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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욕심부리는 제 모습, 싫더군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정치

“욕심부리는 제 모습, 싫더군요. 그래서 결심했습니다”

장정욱 기자 cju@ysnews.co.kr 입력 2018/02/06 09:15 수정 2018.02.06 09:15
지방선거 불출마 선언 이호근 의원
‘지족불욕 지지불태’로 심경 대변

욕심 버리고 후배들에 자리 양보
임기 후 주민과 호흡하며 봉사

차기 시의원들에 당부하는 말
“스스로 공부하는 시의원 되길”

이호근 양산시의원(자유한국, 동면ㆍ양주)이 지난해 양산시의회 정례회에서 오는 6.13 지방선거에 출마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인간으로서, 정치인으로서 욕심낼 법도 했지만 그는 고민 끝에 불출마를 선언했다.


이 의원은 당시 의회 방송으로 생중계되는 상황에서 북받치는 감정을 애써 추스르며 “더 나은 후배들에게 자리를 양보하기 위해 불출마하기로 결심했다”고 밝혔다. 가족과 관련해 이야기할 때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그 눈물 한 방울에 그동안 복잡했을 그의 심경 모두를 담고 있는 듯했다.


그래서 그의 이야기를 조금 더 듣고 싶었다. 그가 말하는 ‘생활정치’가 무엇이고, 본인이 4년 동안 체험하며 느낀 ‘시의원’은 어떤 의미인지 묻고 싶었다. 무엇보다 불출마라는 쉽지 않은 결심, 그에 관한 이야기들이 궁금해 인터뷰를 청했다.

















↑↑ 오는 6.13 지방선거 불출마를 선언한 이호근 시의원(자유한국, 동면ㆍ양주)은 ‘양산시의회 의원’이라 새겨진 명패를 바라보며 “처음엔 아쉬움도 있었지만 이제는 정말 속 시원하다”며 미소를 지었다. 그는 이제는 주민과 더 많은 이웃과 더욱 가까이 함께하며 지역에 봉사하는 삶을 살고 싶다는 바람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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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운합니다. 4년 동안 해 온 일인데 전혀 안 서운할 수 있겠습니까? 지인들은 아직도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 말합니다. 그래서 공식적인 자리에서 선언한 겁니다. 내 결심이 흔들리지 않도록, 그리고 누가 될지 모르지만 내 자리를 넘겨받으려 준비하는 사람들을 위해서라도 그렇게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지난달 24일 인터뷰를 위해 이 의원 사무실을 찾았을 때 그는 열심히 정리 중이었다. 책장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회의용 탁자 위에는 ‘2018년 주요업무계획’ 책자와 예산서 등 책 몇 권만 놓여 있었다.
불출마 선언 이후 어떤 기분이었는지 물었다. 그는 얼굴에 미소를 머금은 채 “지금은 정말 후련하다”고 말했다. 아쉬움은 없었냐고 다시 물었다. 그는 망설임 없이 “당시에는 솔직히 많이 아쉽기도 했다”며 다시 웃었다.


“친구들은 한 번 더 하라고 계속 권했어요. 당에서도 섣불리 결정하지 말라며 불출마 선언을 말렸죠. 하지만 주변에서 말릴수록 의지를 굳혀야겠구나 생각하게 됐어요. 가족들에게 (불출마 뜻을) 밝히니 다들 좋아하더라고요”

















↑↑ 이 의원은 지난달 12일 경상남도시군의회의장협의회로부터 지방의정봉사상을 수상했다. 이 의원은 동료 의원들이 주는 상이기에 더 감동이 크다며 주민과 동료 의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 양산시민신문



불출마 선언 당시 그는 혹시라도 누가 말릴까 봐 5분 발언 원고도 따로 작성했다. 언론과 동료의원 등에 배포하는 내용과 실제 단상에서 발언할 원고를 다르게 준비했다는 뜻이다. 그만큼 그는 스스로 의지가 흔들리지 않도록 애썼다.


