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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문 닫은 삼일로 상가, 화려한 시절 다시 꿈꿀 수 없나?..
경제

문 닫은 삼일로 상가, 화려한 시절 다시 꿈꿀 수 없나?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8/01/23 09:04 수정 2018.01.23 09:04
과거 양산 최고 상권 ‘삼일로’
터미널 이전 이후 급격히 쇄락
지금도 상가 곳곳에 ‘임대’ 안내
경제 악화까지 겹쳐 침체 장기화
“소비자 유인책 함께 고민해야”

[기획] 위기의 지역경제 해법은 없나

①양산 상권 1번지 삼일로 현 모습
②화려한 빌딩 숲, 상인들은 속앓이
③어려울 때 힘 모으는 소상공인들
④지역 경기 회복은 우리 손으로
⑤최저임금 인상, 적지 않은 부담


















↑↑ 한때 양산지역 최고 상권으로 번영을 누리던 삼일로가 경기침체와 중심상권이 신도시로 이전한 탓에 오랫동안 어려움을 겪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제가 이 동네에서 장사한 게 30년쯤 돼요. 사실 IMF 때까지는 그래도 버틸만했는데 신도시가 들어서고 터미널이 옮겨가면서 급격히 기울었어요. 리먼 브라더스인가 뭔가 터진 이후 지금까지 쭉 그런 것 같아요. 우리는 사실 단골이 참 많았는데 상권이 옮겨가니까 단골도 줄어들더군요. 솔직히 이제는 옛날처럼 장사가 잘 될 거라고 기대하긴 힘들어요”


옛 버스터미널에서 경남은행 사거리로 이어지는 삼일로는 과거 양산의 중심 상권이었다. 기자가 어렸을 때 삼일로에는 동시상영 영화관도 있었다. 터미널 앞 오락실에서 게임을 즐기고 바로 옆 칼국수 가게에서 따뜻한 칼국수로 배를 채우곤 했다.



당시 양산군 인구가 10만도 안 됐지만 삼일로에는 사람이 북적였다. 삼일로는 그랬다. 양산 최고 번화가였고, 어린 기자 시선에선 없는 게 없었다.


그런 삼일로가 변했다. 어렸던 기자가 대학생이 되고 사회생활에 쫓겨 40대 중년(?)이 되어가듯 삼일로도 변해갔다. 양산 최고 상권이라는 타이틀은 신도시에 넘겨 준 지 오래다. 북적이던 사람들도 이제 장날이 아니면 삼일로를 찾지 않는다. 가게들은 폐업과 개업을 반복하더니 언제부터인가 폐업만 있고 개업은 보이지 않는다.


지난 21일 모처럼 한파가 물러나고 나름 포근한 겨울 낮 삼일로는 사람들이 제법 보였다. 지상 44층 높이 주상복합건물이 공사 중인 옛 버스터미널 맞은편 버스 정류장엔 장바구니를 손에 든 어르신들이 버스를 기다리고 있었다. 양산남부시장에 오일장이 선 덕분(?)에 삼일로에는 평소보다 사람 왕래가 잦았다.


기자가 고등학생 때 자주 갔던 손칼국수 가게를 찾아가 봤다. 옛 터미널 바로 옆에 있던 식당은 약국 근처로 자리를 옮긴 상태였다. 칼국수를 주문하고 사장님께 “언제 여기로 옮겼냐”고 물었더니 4년쯤 됐다고 했다. 왜 옮기셨냐고 다시 물으니 “터미널이 옮기고 나니 (기존 자리는) 너무 구석진 곳이 돼 버리더라”며 “새 각오로 해 보자 싶어 옮기게 됐다”고 말했다. 손님은 여전하냐는 물음에 짧게 한숨을 내 쉰 사장님은 예전과는 비교하기 힘들다고 말했다.



실제 예전엔 장날이면 자리가 모자라 줄을 설 정도였던 가게지만 이날 점심시간에는 자리가 꽉 찬 경우가 없었다. 사장님은 “뉴스를 보면 경기가 좀 풀렸다고 하고, 정부가 경제성장률도 꽤 괜찮다고 말하는 데 도저히 실감하기 힘들다”며 “경기도 어려운 데다 원도심이 계속 침체하니 장사하기 더 힘들다”고 말했다.
















↑↑ 삼일로 곳곳에 붙어있는 상가 임대 안내문이 현 상황을 실감케 하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삼일로에서 35년째 신발가게를 하고 있는 박아무개 씨는 “난 그나마 내 건물이라서 월세는 안 나간다. 그래서 이렇게 버틸 수 있는 것”이라며 “원도심이 과거처럼 그렇게 좋은 시절을 기대하기는 힘들어진 것 아니겠냐”고 말했다.


박 씨는 “나야 먹고살 만 하니 그냥 이렇게 장사하지만 지금 삼일로에서 옷 장사 하는 사람 중에 제대로 돈 버는 사람은 없다”고 덧붙였다.


실제 재작년까지 옷가게를 운영하다 문을 닫은 한 사업자는 “사실상 가게를 적자 운영한 지는 꽤 됐다”며 “도저히 마냥 버틸 수 없어 문을 닫았다”며 한숨을 내 쉬었다. 그는 “양산시가 원도심 활성화와 관련해 많은 계획을 쏟아놓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 상인들에게 도움이 되는 건 전혀 없다고 봐야 한다”며 상인들과 함께 고민을 좀 해줬으면 좋겠다며 행정에 대한 불만을 토로하기도 했다.


삼일로 경기가 침체해 있다고 느끼는 건 삼일로를 오가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다. 단골 미용실이 삼일로 인근에 있다는 박지은(44) 씨는 “삼일로는 일주일에 두세 번씩은 오가는데 터미널이 있던 시절과는 비교하기 힘들 정도”라며 “자주 가는 미용실 원장도 가게를 옮겨야 하나 고민하고 있더라”고 말했다.


남부시장에서 장을 보고 나오던 김복례(71) 씨 역시 “아무래도 옛날만큼 사람이 많지는 않다”며 “늙은 우리나 오지 젊은 사람들은 별로 없다”라고 말했다.


실제 이날 기자가 둘러본 결과 옛 버스터미널에서 경남은행 사거리까지 약 350m 구간 도로변에만 점포 6곳이 ‘임대’ 안내장을 붙여놓고 있었다.


한 공인중개사 설명에 따르면 그나마 1층 상가 경우 사정이 나은 경우라고 한다. 그는 “2~3층에 있는 건물들은 세입자 구하기가 어려워 사실상 임대를 포기한 곳도 꽤 많다”며 “경기침체가 장기간 이어지는 데다 상권 자체가 신도시로 옮겨간 지 오래여서 상황이 나아지기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삼일로를 포함한 원도심 상권 몰락이 답답하기는 행정기관도 마찬가지다. 양산시 행정과 관계자는 “남부시장 지원이나 간판정비 사업, 전선 지중화 등 수년 동안 원도심 활성화 사업을 진행해 왔지만 상권 이동이라는 거대한 흐름을 거스른다는 게 사실 쉽지 않다”고 말했다.



경제기업과 관계자 역시 “우리 지역뿐만 아니라 원도심 침체 문제는 다른 도시도 마찬가지”라며 “사실상 뾰족한 해결책이 없다 보니 우리도 안타깝고 답답하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진행 중인 남부시장 청년상인 사업처럼 행정 지원과 함께 상인들도 소비자를 유인할 수 있는 다양한 고민을 함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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