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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신년기획] 전통을 만난 청춘, 함께 손잡고 비상(飛上)을..
기획/특집

[신년기획] 전통을 만난 청춘, 함께 손잡고 비상(飛上)을 꿈꾸다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8/01/16 09:59 수정 2018.01.16 09:59
양산남부시장 청년상인 지원사업

정부 지원으로 원대하게 시작
더딘 사업 진행에 포기자 발생
우여곡절 딛고 다시 시작

각양각색 청년이 만드는 공간
기울어가는 전통시장 부활과
‘77만원 세대’ 새 희망 기대

전통시장은 위기다. 밥상 위 모든 식재료를 유통하던 과거 영광은 빛바랜 추억이다. 대형유통업체에 밀려 고객 발걸음을 점점 줄어들고 있다. 정부와 지자체에서 적지 않은 예산을 투입하고 있지만 별다른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대형유통업체에서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의무휴업까지 시행하고 있지만 효과 없음은 마찬가지다. 유통시장은 급변하는데 전통시장은 이를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판매하는 재화도, 인식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늘 ‘새로운 것’이 판치는 시대에 ‘옛것’ 모습만으로 버티고 있는 게 오늘날 전통시장 모습이다.


청년들 역시 위기다. 사회 초년생으로 한창 꿈을 펼칠 나이지만 ‘88만원 세대’에서 ‘77만원 세대’로 어려움은 더 심각해졌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청년실업률(9.9%)은 외환위기를 겪던 2000년(8.1%)보다 1.8% 높다. 주 36시간 미만 취업자를 포함한 체감실업률은 이보다 훨씬 높은 22.7%에 이른다. 청년 5명 가운데 1명꼴로 사실상 실업 상태다. 단순 실업만 문제가 아니다. 대학에 진학한 경우 졸업 전부터 적게는 수 백만원, 많게는 수 천만원씩 빚을 안고 사회로 나온다. 식당, 편의점을 전전하며 아르바이트를 이어가지만 생활비 버는 것도 녹록잖다.















ⓒ 양산시민신문



전통시장과 청년, 두 위기가 만났다. 어려울 때 서로 어깨를 빌려주며 함께 성장하기 위해 ‘의기투합’했다. 양산남부시장 빈 점포 15곳에 청년들이 ‘아이디어’를 무기로 상점을 열기로 한 것이다.


양산시와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해 3월 침체한 지역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고 청년에게 창업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청년상인 창업지원을 시작했다.


과정은 쉽지 않았다. 만 19세~39세 청년들에게 상가 임차료와 인테리어 비용, 점포 시설 보강 비용을 지원했지만 지원자를 모으기 힘들었다. 9월이 돼서야 힘들게 8명을 모아 경남 진주 등을 벤치마킹했다. 이후에도 사업은 속도를 내지 못했다. 늦어지는 일정에 중도 포기자가 속출했다. 추가 모집에 나서면서 점포 ‘개업일’은 계속 뒤로 미뤄졌다. 개업은 결국 해를 넘겼다. 지금은 3월 개업을 목표로 인테리어 작업이 한창이다.


청년상인 모두 전공이 다르고 관심도 다르다. 품은 사연과 꿈도 제각각이다. 설계를 전공한 서유라(30) 씨는 “전공을 살리기 쉽지 않은 현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양산에서는 더 그렇다. 남편이 직장을 옮기면서 양산으로 이사했는데, 서 씨는 결국 다니던 회사를 그만뒀다.


서 씨는 “설계라는 전공을 필요로 하는 회사도 많지 않아 쉽지 않았다”고 말했다. 결국 서 씨가 선택한 창업 소재는 ‘앙금플라워’와 ‘떡케이크’다.


조혜민(25) 씨는 다른 청년상인들과 달리 이미 창업 경험이 있다. 범어에서 카페를 시작했는데 결과는 아쉽게 됐다. 조 씨는 “사실 떠밀리듯 시작한 카페라 의지도 노력도 부족했다”고 말했다. 이번에는 오직 자신 의지로 시작하는 일인 만큼 제대로 노력해서 꼭 성공하겠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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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셋. 청년상인 가운데 가장 어린 김윤정 씨는 어린 나이와 어울리지 않게 임부복, 수유복 판매점을 운영할 계획이다. 얼마 전까지 헤어디자이너로 일한 김 씨는 고객들 대화에서 창업 힌트를 얻었다. 김 씨는 “어머니들 대화에서 양산지역에는 임부복이나 수유복처럼 임산부 옷집이 별로 없어 불편하다는 얘길 들었다”며 “증산신도시 지역에 가게 오픈을 생각했지만 비싼 임대료가 문제였다”고 말했다. 김 씨는 “공장에서 원단을 떼와 직접 디자인도 하고 나중에는 상표개발도 하고 싶다”고 자신의 꿈을 소개했다.


김장호(25) 씨도 창업은 처음이다. 남성복 전문매장을 운영할 예정인데 솔직히 두려움도 크다고 말했다. 김 씨는 “양산은 젊은 층을 위한 매장이 많지 않은 것 같아 공부했다”며 “청년몰 사업을 많이 연구해서 꼭 성공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청년몰인 만큼 내 가게만 성공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모두 함께 성공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디저트 케이크 판매를 준 비중인 박준오 씨, 건강차와 족욕으로 손님을 유인하겠다는 박선혜 씨, 수제 디저트 사업을 시작하는 박소진 씨, 수제 잼과 차를 팔고 체험까지 곁들일 설수지 씨까지 모두 청년상인 성공 열쇠는 ‘홍보’와 단합에 있다고 입을 모았다.


연어소매점을 계획하고 있는 정인웅(36) 씨는 “지금은 소비자가 시장을 찾아올만한 상황이 아니다”라고 단정했다. 고객을 유인할만한 요소가 사실상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유인책을 만들어야 성공할 수 있다”며 “개인이 아니라 청년상인 모두 고민해야 할 문제”라고 덧붙였다.


김윤정 씨 역시 “남부시장은 소비자층이 어머니들 중심”이라며 “딸과 손녀, 손자를 위한 소비가 주요한 포인트가 될 것 같다”고 말하며 홍보 부족이 가장 큰 단점이라고 꼬집었다.


김장호 씨는 “청년상인이 사업을 시작하면 대대적인 홍보가 필요할 것 같다”고 말했고, 조혜민 씨는 “전통시장 자체가 장점이자 단점”이라며 “개인 욕심을 버리고 청년상인 모두가 단합해야 ‘윈윈’(Win-Win)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 밖에도 시장 활성화를 위해서는 남부시장 인근 공영주차장을 일반 거주자가 아닌 시장 이용자들이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 순환버스를 운영해 시장을 찾는 소비자가 보다 편하게 장을 볼 수 있도록 할 필요가 있다는 제안까지 다양한 아이디어로 성공 의지를 불태우는 청년들이다.


남부시장 청년상인들은 성공을 목표로 하지만 혼자만의 성공을 꿈꾸지 않는다. 그게 불가능하다는 것을 잘 알기 때문이다. 또한 이들은 자신들 도전이 다른 청춘들에게 귀감이 될 수 있어야 한다고 믿는다. 취업난에 허덕이는, 결혼과 출산까지 포기하는 청춘들에게 다양한 길이 있음을 보여주고 싶다. 그러기에 더욱 실패해서는 안 된다. 이들이 불태우는 청춘의 열정이 식어가는 남부시장에 어떤 불씨를 지피게 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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