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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38년 공직에서 받은 고마움, 이제 돌려드려야 할 때”..
사회

“38년 공직에서 받은 고마움, 이제 돌려드려야 할 때”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8/01/16 11:55 수정 2018.01.19 11:55
[이슈&사람] 하영근 전 양산시 행정국장
지난해 퇴임 후 제2의 인생 시작
양산고 총동창회장 맡으며 ‘봉사’
취미생활보다 지역에 기여 먼저
“내 경험이 지역사회 거름 되길”

“말단 공무원으로 시작해 기초지자체 공무원 최고 자리라 할 수 있는 서기관까지 오는 과정은 제겐 ‘플러스 인생’이었다. 그동안 사실 받기만 한 삶이었는데, 이제 받은 것 이상 지역사회에 되돌려줘야 할 때인 것 같다”


38년을 공무원으로 살아온 하영근 전 양산시청 행정국장이 지난달 퇴임했다. 시원한 감정보다 섭섭한 감정이 더 클 것 같은 하 전 국장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 양산시민신문



40년 가까운 공직생활 동안 겪은 다양한 이야기도 궁금하고, 스스로 자신을 어떤 공무원이었다 생각하는지 듣고 싶다. 또한 앞으로 그의 계획이 궁금하다.


공무원노조 양산시지부 설립을 이끌며 초대 지부장을 맡은 경력과 오래 공직에 몸담았던 사람으로서 후배들에게 남길 충고와 그들에게 보여주게 될 앞으로 자신의 모습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다.


먼저 하 전 국장은 스스로를 고집 있는 공무원으로 평가했다. 누구 앞이든 하고 싶은 말은 해야 직성이 풀렸고, 선배 공무원은 물론 최고 인사권자인 시장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원동면 배내골에서 태어난 ‘촌놈’이 초등학교 6학년 때 시내로 나와 유학생활을 하다 보니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더 꼿꼿한 성격이 됐는지도 모르겠다.


“예전에 모두가 꺼리는 부서로 발령받은 바 있다. 업무 조건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곳이어서 다들 꺼렸다. 그래서 시장실을 찾아갔다. 제대로 일하기 위해서는 손발 맞는 직원들이 필요하니 함께 일할 사람을 요구했다. 더불어 예산도 실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고 했다. 인사권자로서는 무례한 요구로 느꼈을 수도 있는데 내 의견을 받아들여 줬다”


이뿐만 아니라 하 전 국장은 부당하거나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되는 지시에는 늘 자신 의견을 분명히 전했다. 6급 계장으로 실제 업무를 담당할 당시 4급 국장과 의견 대립을 빚는 경우도 적지 않았다. 이런 성격이 그를 공무원노조 초대 지부장으로 만들었는지 모른다.



그는 “떠밀리다시피 지부장에 올랐지만 이왕 하는 거 제대로 하고 싶은 욕심에 계장급을 중심으로 노조 임원진을 구성했다”고 당시를 회상하기도 했다.


하 전 국장은 올해부터 양산고등학교 총동창회장으로 모교 발전을 이끌게 됐다. ‘끝은 곧 시작’이란 말처럼 38년 공직을 마감하자 다시 중책이 맡겨진 셈이다.


“총동창회장은 내게 사실 아주 큰 짐이다. 그래서 몇 번을 거절했다. 솔직히 떠밀려 맡긴 했지만 자리에 앉은 이상 제대로 하고 싶다. 가장 큰 목표는 총동창회 활성화다. 동문 결속을 위한 행사도 필요하고, 특히 학교발전방안을 함께 고민하도록 토론회 같은 걸 진행하고 싶다”


사실 양산고는 원도심에 위치해 있어 지역 발전 문제와도 관계가 있다. 그래서 행정 경험이 풍부한 고위 공직자 출신 하 전 국장에 대한 기대가 크다. 하 전 국장은 학교 발전, 마을 발전을 위해서는 학생 수준도 중요하지만 교사 역량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요즘 학교정화구역 때문에 오히려 학교를 부담스러워하기도 하지만 지금 양산고가 있는 중부동 원도심은 좀 다르다. 물론 특별한 방안을 찾기 힘든 것도 사실이지만 학교 발전이 마을 발전으로 연결되도록 고민해야 한다. 학교와 주민, 동문 모두 같이 머리를 모아야 한다”


모교발전뿐만 아니라 그는 지역사회 전반에 걸쳐 “갚아야 할 빚이 많다”고 말했다. 이제 퇴직했으니 평소 관심이 많았던 동양화도 그리고 여행도 자주 하며 편안하게 살고 싶은 게 사실이다. 하지만 ‘빚진 마음’ 때문에 지역사회에 작은 기여라도 하는 사람이 돼야 하지 않겠냐는 말을 반복했다.


그는 “공직에 있는 동안은 이웃으로부터 늘 도움과 사랑을 받아온 ‘플러스 인생’이었다면 이제 받은 사랑을 돌려주는 ‘마이너스 인생’을 살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며 어떤 일이건 지역 발전을 위한 일이라면 기꺼이 나서겠다고 한다.


인생 2막을 시작하는 하 전 국장. 그의 경험과 연륜, 인맥과 성품이 양산고를 넘어 지역사회에 좋은 자양분이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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