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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산시민신문

글루미 설데이 - 설이 즐겁지 않은 청년들..
오피니언

글루미 설데이 - 설이 즐겁지 않은 청년들

홍성현 기자 redcastle@ysnews.co.kr 입력 2018/02/13 09:40 수정 2018.02.13 09:40
공공기관ㆍ금융권 채용비리 보며
2030세대 분노 넘어 허탈감 느껴
아무리 노력해도 금수저 들러리일 뿐
청년에 희망 주지 못하는 사회
언제까지 우울한 명절이어야 할까













 
↑↑ 홍성현
본지 편집국장
ⓒ 양산시민신문 
어릴 적, 명절은 ‘즐거움’과 같은 뜻이었다. 새 옷이며, 새 신발이며, 오랜만에 만나는 사촌들과 즐거운 놀이에다 맛있는 음식들, 거기에 친척 어르신들이 주는 용돈까지…. 평범한 일상 속에서 찾아오는 명절은 종합선물세트 같은 날이었다. 아직 철이 들기 전이어서 그랬는지도 모르겠다. 

어느덧 세월이 흘러 삶의 무게를 조금씩 알아갈 나이가 되고, 용돈을 받던 입장에서 주는 입장으로 바뀌면서 명절이 꼭 즐거운 것만은 아니구나 하는 것을 느끼게 된다. 요즘 명절이 즐겁지 않다고 하는 사람이 많다. 그저 나이를 먹어서일까? 명절이 즐겁던 어린 시절 그때 내 나이와 같은 지금 아이들마저 더 이상 명절이 즐겁지 않다고 한다. 아이들마저 그럴진대 삶의 무게를 조금씩 알아가는 청년들은 오죽할까?


공공기관 채용비리 문제로 온 나라가 시끄럽다. 특히, 당사자인 2030세대는 분노를 넘어 스스로를 비하하는 상황에 이르고 있다. 민간기업에 비해 그나마 상대적으로라도 공정할 줄 알았던, 아니 공정할 것으로 믿고 싶었던 공공기관에서 채용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되면서 허탈감을 드러내고 있다. 


정부 발표에 따르면 공공기관과 공직 유관단체 1천190곳 가운데 946곳에서 채용비리 4천788건이 있었다. 10곳 가운데 8곳에서 채용비리가 있었던 셈이다. 차라리 민간기업이 더 공정하다는 자조 섞인 푸념마저 나온다. 철저한 경제 논리에 따라 채용하는 것이 취업준비생 입장에서 탈락하더라도 덜 기분 나쁘다는 이유다.


공공기관뿐만 아니다. 굳이 따지자면 민간기업에 가깝지만 사실상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의 중간적 성격을 가진 금융권에서도 채용비리가 터져 나왔다. KB국민은행, 하나은행, 대구은행, 부산은행, 광주은행 등 5개 은행에서 특혜 채용과 면접점수 조작, 불공정 채용 전형 등 채용비리 22건이 적발됐다. 

 
특히, 서울대와 고려대, 연세대를 일컫는 ‘SKY’ 출신을 뽑기 위해 면접점수를 조작해 다른 대학 출신 합격자들을 떨어뜨렸다는 소식은 취업준비생들을 절망하게 했다. 수많은 시간과 노력과 돈을 들여 스펙을 쌓고 능력을 길렀는데 결국 명문대 출신을 위한 들러리에 불과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을 때 그들이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은 어찌 설명할 수 있을까.


채용비리 문제는 양산에서도 불거졌다. 양산부산대학교병원은 채용 청탁을 받은 업무 담당자 2명이 특정 지원자에게 유리하도록 토익 점수 기준을 낮추고, 자격증 가점을 삭제하는 등 서류 심사기준을 변경했다가 적발됐다. 


양산시복지재단 역시 채용 과정에서 자격에 미달한 응시자를 합격시켰다 뒤늦게 불합격 처리한 사실이 확인됐다. 복지재단측은 서류 심사 과정에서 담당자 실수였을 뿐 채용비리는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씁쓸한 뒷맛을 감출 수 없다. 

 
“결국 우린 모두 금수저의 들러리일 뿐이었다” 치솟는 등록금은 학자금 대출로 근근이 해결하고, 빚더미를 안고 사회에 첫발을 내디디기 위해 바늘구멍보다 좁은 취업문을 두드리면 감당하기 어려운 스펙을 요구하고, 겨우 스펙을 맞추고 나면 금수저 혹은 명문대 출신이 낙하산으로 내려와 자리를 뺏는 상황의 반복 속에서 신용불량자만 되지 않아도 성공(?)한 삶이라는 한탄.


불과 얼마 전 비트코인(가상화폐) 열풍이 불었다. 투자냐 투기냐를 두고 격한 설전이 오가고, 정부 규제를 놓고 강한 반발 혹은 찬성 여론이 형성되면서 새로운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개인적으로 비트코인에 찬성하거나 반대할 생각은 없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나온 한마디는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비트코인은 흙수저가 금수저가 될 수 있는 마지막 희망이다” 희망이 없는 청년들. 그리고 그런 사회구조를 만든 기성세대들. 명문대 출신도 아니고, 부유한 집안도 아닌 그저 평범한 청년들이 겪은 시대의 좌절을 자신의 대에서 끊고, 자식들에게 그런 아픔을 물려주기 싫다는 간절함에 누가 돌을 던질 수 있을까? 

 
수년째 “결혼은 언제 할 거냐”와 함께 명절에 가장 듣기 싫은 말로 손꼽히는 “취업은 어떻게 됐냐”는 말. 올해도 그 말을 들어야 하는 청년들에게 올해 설 역시 우울한 명절, 글루미 설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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