 열려있고(개방), 교육과 연구와 봉사 열매가 풍요롭고 탐스럽게 주렁주렁 열리며(결실), 부산대 새로운 시대가 찬란하게 열릴 것(시작)’이라는 염원을 담아 ‘열림 캠퍼스’로 이름 지었다. 거창한 소망을 담았지만 여전히 ‘열림’이라는 이름을 기억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양산캠퍼스는 대학단지 약 55만㎡, 산학단지 약 40만㎡, 생활단지 약 13만㎡ 규모에 대학광장 약 5만㎡까지 합쳐 전체 약 113만㎡ 규모로 예정됐다. 지금은 대학단지, 실버산학단지, 첨단산학단지, 병원단지로 모습을 달리하고 있지만 아무튼 당시 모두 8천656억원 예산을 투입해 2012년 완공 예정이었다.
시작은 그야말로 장밋빛 기대였다. 당시 지역정치권과 부산대는 부산대 전체 학생과 교직원 3만명 가운데 1만명이 옮겨와 양산신도시 전체가 ‘이상적인 대학도시’가 될 거라고 기대했다.
14년이 지난 지금, 예정 완공일보다 5년이 지났지만 양산캠퍼스는 ‘이상적인 대학도시’ 모습과 멀다. ‘열림 캠퍼스’라는 본래 의도와 달리 캠퍼스 부지 대부분이 나대지 상태인 ‘텅 빈 캠퍼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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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양산시민신문 |
비전만 있고 실천은 없었다
이처럼 양산캠퍼스는 14년 동안 처음 계획 절반밖에 실천하지 못했다. 계획을 절반밖에 실행하지 못했다는 사실보다 더 큰 문제는 부산대가 나머지 절반 땅에 대한 제대로 된 계획조차 갖고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 부산대가 밝힌 캠퍼스 마스터플랜을 보면 양산캠퍼스에 대해 얼마나 ‘무계획’인지 잘 알 수 있다.
부산대 홈페이지에는 양산캠퍼스를 의ㆍ생명 특성화 캠퍼스로 소개하고 있다. 대학단지에 의학전문대학원, 치의학전문대학원, 한의학전문대학원, 간호대학 등을 갖추고 병원단지에는 대학병원, 어린이병원, 치과병원, 한방병원을 조성했다고 밝혔다.
눈여겨볼 것은 그나마 시설확충사업 계획이 2013년부터 끊겼다는 점이다. 2013년 이후 산학융ㆍ복합센터 조성 이외 어떤 계획도 찾을 수 없다. 지난해 양산시와 경남도, 부산대가 양방 항노화 산업 가운데 하나로 산학융복합센터와 의생명R&D센터를 추진하기로 한 것 이외 아무런 실행계획을 마련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양산캠퍼스를 제대로 조성하지 못한 가장 큰 이유는 큰 그림에 비해 구체적인 실천사업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는 양산캠퍼스 부지 매입 당시부터 예견됐던 문제기도 하다. 양산캠퍼스는 처음부터 대학 캠퍼스 유치로 지역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목적보다 IMF 이후 양산신도시 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이자 사업 자금을 확보하고 부지 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임시방편 성격이 컸다.
2003년 부산대학교 제2캠퍼스 양산유치위원회 사무국장이었던 이용식 전 양산시의원은 “부산대 양산캠퍼스는 신도시 사업이 자금압박으로 중단 위기에 놓이자 이를 해소해 사업을 원활하게 진행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당시 상황을 설명했다. 대학캠퍼스를 유치해 주변 토지 분양가를 높여 한국토지주택공사가 신도시 개발을 마무리할 수 있도록 유도하기 위한 것이었다는 설명이다.
이렇게 시작한 사업이다 보니 양산캠퍼스는 그때그때 계획이 바뀌거나 즉흥적으로 추진하는 경우가 많았다. 처음부터 큰 그림만 있었지 구체적인 계획이 없었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캠퍼스 내 실버타운 추진이다. 사업 초기 ‘효원실버타운’이라는 이름으로 노인인구 관련 사업을 제안했다가 지역에서 크게 반발하자 ‘실버산학연구시설’로 사업명을 바꿨다. 당시 실버산학단지는 사실상 수익사업을 중심으로 하는 실버타운과 크게 다를 바 없었다.
이후 부산대가 “실버타운은 최첨단 실버분야 연구와 교육, 의료복지, 문화시스템을 종합한 실버산학연구시설이지 수익용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설득력을 얻지는 못했다. 다행히 이 사업은 현재 경남도 미래 먹거리 사업인 항노화 사업과 연계하면서 ‘수익사업’ 이미지를 지우는 데 성공했다 .
골프장 계획도 있었다. 검토 차원에서 그치긴 했지만 2008년 부산대는 첨단산학단지 조성비용 마련이 힘들자 민간기업에 위탁해 9홀 규모 대중골프장 조성을 검토했다. 학교부지 내 골프장 조성도 일반 시민이 쉽게 이해하기 힘든 데다 의ㆍ생명특화캠퍼스라는 중심 계획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는 내용이다. 당연히 “학교가 땅 팔아 돈벌이하려고 한다”는 비난에 부딪혀 무산됐다.
