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양산시가 지난 14일 남부시장과 미래디자인센터 입주 예정 청년창업가를 초대해 간담회를 가졌다. 청년창업가들은 늦어지는 사업 일정으로 중도포기자가 발생하고 있다며 대책 마련을 주문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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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것도 확실한 게 없었다. 예산도, 일정도 매번 달라졌다. 늘 기다려야 했고, 시간만 흘렀다. 명확하게 설명해주는 사람이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마냥 기다린 게 5개월이다. 도저히 더 기다릴 수 없었다”
화려한 비상을 꿈꾸던 청년들이 날개조차 펼쳐보지 못하고 주저앉았다. 양산남부시장 청년상인 지원사업 주인공들 이야기다. 14명으로 시작해 8명이 가게 문을 열어보지도 못한 채 중도 포기했다. 남은 6명도 마음이 불안하긴 마찬가지다. 남은 일정이 제대로 진행돼서 정말 해가 바뀌기 전에 ‘창업’할 수 있을까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
지난 14일 오전 11시 양산시청 상황실에서 ‘양산시 청년창업가 간담회’가 열렸다. 남부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사업 예정자들과 미래디자인센터에 입주할 STA RT2030 청년창업가 지원자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간담회는 청년상인들이 가진 생각을 공유하고 다양한 의견을 나누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청년상인 대표가 발표에 나선 순간 분위기는 무겁게 가라앉고 말았다. 청년상인 14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8명이 사업을 포기했다고 밝혔기 때문이다.
예비 청년상인 절반 이상이 중도 포기한 가장 큰 이유는 자꾸만 늦어지는 창업 일정 때문이다. 남부시장 청년상인 창업지원은 중소벤처기업부에서 시행하는 사업으로 지난 3월 처음 시작했다.
양산시는 애초 1년 동안 남부시장 2층 빈 점포 8곳을 청년상인에게 임대하고 임차료와 인테리어, 컨설팅, 홍보, 마케팅 등을 지원할 예정이었다. 이후 모집 인원을 15명으로 확대, 6월부터 기존에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은 만 39세 이하 양산지역 청년을 대상으로 모집에 나섰다.
문제는 모집 당시부터 순조롭지 않았다는 점이다. 1차 모집 당시 15명 정원 절반에도 못 미치는 8명만 지원했다. 양산시는 2차 추가모집 끝에 지난 9월에야 14명을 간신히 모았다. 6월 1차 모집에 지원했던 예비 청년상인들은 창업에 대해 기대만 품은 채 3개월을 보내버린 셈이다.
↑↑ 양산남부시장은 철거 작업이 지연되는 과정에서 청년창업가 절반 이상이 사업을 포기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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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인 “우리 의견 반영 안 되고, 사업 늦어지니 버티기 힘들어”
시 “상인 의견 반영 위한 과정, 내달 안으로 개업하도록 할 것”
간신히 정원 가까이 희망자를 모았지만 이후에도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오히려 기존 점포 내부 철거 과정에서 철거업체와 청년상인들 사이 마찰만 커졌다. 청년상인들은 철거 과정에서 자신들 요구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한다. 10일 정도로 예정했던 철거는 한 달 가까이 걸렸다. 당연히 다른 기초공사나 내부공사 역시 뒤로 미뤄졌다.
불분명한 사업 진행도 청년상인들을 불안하게 만들었다. 청년상인들은 “사업이 왜 늦어지고 있는지, 철거가 왜 우리가 원하는 방향으로 되지 않는지를 아무도 설명해주지 않다 보니 가슴이 답답한 상황”이라며 “앞으로 남은 일정에 대해서도 명확하게 알려주는 게 없다 보니 결국 사업을 포기하는 청년들이 속출하고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사업을 포기한 한 청년상인은 “삽량문화축전과 부산국제영화제에도 나가 홍보한 덕분에 공방 수업을 예약한 분들도 제법 있었지만 사업이 늦어지는 바람에 가게 문을 못 열어 수업료도 전부 환불해줘야 했다”고 말했다.
그는 “6월에 참여할 때만 해도 12월 크리스마스 전에는 당연히 문을 열 수 있다고 했는데 지금은 언제 시작하게 될지 전혀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라며 “인테리어와 기반시설에 들어갈 자부담에 대해서도 양산시는 계속 ‘달라질 수 있다’는 말만 반복해 믿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어 장사를 포기할 수밖에 없었다”고 설명했다.
↑↑ 남부시장 청년창업가들과 양산시 공무원, 사업 관계자들이 추후 일정에 대해 대책 회의를 갖고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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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여 “수개월 동안 과정을 겪으면서 사업 기본이 탄탄하지 못하다는 걸 느꼈다”며 “매번 달라지는 사업 내용을 지켜보다 보니 결국 아무것도 신뢰할 수 없게 된 게 (중도 포기하게 된) 가장 큰 이유”라고 말했다.
이러한 지적에 양산시 경제기업과는 “애초 흩어져 있던 청년상인 점포를 사업 효과를 높이기 위해 한 곳으로 모으기로 청년상인들과 협의했는데, 이로 인해 사업계획과 예산 변경(증액)이 필요해 관련 절차를 밟다 보니 늦어진 것”이라고 해명했다. 청년상인 요구를 반영하기 위해 사업계획을 변경했고, 이 때문에 일정이 지연됐다는 설명이다.
남은 사업일정과 청년상인 자부담 비용이 명확하지 않은 부분도 “계약 기간과 임대료 부분은 최대한 청년상인 부담을 줄이기 위해 예산을 확보하고 또 시장 번영회와 협의하고 있다”며 “예산 확보와 번영회 협의가 사실상 거의 마무리 되는 만큼 남은 기간 최대한 서둘러 연말 전에는 상가 문을 열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경제기업과는 “중도에 포기한 청년상인들도 최대한 설득해 함께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