“왜 그렇게까지 했냐고요? 그냥 그래야 할 것 같았어요. 불출마 결심이 흔들리는 게 싫었어요. 선거를 6개월 이상 남은 시점에 선언한 것은 제가 빨리 그만둬야 정치를 원하는 후배들을 위해 좋은 일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제 결심을 빨리 알려줘야 그들도 준비를 할 테니까요”


이 의원은 1시간가량 이어진 인터뷰 내내 불출마 결심에 대한 명확한 이유를 밝히지 않았다. 그는 “이유는 복잡하다. 먼 훗날 이야기 하겠다”라고만 말했다. 그의 설명대로 가족들이 말린 것도 이유의 한 부분이고, 정치적으로 본인이 속한 자유한국당 상황이 좋지 않은 것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였다.


하지만 불출마 결심에 가장 크게 작용한 부분은 욕심을 내는 자신의 모습이 추해 보일까 두려웠던 것 같다.



















↑↑ 이 의원은 초심을 잊지 않겠다는 각오로 제6대 양산시의회 개원 당시 사진을 늘 눈에 보이는 곳에 두고 의정활동을 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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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선하게 되면 70 가까운 나이입니다. 임기를 마치면 그때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결국 재선은 제 욕심이더라고요. 그걸 깨닫고 나니 ‘아, 더 이상 욕심부려선 안 되겠구나’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이 의원은 ‘지족불욕(知足不辱) 지지불태(知止不殆)’라는 표현을 썼다. 만족할 줄 알면 욕될 일이 없고, 그칠 줄 알면 위태로울 일이 없다는 뜻이다. 그는 “공무원 퇴임하고 곧바로 시의원에 당선했다. 분명 그건 엄청난 행운이 따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 불출마 선언 이후 이 의원은 요즘 사무실을 치우느라 분주한 가운데 오는 3월 예정된 마지막 임시회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요즘도 계속 올해 양산시 업무계획을 들여다보고 있다.
ⓒ 양산시민신문



4년, 정확히는 현재까지 3년 7개월 정도 의정활동을 했다. 아쉬움도 있고 스스로 잘했다 칭찬하고픈 일도 있다. 하지만 그가 시민과 차기 시의원들에 전하고 싶은 이야기는 따로 있었다.


먼저 시의원들에게 하는 당부로 “제발 열심히 공부하는 의원이 돼라”고 말했다. 그는 “국회에서 정당끼리 싸우거나 말거나 시의원은 생활정치인이 돼야 한다”며 “그러기 위해선 집행부에 대해, 무엇보다 예산에 대해 잘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의원은 “당선하면 주변에 인사하러 다니느라 바쁜데 그럴 게 아니라 의정활동에 대해 공부를 해야 한다”며 “정작 시의원에 당선해서 의회에 들어왔는데 예산 용어도 모르고, 집행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도 모르면서 질타만 하는 모습이 바람직한가?”라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이러한 지적과 함께 시의원 역량을 높이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보좌관 제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다선 의원들에 대한 요구도 비슷했다. 그는 다선이랍시고 어깨에 힘만 주고 다닐 게 아니라 초선 의원들을 잘 이끌고 조리 있게 설명해서 함께 의회 역량을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주민들에게는 시의원이 본래 역할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줘야 한다고 말했다. 단순 민원은 마을 이ㆍ통장이나 동ㆍ면장ㆍ읍장을 통해 해결하도록 하고 시의원들은 집행부 정책을 감시하는 데 더 집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 불출마 선언 이후 이 의원은 요즘 사무실을 치우느라 분주한 가운데 오는 3월 예정된 마지막 임시회에서 최선을 다하기 위해 요즘도 계속 올해 양산시 업무계획을 들여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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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의원은 “면장, 시의원, 그리고 시장이 할 일이 모두 다르다”며 “시의원이 민원 해결사 일만 하면 정작 더 중요한 일을 놓치게 된다”고 충고했다.


“의회를 나가면 막노동을 하고 싶어요. 주민과 함께 부대끼며 몸으로 일하고 싶습니다. 은퇴한 선배들처럼 기업체에 들어가거나 그러고 싶진 않아요, 하천에 자란 풀도 베고, 도로변 화단 꽃도 가꾸면서 사람과 어울려 살고 싶습니다”


공직에 있으면서 경로당 같은 곳에 수박 하나 사 들고 갈 수 없었던 게 정말 안타까웠다는 이 의원. 이제 그의 바람대로 여름철 수박을 들고 마을 경로당을 돌아다니며 공직생활 동안 받은 사랑과 관심을 모두 돌려주는 ‘시민 이호근’의 모습을 지켜보게 될 듯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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