여기에 양산시 역시 초화류ㆍ야생화 단지, 그라운드골프장ㆍ야구장 조성 등 장기적 계획을 세우기보다 ‘빈 땅’을 활용하는 차원에서 부산대 문제에 접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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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03년 당시 양산캠퍼스 조감도. 14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부지 상당수가 황무지로 남아 있다. |
ⓒ 양산시민신문 |
부산대만의 문제 아닌 양산시민 문제
양산캠퍼스는 조성 초기부터 ‘땅값’을 놓고 잡음이 많았다. 2003년 캠퍼스 조성 약속 직후부터 부산대는 부지매입비 342억원 상환이 어렵다며 대금납부 조건 완화를 요구하면서 논란이 일었다. 당시 언론보도에 따르면 토지공사(현 토지주택공사)가 부산대에 부지를 판매한 금액은 3.3㎡당 약 15만원 수준이다.
당시 주변 평균 시세가 3~400만원에 달했다는 사실과 비교하면 부산대측이 1/20 가격으로 매입한 부지다. 하지만 부산대는 이마저 상환이 어려우니 잔금 상환기간 연장과 이자율 인하 등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당시 일각에서 “시세로는 1조원 가까운 부지를 342억원에 사들여놓고 어떻게 저런 소릴 할 수 있냐”고 일갈하기도 했다.
‘땅장사’를 한다는 비난은 지금도 마찬가지다. 최근 지역 특성화고 유치 논의 과정에서도 부산대는 부지 맞교환을 놓고 ‘계산기’를 두드렸다. 경남도교육청 소유 경남과기대 땅을 부산대가 갖는 대신 양산캠퍼스 일부를 기부하는 안이었다. 양산캠퍼스 부지가 경남과기대 땅보다 몇 배 비싼 상황이라 시세만 따진다면 부산대가 손해 보는 ‘장사’였다. 그래서 양산시는 부산대가 부지를 제공한다면 그곳에 체육시설을 건립해주겠다는 방안까지 내놓았다.
결과는 협상 결렬. 부산대는 “부지 맞교환에 대해 대학 구성원을 설득할 만한 인센티브가 없었다”고 말했다. 결국 ‘땅값’ 계산에서 손해를 감당할 수 없다는 의미다. 지역 숙원 사업인 특성화고 유치는 그렇게 원점으로 돌아갔다.
사실 양산캠퍼스가 지역 발전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지적은 이전부터 반복됐다.
2013년 박정문 당시 양산시의회 의원은 “양산캠퍼스는 신도시를 반으로 갈라 지역 발전을 가로막고 있는 형국”이라며 장기계획 수립을 요구했다. 2015년에는 시의회 차원에서 ‘부산대학교 양산캠퍼스 유휴부지 활용 촉구 건의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한옥문 당시 양산시의회 의장은 한 발 더 나아가 양산부산대학교병원 개원 7주년 기념식에서 “부산대학교가 국립이란 이유로 국가기관이 조성한 부지를 가지고 부동산 투기를 한 것도 아니고…. 이는 명백한 국민에 대한 권력남용과 직무유기”라며 강도 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한 전 의장은 “어마어마한 국민 세금으로 부동산을 매입해놓고 15년 동안 아무 계획 없이 방치한다는 것은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시정해야 한다”고 꼬집기도 했다.
지역사회 질타가 이어지자 지난해 총장으로 선출된 전호환 부산대총장도 양산시와 부산대 ‘동반성장’을 언급하며 “대학과 지역이 상생할 수 있는 콘텐츠를 함께 고민하자”고 제안했다. 전 총장은 올해 초 본지 인터뷰에서 “양산캠퍼스 부지는 덩치가 너무 커서 대학 혼자 힘으로는 개발이 어렵다”며 “양산시민과 함께 대안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양산캠퍼스 개발은 부산대 힘만으로는 역부족하다는 걸 스스로 인정한 셈이다.
그렇다면 양산캠퍼스 개발 해법은 어디서 찾아야 할까? 지역정치권에서는 양산시와 부산대, 그리고 경남도와 교육부가 머리를 함께 모으고 공동개발 계획을 세워야 한다고 말한다.
한 전 의장은 “양산캠퍼스 개발을 더 이상 부산대에만 맡겨놓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부산대는 개발 의지가 전혀 없으니 우리는 부지 환수 운동이라도 펼쳐야 할 판”이라고 지적했다. 한 전 의장은 “(부산대가) 대안도 의지도 없는데 우리가 마냥 손 놓고 기다릴 수만은 없는 만큼 캠퍼스 개발 계획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며 “부지 반납까지 포함해 양산캠퍼스 개발 계획을 양산시와 시민, 경남도, 나아가 중앙정부가 함께 수립하는 게 최선의 방법”이라고 덧붙였다.
이용식 전 사무국장 역시 “부산대 캠퍼스가 들어선다는 것 때문에 신도시로 이사 온 사람도 많은데 저렇게 방치돼 있어 정말 안타깝다”며 “특성화고 유치도 그렇고, 부산대가 욕심을 그만 부리고 지역 위해 양보하고 손해를 각오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