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가 국민소득 4만 달러, 5만 달러로 가기 위해서는 대한민국 경제 97%를 차지하는 중소기업이 변해야 합니다. 현재 제조업 중심에서 업그레이드해야 경제가 선순환할 수 있죠. 이제 R&D형 글로벌 강소기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경제는 여전히 장기침체 국면이다. 최저임금은 큰 폭으로 올랐다. 세계의 제조공장이라 불리는 중국은 급성장한 기술력으로 우리 기업들 자리를 차례차례 잠식하고 있다. 대한민국 기업 대부분을 차지하는 중소기업들은 안팎으로 어려운 상황에 처해있다. 문제는 이런 어려움이 어느덧 만성이 되고, 기업인들은 해법을 찾을 여유조차 잃어가고 있다는 점이다.
양산지역 역시 다르지 않다. 2천여개 등록 기업 가운데 대기업은 한 손으로 꼽아도 남을 정도다. ‘기업하기 좋은 도시’ 양산시는 사실상 중소기업 도시라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다시 말해 양산지역 기업들의 장기간 침체로 지역경제까지 위기에 직면해 있는 상태다.
이런 어려운 상황에 (주)코렌스 조용국 대표가 구자웅 회장에 이어 양산상공회의소 회장에 취임했다. 제13대 회장에 취임한 조 회장은 4차 산업 시대를 맞아 지역 중소제조업체들이 국제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2일 만난 조 회장은 인터뷰 내내 ‘R&D형 기업’을 강조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현재 R&D형 글로벌 강소기업이 많지 않다”며 “R&D형 강소기업은 한국경제가 제2의 도약을 하기 위한 필수요소”라고 역설했다.
“독일, 일본 등이 주도하는 글로벌 강소기업은 뛰어난 기술력을 바탕으로 각자 영역에서 세계시장을 석권하고 있어요. 그들은 그렇게 장악한 시장을 바탕으로 다시 R&D 투자를 늘리고 그렇게 경쟁 기업과 기술격차를 넓혀가고 있습니다. 우리도 그래야 합니다. R&D 글로벌 강소기업은 자체 핵심 기술을 가진 고유 제품을 확보하고 있죠. 그런 역량을 바탕으로 세계 무대에서 마케팅하는 것, 그게 관건인 거죠”
R&D형(Research and Development) 기업은 말 그대로 연구를 중심으로 기술력을 높이는 기업을 의미한다. 조 회장은 결국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력을 높이고, 높아진 기술력으로 비교 불가한 핵심 기술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한 셈이다.
“우리나라 경제는 저성장, 고령화 등 구조적 문제에다 최근 최저임금 인상, 근로시간 단축까지 더해져 어려움이 커진 상황입니다. 여기에 미국발 보호무역주의 등 대내외적 환경의 급격한 변화로 위기의식이 어느 때보다 높죠. 그런데 정작 우리 기업들은 그런 변화를 따라가지 못해요. 제가 R&D형 기업을 강조할 수밖에 없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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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회장에 따르면 이미 경제무대에서 국가 간 장벽은 무의미하다. 이미 R&D 선진 기업들은 세계 무대에서 자신만의 경쟁력으로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반면 우리는 현실에 안주하거나, 변화를 두려워하고 있다. 규모가 작은 기업일수록 더 그렇다.
“세계시장을 누비는 강소기업들은 한결같이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R&D형 기업이라는 점입니다. 강한 기술력을 바탕으로 세계시장을 주도하고 있죠. 그런데 우리는 중국의 급격한 추격을 받는 상황에서 기술혁신이 없으면 몇 년 내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게 될 겁니다. 이제 과감한 변신은 선택이 아닌 필수과제입니다”
조 회장은 상공회의소가 지역 기업의 R&D를 적극 돕겠다고 약속했다. 최근 양산시, 부산대학교와 함께 강소연구특구 지정에 힘을 모으기로 한 것 역시 R&D형 기업 육성을 위해서다.
“현재 제조업 기반으로는 한국 경제는 소득 3만 달러를 넘기 힘듭니다. 우리는 고부가가치 신기술 개발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힘을 모아야 합니다. 바이오, 나노, ICT(컴퓨터를 기반으로 정보 및 정보 시스템을 제공하고 이용하는 기술) 등 이런 융합형 신기술을 우리 산업의 한 축으로 만들어야죠. 우리 지역에 강소연구특구가 필요한 이유죠”
조 회장은 강소연구특구 지정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특구 지정으로 첨단융ㆍ복합산업을 유치하고, 투자 대상 범위를 넓혀 상공회의소 회원업체에 실질적인 도움이 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구체적으로 상공회의소 내 4차 산업 대응팀을 별도로 신설해 직접 자금도 지원하고 부족한 부분은 정부 자금과 연계도 주선한다는 방침이다. 자금 지원과 함께 4차 산업 연구를 위한 실무지원에서 환경, 노동, 세무 등 회원업체가 일상적으로 겪는 애로사항까지 면밀히 챙기겠다고 말했다.
물론 상공회의소 역할에는 한계가 있다. 양산시나 중앙정부 도움이 필수다. 조 회장은 “반복해서 말하지만 우리 중소기업들이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R&D에 투자할 수 있는 자금이 절실하다”며 “현재 지원하는 예산만으로는 다수의 기업이 혜택을 받기에 한계가 많다”고 말했다. R&D 관련 자금 지원과 정부 예산이 늘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해외 투자 유치단 활동도 보다 실질적인 결과를 얻을 수 있도록 개선할 계획이다. 우리 기업들이 당장 투자를 할 수 있거나 시장 개척이 가능할 만한 경제 상황을 갖춘 국가들을 중심으로 해외 탐방에 나선다. 일본이나 인도, 베트남 등이 주요 목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우리나라가 제조업을 기반으로 하는 점을 반영해 관련 시설을 이미 갖추고 있는 국가를 찾아 마케팅 상담도 하고 실제 투자도 할 수 있도록 할 계획”이라며 “사전 작업으로 미리 상담 창구도 다양하게 만들어 기업들이 현지에 갔을 때 바로 대응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결국 상공회의소 사무국 역할이 늘어나겠죠? 지금까지 나름 경쟁력 있는 구조로 잘 발전해 왔는데 자만하지 말고 빨라진 변화속도에 사무국도 잘 적응해야 합니다. 전문성도 더 높여야 하고요. 그렇게 해서 궁극적으론 회원업체들에게 수준 높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상공회의소가 돼야 합니다. 스스로 위기의식을 갖고 잘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조 회장은 “국가 경쟁력은 기업의 경쟁력과 맞닿아 있다”며 소통과 화합을 최우선으로 회원업체들이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깊이 고민하고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강조했다. ‘역동적인 상공회의소’를 만들겠다고 한 약속대로 조 회장이 이끄는 상공회의소가 얼어붙은 지역 경제를 녹이는 작은 봄바람이 될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