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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별일 없이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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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일 없이 산다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8/01/16 09:49 수정 2018.01.16 09:49
지진과 화재로 평범한 삶을 잃은 국민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겠다는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 와닿아
별일 없이 살게 해주는 것이 정치의 목표













 
↑↑ 홍성현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해마다 새해가 되면 기관ㆍ단체장은 신년사를 발표한다. 의례적인 것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신년사에서는 그들의 철학과 의지, 관심사, 올 한 해의 방향 등을 알 수 있다. 그렇기에 구성원들은 신년사에 귀를 기울인다. 

먼저, 나동연 양산시장 신년사는 안정적인 성장으로 바탕으로 한 ‘시민행복’에 방점을 찍었다. 올해 시정 목표를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 행복하고 편안한 도시 만들기, 안전한 도시기반 구축, 미래성장 동력원 발굴에 두고 ‘힘찬 성장’을 이뤄내겠다고 다짐했다. 양산시 행정 수장으로서 시정 성과가 시민에게 골고루 돌아갈 수 있도록 시민 중심 시정을 펼쳐나가겠다는 것이다. 


윤영석 국회의원(자유한국, 양산 갑)은 ‘섬김의 자세’를 강조했다. 더욱 낮은 자세로 국회의원으로서 직무를 수행에 최선을 다해 성원에 보답하겠다고 했다. 양산시민 개개인 삶이 여유롭고 즐겁고 기쁜 일로 가득한 ‘시민 행복 시대’로 나아가길 소망하며, 그러기 위해 자신은 가장 낮고, 가장 그늘진 곳에서 양산시민을 모시고 묵묵히 일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한마디로 ‘국궁진력’(鞠躬盡力: 국민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나라를 위해 몸을 구부려 온 힘을 다함)이라고 표현하며, 양산시민을 존경하는 마음으로 몸을 낮춰 온 힘을 다해 섬기겠다고 설명했다. 

 
서형수 국회의원(민주, 양산 을)은 ‘정의로운 사회를 위한 변화’를 내세웠다. 가계 어려움을 덜고 복지를 두텁게 하는 일을 추진해 사회적 약자를 더 배려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만드는 일에 앞장서겠다고 말했다. 이에 더해 의정활동에서 양산시민이 자부심을 느끼도록 열심히 노력해 민주주의와 민생 우선 정치시스템 구축을 완성하는 해, 거대한 변화를 완성하는 해가 되도록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정경효 양산시의회 의장은 ‘시의회 역할’을 강조했다. 6개월 남짓 남은 임기 동안 유종의 미를 거두겠다고 다짐하며,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기 위해서는 새끼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서로 쪼아야 한다는 ‘줄탁동기’(啐啄同機) 마음으로, 양산 발전과 시민 행복이라는 대명제 아래 한마음 한뜻으로 시정과 함께하는 의정을 펼치는 양산시의회가 될 것을 다짐했다. 

 
개인적으로 수많은 신년사 가운데 가장 큰 울림이 있었던 한마디는 문재인 대통령 신년사였다. 그 가운데서도 “2018년 새해, 정부와 저의 목표는 국민들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고, 더 나아지게 만드는 것”이라는 대목이었다. 다소 두루뭉술하고 감상적이지만 가슴에 와 닿았다는 표현이 적절할 것이다. 

 
지난해 우리 사회는 국민의 평범한 일상이 무너지는 큰 사건들을 겪었다. 11월 15일 발생한 경북 포항 지진이 그랬고, 12월 21일 29명의 생명을 앗아간 충북 제천 화재 참사가 그랬다. 지진 피해를 본 이재민 32%가 여전히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대피소에서 쪽잠을 자고 있고, 가족을 잃은 슬픔에 잠긴 제천 화재 피해자와 유가족들도 그들의 평범한 일상을 잃어버렸다.


할머니와 엄마와 딸 3대가 함께 목욕하러 갔다가 당한 참변, 아내와 함께 목욕탕에 갔다가 자신만 빠져나오고 아내를 잃은, 구조 현장에서 그 모습을 지켜볼 수밖에 없었던 남편의 가슴 시린 사연들. 잠깐의 땅의 흔들림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이재민들.


인디 밴드인 장기하와 얼굴들이 2009년 발표한 ‘별일 없이 산다’라는 곡이 있다. 그들은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뭐 별다른 걱정 없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이렇다 할 고민 없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하루하루 즐거웁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매일매일 신난다. 나는 별일 없이 산다. 나는 사는 게 재밌다. 매일매일 하루하루 아주 그냥”이라고 노래한다. 그들은 별일 없이 사는 것이 얼마나 즐거운 일인지를 역설한다. 


아픔을 겪은 이들이 그토록 꿈꾸는 별일 없는 평범한 일상. 하지만 이제 이룰 수 없는 공허함이 돼 버린 별일 없이 사는 것. 국가와 지자체와 우리 사회가 가장 먼저 지켜야 할 사명은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지키는 것이 아닌가.


모두 표현은 다르지만 정치인들이 신년사를 관통하는, 그들이 얘기하고자 하는 단 한마디는 어쩌면 별일 없이 살게 해주겠다는 말이 아닌가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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